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문답의 긴 경 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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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문답의 긴 경 ⑹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4.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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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경전으로의 초대 <378>

《맛지마 니까야 : M43》

11. [마하꼿티따] “도반이시여, 바른 견해[정견]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조건이 있습니까?

[사리뿟따] “도반이시여, 바른 견해가 생기는 데에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다른 이로부터 듣는 것과 지혜롭게 마음에 잡도리함입니다. 도반이시여, 이 두 가지 조건이 바른 견해를 생기게 합니다.

【해설】

정견(正見)은 팔정도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팔정도는 열반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고 그 수행의 목적이 지혜를 증득함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견은 고집멸도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명확히 아는 것을 말합니다. 또 정견은 사성제(四聖諦)를 통찰하는 것 말고‘업보(業報)에 업(業)이 없고, 업에 업보가 없어서 그 둘은 각각 공(空)하지만 업이 없이는 업보가 없다’는 진리를 아는 것을 말합니다. 중생들은 모두 자기가 지은 업의 주인이자 상속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본경에서 사리뿟따 존자는 위빠사나의 바른 견해와 도의 바른 견해에 한정하여 말씀하신 것이라고 주석서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현재 찰나적으로 일어나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있는 그대로’마음챙김-알아차림(sati. 念)을 하는 수행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마음이 현재를 있는 그대로 직관하는 현재를 깨어서 보는 알아차리는 행위를 하는 것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으로 현재를 있는 그대로 깨어서 보는 수행자는 매 찰나 자신의 관념과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서 좋고 싫음에 시비하지 않고 수용하기 때문에 번뇌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만나는 모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오직 자신의 경험에 의한 정보를 가지고 자신만의 색안경으로 대상을 판단하고 분별하며 살아왔습니다. 이와 같이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온갖 번뇌와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는 바른 안목-바른 견해가 없으면 매 순간 고통을 재생산하는 일만하게 됩니다. 몸과 마음에 대한 법의 성품을 통찰하는 안목이 생기고, 이렇게 생긴 통찰지혜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 대한 잘못된 견해와 집착을 놓게 해 줍니다. 그리하여 매 찰나 일어나는 느낌과 생각과 갈망의 노예에서 벗어나 바른 생각과 말과 행위에 터 잡아 모든 괴로움이 소멸된 최고의 행복인 열반에 이르게 합니다.  

도(道)의 바른 견해는 번뇌를 만나면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그 원인과 조건을 알아차려 번뇌를 밝은 지혜로 바꾸어 가는 수행입니다. 어떻게 일체의 번뇌를 끊어 소멸시킬 수 있을 것인가? 『모든 번뇌의 경』(MN 2)에서 그 해답이 실려 있습니다. 

“이치에 맞지 않게 정신을 쓰면 아직 생겨나지 않는 번뇌가 생겨나고 생겨난 번뇌는 더욱 증가한다. 그러나 이치에 맞게 정신을 쓰면 아직 생겨나지 않는 번뇌는 생겨나지 않고 이미 생겨난 번뇌는 끊어진다.”

여기서, 이치에 맞게 정신활동을 한다(yoniso manasikāra)는 의미에 대하여, 전재성 교수는 ‘연기(緣起)의 원리에 맞게’라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한역(漢譯)하면 여리작의(如理作意)로 표현합니다. 비구 보디는 ≪상윳따 니까야≫의 번역에서‘주의 깊게 주의를 기울임’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막대기로 북을 치면 북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어떤 남자의 눈에 아름다운 얼굴과 늘씬한 몸매를 지닌 어떤 여인의 모습이 비칠 때 시각의식이 일어납니다. 그 찰나에 외모가 영원하다든가 아름답다는 표상을 마음에 지혜롭지 못하게 잡도리하면 감각적 욕망이라는 번뇌와 함께 보는 것이 됩니다. 

반감(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에 대해 지혜롭지 못하게 주의를 자주 기울이기 때문에 아직 생겨나지 않는 성냄을 생겨나도록 조장하고, 이미 생겨난 성냄을 늘리고 드세게 만드는 자양분이 됩니다. 초발심 수행자는 먼저 선지식을 찾아 법문을 청하고 바른 정견을 갖추어야 바른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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