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활용 계승하며 힐링공간으로 거듭난 ‘선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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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활용 계승하며 힐링공간으로 거듭난 ‘선덕사’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4.19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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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사, 2017 산사문화재 활용 사업 일환

서귀포시 상효동 선덕사(주지 학균 스님)는 문화재청이 공모한 ‘2017 전통산사문화재’ 사업에 선정되어 지난 15일 도민과 관광객, 불자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됐다. 올해 사업은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되는데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15일 그 현장을 지면에 싣는다. <편집자 주>

 

천진불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도량 내 가득
5월 14일 ‘사찰건축학개론’인문학 강연도

 

선덕사 산사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백호 임제가 남긴 ‘남명소승’의 이야기를 따라 옛 쌍계암 터에 대한 설명을 학균 스님으로부터 듣고 있다.

천진불들의 환한 웃음소리가 선돌을 타고 한라산 정기와 맞닿는다. ‘2017 전통산사문화재’가 ‘한라산에 담긴 묘법이야기를 찾아서’란 주제로 열린 서귀포시 상효동 선덕사(주지 학균 스님) 도량에는 예전 산사의 고요함은 온데간데없고, 천진하게 빛나는 맑은 얼굴에 행복이 물든 관세음보살도의 인자한 웃음을 짓는 천진불들이 날개를 폈다.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던 지난 16일,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선덕사의 풍경이었다.

선덕사는 문화재청이 후원한 ‘대자암판(大慈庵板) 묘법연화경 및 대적광전을 활용한 산사문화재 활용 사업’공모에 선정됐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도민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사찰문화재 활용사업을 통해 역사 속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문화재를 지역사회와 융합하여 재창조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재를 만드는데 그 취지를 갖고 있다.
 

목어필통을 만들기에 참여한 가족들.


이날은 성인과 어린이 대상의 두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는데 성인들은‘묘법연화경과 이야기보따리’라는 주제로 주지 학균 스님의 법문 형태로 ‘선덕사의 창건 유래’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어린이들은 문화재에 대한 접근을 쉽도록 글자의 공간을 디자인하는 ‘묘법연화경 캘리그라피’체험 그리고 목어필통 만들기, 전통문양인 칠보문양과 만다라를 그리며 내면의 여행을 떠나는 ‘마인드래치’체험 등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의 손에 휴대폰 게임보다 서로 이야기를 맞대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전통문양을 그리며 내면여행을 하는 ‘마인드드래치’체험.

여덟 살, 세 살 두 자녀와 함께한 김영숙(43) 씨는 “지인의 문자를 보고 사실 얼떨 결에 참석하게 됐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종교에 관계없이 참여해보니 아이들이 도량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모습이 정말 흐뭇하다”며 “아무래도 도심에는 뛰어놀 곳이 마땅하지 않아요. 휴대폰에 빠져 있던 아이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더 친근해진 것 같고, 다음에는 아빠를 꼭 데리고 와야겠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학균 스님은 현 선덕사의 창건 유래를 설명하며 “선덕사의 현 대적광전은 주불을 법신인 비로자나불을 모신 금당으로 1987년에 시작하여 1993년에 완공되었다”며 “선덕사 대적광전은 이처럼 축조시기가 짧지만, 제주도내 사찰 금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중층 목조로 축조되어 있는 등 사찰 건축물의 연구 자료로서의 학술적 가치가 높아 문화재자료로 지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그 원력은 화주이신 조 보현월 보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제가 법당을 지으려면‘국보인 화엄사 각황전 사진을 보여드리며 이렇게 지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후 말씀이 없으셨다”며 “계절이 바뀐 후 저를 부르시더니 ‘재산을 다 털어서라도 스님이 말씀하신대로 짓겠습니다. 스님과의 보통 인연입니까. 우리 가족에게 의지처가 되어주신 그 인연 불사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말씀에 이렇게 여법한 대적광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묘법연화경의 애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학균 스님.

이어 스님은 “불자는 책임이 있습니다. 부처님 사상에 대한 의미를 얼마나 이해하시는 줄은 모르나 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며 사명감을 갖고 계시는지요. 몇 몇 불자들은 부처님과 거래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마음으로는 절대 절에 다니지 마십시오. 불교를 믿는 불자의 자세가 아닙니다.‘사람이 곧 부처다.’ 즉, 종교는 사람에 의해 시작됐습니다. 부처님이 유일하게 고행과 공부를 통해 사람은 자비심으로 행복의 길에 이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극락에 가기 전 불행과 행복하게 사는 두 갈림 길에서 잡아 주시는 게 부처님의 말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 스스로 그 법에 의지하여 맑혀야 합니다.”라고 참 불자의 자세를 강조하며 이날의 묘법연화경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어 참석자들은 스님의 안내를 따라 ‘옛 발자취를 찾아 선돌 숲길 탐방’에 나섰다. 숲이 우거진 힐링코스로 안성맞춤인 쌍계암 터로 향하는 길은 햇살에 부딪혀 쉴 새 없이 춤추며 빚어내는 찬연한 세상을 만들어냈다. 

스님은 조선 중기 백호 임제가 남긴 제주기행문 ‘남명소승’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1578년 2월 15일 존자암 주지 청순스님의 안내로 백록담을 등산한 후 지금의‘선돌’로 하산하면서 쌍계암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다음날 영천사지를 지나갔다.”라고 적혀있는데 당시 임제는 이 절이 두 계곡 사이에 있기 때문에 쌍계암이라 했다. 
이처럼 쌍계암을 참배한 이들은 그 옛 사찰의 법맥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체득하는 시간이 됐다. 

전통산사문화재를 기획한 최영범 선덕사 부회장은 “신도님들에게 공지만 해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여해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줄 몰랐다”며 “100여명 이상이 동참해 준비했던 공양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최 부회장은 “일등만 강요하는 아이들에게, 사리사욕에 물든 현대인들에게 정신적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산사”라며 “사찰이 소유한 문화재 프로그램을 공유하며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게 바로 이번 행사의 취지”라고 말했다.

또한 최 부회장은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에 개최되는 전통산사문화재 프로그램에는 관광객과 도민을 나눠 진행할 예정”이라며 “5월 14일과 10월 15일 마련되는‘사찰건축학개론’은 유명 건축학과 문화재 관련 강사를 초청해 고건축에 대한 인문학 강좌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인문학 강좌에 관심이 많은 불자들의 많은 동참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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