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대학이 나에게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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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대학이 나에게 준 선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6.08.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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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제주불교 중흥조 봉려관 스님 탄신 151주년 기념 제2회 신행수기 공모 가작

제주불교 중흥조 봉려관 스님 탄신 151주년 기념 제2회 신행수기 공모에서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통해 인생의 아픔을 희망으로 전환해 가는 감동적인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호에는 가작 고한철 불자의‘기도하는 마음’을 싣는다. <편집자 주>

 

내가 절에 발을 들여 놓은 지는 채 일 년도 되지 않는다.

아직은 불교 새내기이다. 지난 여름휴가 때 무심히 사찰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고 그곳 주지스님의 권유로 새벽기도를 다니게 된 것이 이곳 불교대학에까지 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불교에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 108배는 무엇을 위하여 하며 기도를 하면 부처님께서 들어주신다고 하는데 정말 부처님은 계시는지......, 얼굴을 뵐 때마다 이런 저런 두서없이 쏟아지는 나의 질문에 스님께서는 「불교성전」을 건네주시면서 읽고 또 읽어 보라고 하셨다. 그날부터 휴식시간이든 잠잘 시간을 아껴가며 꼬박 세 번을 반복하여 읽고 난 후 스님께 찾아가 “저 불교대학 다녀오겠습니다.”하니 스님께서 껄껄 웃으시며 이곳을 추천해 주셨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째,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나의 마음이 차츰차츰 긍정적인 사고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생각 고쳐먹음으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졌으며 미간에 11자 주름을 칼같이 세우던 나의 얼굴상이 부드럽게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변화로 인한 가장 큰 수혜자는 남편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지붕아래 같이 살면서도 남편은 하숙생이나 다름없었다. 늘 자기 일에만 매달려 사는 남편이 어느 날 부터인가 꼴 보기 싫어지고 대화는 점점 단절되어 갔다. 결혼 초, 서로 사랑하며 잘 살아보자던 굳은 약속은 이미 엿 바꿔 먹은 지 오래되었다. 삶이 팍팍하고 지쳐갈수록 서로에게 살쾡이 발톱 같은 날을 세우고 입으로는 온갖 독기를 뿜어내며 치명타를 입히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내가 이 사람과 결혼만 하지 않았어도…….’ 이 소리를 하루에도 열두 번씩은 되뇌었었다. 

어느 날, 금강경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아둔했었는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나 가슴을 치게 되었다.  다음날 새벽 나의 어리석음을 부처님께 고백하고 바로 3.7일 참회기도에 들어갔다. 108배를 하며 무조건“부처님 잘못했습니다. 참회합니다. 남편이시여, 나를 용서하소서. 그리고 복 받으소서.” 물론 처음부터 불보살님의 가피력을 믿고 시작한 기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남편도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차 한 잔 마시며 조곤조곤 대화도 나누고 영화  보러 가자는 제의도 해 온다. 이 정도만 해도 ‘부처님 감사합니다.’ 백 천만번 절해도 아깝지 않다. 내친김에 조금 더 달려보자 하고 아침 불교방송을 틀어놓고 남편이 보는 앞에서 예불도 같이 따라하고 목탁소리에 맞춰 108배도 해 보았다. 남편이 미쳤다며 실실 웃어대긴 하지만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스님 법문을 틀어 놓고 보고 있으면 어느새 옆에 와서 같이 귀 기울이고 있으니 말이다. 불교의식 어떤 행위도 같이 하자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느낄 수 있다. 조만간 두 손 맞잡고 일주문을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것을.

딸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얼마 전, 딸이 느닷없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친구들끼리 좋은 엄마 뽑기를 했는데 엄마가 당첨이 됐고 친구들은 모두 자기랑 쌍둥이로 태어났으면 좋았겠다고 하며 부러워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엄마들이 설거지라도 해 보고 싶다고 하면 저리 가서 공부나 하라며 밀쳐낸다는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친구들 데려와서 쿠키도 만들어 보게 하고 간단한 요리도 해 볼 수 있게 해 줘서 엄마 덕분에 나도 인기가 좋아졌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별것 아닌 일이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소중했구나 싶어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아이들이 내 소유물이 아니라 전생의 어떠한 인연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 나랑같이 한솥 밥 먹는 고마운 인연이 되었구나! 감사하다는 마음을 내고 아이들에게 가졌던 과한 욕심 내려놓으니 가족 모두가 얼굴이 환해 졌다. 내가 불교대학에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조그마한 깨달음이라도 얻지 못했다면 내 얼굴은 지금도 성난 늑대처럼 으르렁 거리고 있을 것이다.

둘째, 내 삶의 활력소가 생겼다는 것이다.

불교대학은 나에게 비타민과 같은 존재였다. 일주일에 두 번 듣는 수업, 그 시간은 총알같이 지나갔다. 강의를 하시는 스님들께서 한 순간도 잡념이 들락거릴 여유가 없게 열정적이셨다. 나 또한 한 말씀도 흘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업에 몰두했다. 여러 번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니므로 조금이라도 더 배워가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강의시간 필요한 책은 꼭 미리 읽고 가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렇게 했다. 지난 6개월간 거실에는 TV가 꺼져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항상 거실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늦둥이 딸도 변하기 시작했다. 두 달쯤 지난 어느 날부터 거실 책장에서 책을 한 아름씩 안고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하하……. 공부해라 책 좀 읽어라 백번 소리 지르는 것보다 훨씬 잘 듣는 명약이 여기에 있었다. 

셋째, 자비보시를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현재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서 해보자.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가 생겼다. 그래서 잠자고 있던 간호사 자격증을 복원시켜 놓았고 지금 하고 있는 청각관리사로서의 일도 좀 더 잘 배워서 청각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좀 더 높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봉사단체에도 가입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봉사활동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감사할 줄 알고, 아이들에게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항시 마음속에 간직하면 행복은 우리에게 미소 지으며 달려온다고 했다.  베풀면 베푼 만큼 가난해 지는 것이 아니라 자비, 지혜, 행복, 자유, 영광의 법계가 나와 한 뿌리가 됨을 불교대학을 통해서 배웠다.

/강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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