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始原)에게<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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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始原)에게<4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5.0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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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서상영

어머니가 보고 싶어 바다에 갔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바다에 돌을 던졌다

나는 꽤나 웃어댔다

바다약국에 들러 웃음에 아프지 않은

약을 사 먹고 잠이 들었다

파란 꿈을 꾸었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물 아래 던진 돌이 혼자서 놀고 있었다

 

어머니 앞에서 우리는 아이가 된다. 구순의 어머니 앞에서 칠순의 아들은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 이 시의 화자는 어머니가 보고 싶어 바다에 갔다.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주는 어머니와 닮았다. 그곳에서 화자는 우는게 아니라 웃는다. 너무 슬프면 웃게 되는 걸까. 눈물만 흘리며 살 수 없을 때 우리는 하릴없이 웃는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바다에 돌을 던졌는데 물 아래 던진 돌이 아이처럼 혼자서 놀고 있다. 시를 쓰는 나는 어머니에 대한 시를 쓰기가 가장 어렵다. 오늘 그 까닭을 이 시를 읽으며 생각하게 되었다. 어머니 앞에서 나는 시인이기 이전에 아이이기 때문이다. 혼자 놀고 있으면 나를 찾아 부르는 소리는 파도소리였다.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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