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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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5.1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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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종 선생과 함께 가는 사찰순례(39)

2011년 7월 7일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2018년 2월에 열리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우리나라가 확정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 번 도전 끝에 마침내 유치하게 되었다. 당시 세계 최고의 피켜스케이트 선수 김연아의 감동적인 연설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 동계 올림픽이 내년에 열리는데 주경기장이 있는 곳이 강원도 평창이다.

평창은 백두대간의 허리라 할 수 있는 대관령을 끼고 있어서 옛날부터 산이 깊은 청정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평창이 동계 올림픽지로 선정된 것도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고 기온이 낮아 겨울 스포츠를 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평창군내에 있는 유명 관광지로는 오대산국립공원, 대관령 하늘목장, 봉평에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의 생가와 오대산 안에 있는 월정사, 상원사 등의 고찰을 들 수 있다. 특히 월정사와 상원사는 비록 한국전쟁 동안에 폐허가 된 후 재건되었지만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산중사찰로 볼거리가 쏠쏠하다.  

월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로 속초에 있는 신흥사(제3교구 본사)와 함께 강원도에 있는 조계종에 속한 사찰들을 총괄하는 절이다. 주요 말사로는 자장율사가 가져온 진신사리를 나누어 보관하고 있는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두 곳인 상원사와 사자산 법흥사가 있다. 월정사로 가려면, 자가용으로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 방향으로 가다가 진부IC에서 월정사 이정표를 보고 빠져 나가 15분 정도 산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버스로는 서울의 동서울이나 남부버스터미널에서 월정사 인근의 진부버스터미널까지 2시간 반 정도 걸린다. 거기서 시외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월정사가 나온다. 서울에서 총 3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있다.

월정사가 있는 오대산은 중대를 중심으로 동대, 서대, 남대, 북대가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 다섯 개의 연꽃잎이 둘러 싼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오대산이라 불린다. 우리나라의 옛지명은 불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금강산에 있는 여러 지명은 우리나라의 전통과 불교, 도교 등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특히 불교와 관련된 이름으로는 먼저 산이름인 금강은‘금강반야바라밀경’에서 비롯되었고, 최고봉인 비로봉은 비로자나부처님을 의미하며, 그외에도 석가봉, 관음봉, 미륵봉, 문수봉, 수미봉, 지장봉, 시왕봉 등의 봉우리이 있고, 산중 곳곳에 있는 불정대, 명경대, 천불동, 금강문, 극락문, 마하연, 열반폭포, 금강폭포 등의 명소도 불교에서 비롯된 것으로 산 전체가 불국토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려시대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의 탑상편‘대산오만진신’조에는 자장율사가 강원도 오대산을 문수보살의 상주처로 삼게 되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 유학 중 유명한 태화지에 있는 문수보살상 앞에서 7일동안 기도를 올리는데 문수보살이 늙은 승려로 변하여 자장에게 계를 전해주며“너희 나라 북쪽 명주 땅에 오대산이 있는데, 1만이나 되는 문수보살이 항상 머물러 있으니 그곳에 가 뵙도록 하라”고 했다. 자장율사가 신라로 귀국한 후 문수보살을 뵈러 오대산에 들어와 암자를 짓고 머물던 곳이 바로 월정사다. 이렇게 자장율사가 오대산을 문수보살의 상주처라고 한 이래, 후대로 내려오면서 오대산에는 문수보살뿐만 아니라 5만이나 되는 다른 불, 보살이 상주하고 있다는 오대산신앙으로 발전하게 된다. 즉 동대 만월산은 1만 관음보살이, 남대 기린산에는 8대 보살을 필두로 한 1만 지장보살이, 서대 장령산에는 무량수여래를 필두로 1만 대세지보살이, 북대 상왕산에는 석가여래를 필두로 5백 대아라한이, 중대 풍로산은 비로자나여래를 필두로 1만 문수보살이 상주한다는 것이다. 이런 오대산에 대한 불교식 장엄이 확장된 것은 중국의 오행사상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본다. 오행사상과 중국의 밀교가 결합하여 동서남북 네 방위와 중앙에 모두 다섯 부처님이 상주한다는 오방불 신앙이 이루어졌고, 그 예로 중국에서는 산서성에 있는 청량산에 동서남북중 다섯 곳에 대를 세워 오대산이라 부르며 불교 성지로 삼았다. 이러한 중국의 오대산과 오방불 신앙이 신라에 들어와 신라 실정에 맞게 변형된 것이 바로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에 전하는‘오대산에 있는 5만 진신’이야기이다.   

현재 오대산에는 산 입구에 월정사가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상원사가 자리하고 있다. 동대에는 관음암, 남대 지장암, 서대 수정암, 북대 미륵암이 방위에 따라 자리하고 있고 중대에는 사자암과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가져왔다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다. 이 적멸보궁은 네 곳의 대로 둘러싸인 연꽃으로 보면 화심에 해당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오대산의 임구에 자리잡은 월정사에는 절 못지않게 유명한 곳이 있다. 바로 일주문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천년 숲 선재길이다. 겨울에 관광객이 아무도 없을 때 홀로 아름들이 전나무가 나란히 서있는 길을 걸으면, 숲에서 전하는 바람과 그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 얼어붙은 시내 안에서 흐르는 물소리에 자신이 시성 이태백이 되어 그가 쓴 산중문답의 한 구절,‘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일컫는 말)’에 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따금 들리는 산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아니면 나그네는 영원히 꿈에서 깨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어느 계절이라도 좋다. 수백 년 된 전나무길을 걸으며 불국토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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