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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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5.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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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진리를 찾는 순례 길에서 我를 보다’라는 주제로 문경 봉암사와 은해사, 백흥암, 거조암을 참배했다. 제주불교신문사의 기획으로 ‘선방의 수좌스님에게 대중공양’이란 의미도 있었지만 제주가 고향인 적명스님을 알현 하는 일이 큰 목적이다. 봉암사에 주석하시는 적명스님은 성철스님의 뒤를 잇는 큰스님으로 존경받고 있어서 마음이 설레었다.

삼십 년 전, 초파일에 맞추어 갔을 때에는 큰 법당에서 삼배만 하고 나왔었다.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던 그곳에, 취재기자의 끈질긴 방문과 설득으로 이 년 전에야 스님의 모습을 드러내어 제주에 알려지게 되었다. 적명스님은 참선으로 일생을 보내었고, 수좌 중에 수좌로 칭송 받으며 선방스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스님은 관음사를 창건한 김석윤 스님의 손자이시다. 삼 대가 출가를 한 집안내력만 보아도 불교계에서도 주목 받을만하다. <제주 의병탑>에 독립유공자로 기재되어 있지만 은둔만 해오다가 전 국민이 전산화되면서 어쩔 수없이 유공자혜택을 받게 되었다. 

그 조차도 드러내기를 꺼려하시던 스님의 마음은 이미 어렸을 적 제주 고향에 머물러 있었다. 안봉려관스님과 할아버지인 김석윤스님의 힘이 없었다면 제주불교는 어떻게 되었을까.

참가한 도반 사십 여명은 삼배를 올리고 법문을 청하였다. 스님은 고향의 향취를 느끼는 듯 온화한 품성과 여든의 고령을 체감하지 못하게 설법하는 내내 쩌렁거렸다. 법화경과 화엄경에서 추구하는 것과 초기경전에서 말하는 것도 중도사상이 핵심이라 하였다. ‘중도는 불이성’이라는 핵심을 쉽게 풀어 주셨다. 동전의 양면이 다른 것을 하나로 보는 것, 다른 것과 같은 것이 하나라 하였다. 도반들은 참선요령과 화두를 배운 대로 선방에 벽면 가부좌 자세로 앉아 묵언 참선 체험을 하였다. 중심 화두는‘개에게도 불성이 있는가’였다. 동물 중에서도 개와 인간이 다른 점이 무엇일까. 몇 년 전에 원효대사의 열반성지인 골굴사에 갔었다. 그곳은 한국의 둔황 석굴로 여긴다는데 산자체가 바위굴로 원효대사가 대오(大悟)정각(正覺)한 해골모습이다. 그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절이다. 벽과 천정이 돌로 되고 열두 굴마다 부처님이 모셔진 것도 경이로웠다.

올라갈 때 무심코 지나친 동아보살 공덕기 제막상이 눈에 뜨인다. 강아지상이 세워져 있다. 읽어보니 겨울에 태어나 새벽마다 스님 곁에서 예불을 동참하여서 동아보살이라 지었다. 조선후기 때 전소 되어 폐사지 절을 지금의 주지스님이 대적광전을 세우려고 수행할 때에 동아보살은 업둥이로 들어왔다. 특이한 점은 강아지도 살생을 금지하여 스님과 같은 수행을 했다는 일이다. 이 강아지는 전생에 인간이었나. 

말년엔 치매와 중풍으로 고생하다 죽음을 예견했던지 가출하여 열흘 만에 주검으로 수습되었다. 스님은 동아보살의 공덕을 높이 사면서 ‘다음 생에는 인간으로 태어나라.’하며 49재까지 정성을 다해 지내주었다.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지금은 대안학교인 화랑사관학교와 템플스테이가 잘 되고 있는 절이다

수행의 올바른 길은 무엇일까. 화두에 든 동안‘개에게도 불성이 있다.’란 귀에서 이명이 들리며 뜨거운 에너지가 온몸을 휘돌아 나온다. 사람으로 태어났는데 강아지의 불성만도 못하다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까. 

수좌중의 수좌로 내려놓은 적명스님. 환영이 그려지며 다시 한 번 알현하고 싶다.

/고미선 (혜향문학회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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