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의 미래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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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의 미래를 꿈꾸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4.2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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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차별 없는 세상,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봉축표어에 맞게 사바세계의 무명을 밝히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의 뜻을 되새기고 이를 유정중생들에게 회향하기 위한 봉축행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가난한 여인 난다가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했듯 불기 2561년‘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도내 곳곳마다 불자들의 심력(心力)으로 연등이 설치되면서 연등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양약(良藥)으로 삼아 잘 듣고 생각하여 그대로 실천하는 보살의 삶을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 물어 본다.  

한국불교의 현 주소는 이렇다. 출가인원 감소와 고령화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 가고, 신도 수의 감소로 신행 공동체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또한 이 시대에 적절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불교 현안은 종단 시스템의 개혁, 기독교 신학 교육과정을 뛰어넘는 승가교육체계의 개선, 깨달음의 사회화에 대한 이해, 출가와 재가의 전통적 상호관계 재정립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영축총림, 해인총림, 조계총림을 포함한 8개 총림의 위상이 출가자 급감에 흔들리고 있다. 승가공동체가 이미 저출산 고령화의 늪에 빠진 우리 사회의 역풍을 맞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종교 열기가 남다른 국가 가운데 하나다. 전국의 명산 곳곳마다

불교 사찰이 자리한다. 서구 자본주의 세력에 힘입어 개신교는 유례없는 거대화·기업화로 교세를 확장하면서 지난해 기준으로 불교의 신도 수를 능가했다. 천주교는 특유의 공동체적 성격을 강조하며 최근 들어‘화이트칼라’교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왕경(仁王經)에는 번성한 후에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성자필쇠(盛者必衰)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불교가 이미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다면 서둘러 다시 성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 아닌가.

조계종단은 최근 한국불교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백년대계를 모색하는 조계종 공식 기구를 출범시켰다. 지눌의 정혜결사에서 봉암사 결사에 이르기까지 1000년의 불교사에서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결사들은 선각자가‘부처님 법대로’살아갈 것을 주창하고 이를 공감하는 대중들의 동참과 실천이 있었기에 그 열매를 맺고 해동불교의 정맥이 계승된 것이 아닐까 한다.

돌이켜보면, 제주불교 또한 한국불교의 종속변수이지 상수(常數)는 아니었다. 한라산이 있음에도 총림은 없고‘기복신앙’에 치우쳐 만천하에 내놓을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하였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로다. 참 결사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역사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인들은 명상과 수행, 힐링 등의 자기 계발 욕구가 높고, 그 반면 제도화된 기존의 종교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  

제주는 국경과 종교를 초월하여 명상의 섬, 힐링과 치유의 섬으로 부상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불교 지도층의 개혁의지와 보살의 자등명(自燈明)이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초파일을 앞두고 잔잔한 기쁨이 넘치는 미묘한 노래와 음악으로 공양하는 도내 28개 불교연합합창단의 합주(合奏)는 경이롭다. 여기에 대길상경 등을 콘텐츠하거나 기술수준을 더 높인다면 새로운 보살상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차별 없는 세상, 평등한 세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종단과 각종 재가신행공동체를 초월한 무진장(無盡藏) 결사체가 구성된다면 제주불교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명상마을 짓기의 터전이 튼튼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제주는 한국불교가 나아갈 방향을 표시하고 있다. 제주에서 새로운 한국불교의 미래를 본다. 꿈이 있던 시대를 그리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꿈을 가질 수 있는 인구 100만이 상주하는 세계국제자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별 하나가 행복하면 밤하늘 전체가 행복해지고, 섬 하나가 평화로우면 바다 전체가 평화가 된다. 법을 깨달아 마음이 기쁜 자는 홀로 있어 행복하고 자비로운 마음은 세상을 이롭게 한다. 불자 모두 세상의 어둠을 밝혀주는 별이 되고, 고해에서 표류하는 중생이 귀의하여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섬이 되자. 
/김승석 (본지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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