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닦을 수 없는 공덕…살아서 짓는 생전예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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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닦을 수 없는 공덕…살아서 짓는 생전예수재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5.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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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에는 윤달(6월 24일, 윤 5월 1일)이 되면서 대부분의 사찰에서 생전예수재를 봉행할 예정이다. 사찰에서 웬‘예수재’인가 싶은데 여기서‘예수’란 그리스도교 창시자 예수(Jesus Christ)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예수재는‘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의 줄임말로 미리 예(豫), 닦을 수(修)자를 써서 살아있는 사람이 죽기 전에 자신의 공덕을 미리 닦는 것을 말한다. 윤달을 맞아 생전예수재의 의미와 그 사이에 불자가 닦아야 할 공덕에 대해 싣는다. <편집자 주>

 

참회하고 지계와 보시의 
실천적 수행의 의미 담아

 

예수재란 시왕님께 죄를 사해달라며 죽기 전에 빚을 갚는 것이다. 여기엔 인간은 죽어서 시왕들의 심판을 받는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심판을 하는 왕 중 핵심은 염라대왕이다.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10명의 시왕이 있다.

#예수재의 진정한 의미, 실천적 수행
예수재는‘예수시왕생칠재(豫修十王生七齋)’의 줄임말로 자신의 49재를 미리 지내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윤달에 즈음해 예수재를 지낸다. 이는 윤달에 어떤 하기 어려운 일을 하면 탈이 없다는 오랜 믿음 때문이다. 불자들은 예수재를 통해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지계와 보시를 실천함으로써 복을 짓는 계기로 삼는다.

한편으로 불자라면 부지런히 경전을 독송해 불법의 진리를 깨닫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는 것이 불자의 첫 덕목이다. 다음 생의 복업을 미리 닦으려고 금생에 49재를 지내는 전통의식이다. 흔히들 예수재를 자신의 극락왕생을 비는 ‘기복신앙’이라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 이는 예수재의 본지를 흐리는 말이다. 예수재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적 수행에 있다.

49재나 천도재가 죽은 뒤에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것과 달리 예수재는 스스로 기도를 통해 공덕을 쌓고 사후를 대비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이는 개인의 수행과 공부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그럼 생전예수재는 어떤 역사적 배경을 타고 우리곁에 왔을까.

예수재는 옛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 나름의 답을 내리고 위안을 주는 의식이다. 불교 사찰에는 사후세계를 관장한다고 믿는 지장보살과 지장보살을 보좌하는 시왕 등을 모신 명부전이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의 마지막 남은 한 사람도 없을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짐한 보살로, 지옥으로 떨어진 중생을 구제한다는 커다란 원력을 지녔다. 

저 세상을 이야기할 때 주로 지옥과 그곳의 무서움에 대해 이야길 많이 하는데, 예수재는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생전에 미리 준비하는 의례다. 또 이런 바람을 담고 있는 신앙이 명부신앙이다.

 

#죽음이란 극락왕생과 지옥 두 가지
죽음 이후를 크게 두 가지 세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세상이란 극락왕생과 지옥이다. 극락왕생에 들기 위해 우리 불자들은 ‘나무아미타불’ 정성스럽게 념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지옥에 있거나, 앞으로 지옥에 갈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생전예수재다. 

예수재의 절차는 여러 신을 모신 각 단에 공양해 공덕을 쌓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정신적 빚과 물질적 빚을 지게 된다. 여기서 정신적 빚을 갚는 방법은 불교경전을 읽는 것이고, 물질적 빚은 돈으로 갚는다. 그래서 예수재 참석자들은 경전을 읽고 보시를 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예수재란 시왕님께 죄를 사해달라며 죽기 전에 빚을 갚는 것이다. 여기엔 인간은 죽어서 시왕들의 심판을 받는단 생각이 깔려있다. 심판을 하는 왕 중 핵심은 염라대왕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염라대왕은 원래 인도에서 죽음을 관장하는 신으로 염마왕(閻魔王)으로 불렸다. 염마왕은 사실 인간 중에서 가장 먼저 죽은 사람이다. 죽은 후 “이제부터 죽은 이들은 내가 다 관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로부터 많은 대신들을 거느리고 죽은 자들을 다스렸다. 이런 염마왕이 중국으로 건너와 도교의 영향을 받고, 다수의 시왕 중 한 명의 왕 자격으로 격하됐다. 시왕들을 보면 전부 중국 관복을 입고 있다. 재판 또한 중국 관료조직 개념을 받아들인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왕은 총 10명이다. 이것은 죽은 이를 위해 지내는 천도재가 77재(七七齋), 100일재, 소상(小祥), 대상(大祥) 등 10번 지내는데 이를 심판받는 과정으로 보아 각 심판관을 10명 정한 것이다. 염라대왕은 이 중 5번째 시왕이다. 인도 염마왕 신화가 중국의 도교, 유교와 접합해 다른 의미로 변화한 것을 알 수 있다.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10명의 시왕
10명 시왕의 이름을 살펴보면, 시왕 중 제일 첫 번째가 진관대왕(秦廣大王)이다. 진관대왕은 죽은 사람이 첫 번째로 맞이하는 7일 동안의 재판을 관장한다. 그리고 죽은 자들을 질책해서 죄짓지 말고 잘 살라고 말해주는 권선징악적 존재다. 

두 번째는 초강대왕(初江大王)이다. 이는 초강에서 망인이 삼도천을 건너는 것을 살펴본다는 뜻이다. 삼도천을 건너는 사람들은 착한사람ㆍ보통사람ㆍ죽을죄를 진 사람 3분류로 나눠 다른 다리로 건넌다. 당연히 악인이 건너는 나루터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세 번째 송제대왕(宋帝大王)은 저승에 살면서 죽은 사람의 21일째까지 관장한다. 죄의 가볍고 무거움에 따라 죄인을 각각의 지옥으로 보내는 일을 맡았다. 네 번째 오관대왕(五官大王)은 죽은 자의 생전 죄업의 무게를 달아서 심판하는 왕이다. 그 유명한 염라대왕(閻羅大王)은 다섯 번째 왕이다. 염라대왕은 죄업을 보고 죽은 자의 다음생을 결정한다. 불교에선 죽는다는 말 대신 열반에 든다고 표현하는데, 사실 열반에 들어야 진짜 죽음이란 생각이 깔려있다. 그렇지 않으면 업장에 의해 육도를 윤회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이다.

업경대(業鏡臺)는 인간의 죄를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인데 여섯 번째 변성대왕(變成大王)은 염라대왕 앞에서 업경대에 죄를 비추어 재판을 받고도 죄가 남은 사람이 있으면 지옥에 보내는 일을 맡았다. 일곱 번째 태산대왕(泰山大王)은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아수라도, 인간도, 천상 등 죄인이 태어날 곳을 자세히 정해 주는 왕이다. 평등대왕(平等大王)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맞이하는 백일의 일을 관장하고, 공평하게 죄와 복을 다스린다는 뜻에서 이름을 붙였다. 아홉 번째 도시대왕(都市大王)은 명부에서 죽은 자가 맞이하는 1년째 일을 관장하고, 사람들에게 법화경 및 아미타불 조성의 공덕을 말해 주는 왕이다. 

마지막 열 번째 전륜대왕(轉輪大王)은 죽은 자가 맞이하는 3년째의 일을 관장하고 죽은 자들은 최후로 전륜대왕 앞에 이르러 다시 태어날 곳을 결정하게 된다. 

불기 2561년 윤 5월을 맞아 도내 불자들은 예수재 동참을 통해 자신의 허물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 참 불자로 거듭나는 기회의 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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