[기고] 도깨비 도채비 이야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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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깨비 도채비 이야기 ①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4.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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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도깨비에 관련된 내용으로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리얼리틱한 구성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과거와 현재의 사람들이 과거를 잊어버리고 사랑을 하는 사람과 과거를 모르고 과거를 반복하는 내용의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남자 주인공들의 핸섬한 캐릭터가 대한민국의 뭇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비현실적 내용에 콧방귀를 끼면서도 점점 그 드라마에 빠져 끝 회까지 부지런한 시청자가 되고 말았다.

아무튼 도깨비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싶은 게 솔직한 내 심정이다. 먼 거리를 시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애인을 구하러 휙 가거나, 여러 명의 불량배를 여자 친구가 보는 앞에서 멋지게 제압하는, 참 통속적인 이야기의 구성도 처음에는 웃으며 보았지만 나중에는 멋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되었다. 뻔한 이야기지만 보다보니 빠져드는 걸보면 TV가 바보상자라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도깨비의 말이 나왔으니 생각해보자 어릴 적 할머니의 품에서 듣던 도깨비는 어떤 형상이었나? 듣다가 잠이 들락 말락 하면 “왕” 하고 얼굴에 달려드는 듯한 모습에 화들짝 하고 놀란 기억이 있다. 그러나 도깨비는 무서운 것만이 아니다. 우선 만나면 떨떠름하지만 꼭 마지막엔 금은보화를 쏟아놓고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서우면서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 존재였는데, 꼭 나타날 때는 대나무 숲에서 튀어나온다든지, 통시에서 나온다든지, 헛간에서 나온다든지 하면서 약간 음산한 곳에서 나왔던 기억이 나에게 출현하는 도깨비였다. 힘도 엄청 세고 고집도 엄청 세고, 꿈속에서도 밤새 잠 못 자게 나를 끌고 다니다가 아침녘이면 낭떠러지로 냅다 버리고 가버리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때론 부지런히 가다보면 앞서가던 도깨비는 빗자루가 되어서 길가 옆으로 쓰러져 사라져 버리곤 한다. 남겨진 싸리 빗자루를 주어서 아무리 만져 봐도 도깨비는 온데 간데 없다. 그런데 도깨비란 명칭도 우리나라 정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듣기에 분명히 도채비로 들으면서 자랐던 것 같다. 

우리의 도깨비는 재미있고 가끔은 사람들에게 뜻하지 않게 횡재를 가져다주기도 하는 존재였는데 한번 두드리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쏟아져 나오는 신기한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다닌다. 뿔도 없다. 도깨비는 전통 바지저고리를 입었고 보통 사람보다 덩치가 조금 더 큰 정도였다. 사람 형태의 도깨비가 대부분이나 집안에 쓰는 빗자루 도깨비, 도깨비불과 같은 물건의 모습을 한 갖가지 도깨비가 있고, 외다리, 외눈, 각시 등 다양한 모습도 있다. 총체적으로 맹태기를 가지고 다니면 과자와 왕사탕 같은 선물을 나눠주는 덩치 큰 삼촌 정도의 느낌이다. 

/김승범 (시인·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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