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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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배웁니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6.07.15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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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제주불교 중흥조 봉려관 스님 탄신 151주년 기념 - 제2회 신행수기 공모 우수작

제주불교 중흥조 봉려관 스님 탄신 151주년 기념 제2회 신행수기 공모에서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통해 인생의 아픔을 희망으로 전환해 가는 감동적인 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호에는 우수작 허명희 불자의 ‘행복을 배웁니다’를 싣는다. <편집자 주>

 

흙탕물에서 피어난 연꽃같은 허명희 불자의 삶
산방굴사에서 관세음보살 고성염불 100일기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노래가사의 의미나 천수경의 정구업진언처럼 입으로 지은 죄가 많아서 일까요. 제 삶은 항상 마음이 녹아내리는 서럽다, 힘들다, 원망, 분노, 미움, 한국사람들이 저속하게 표현하는 말이 전부 제 가슴에 담아서 말을 내뱉었고 나만 잘했다고 남편에게 쏟아 붓다보니 남편과의 사이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 남편은 한국의 정서적인 가장의 의무를 다하려는 사람이 아니고 허황된 꿈에 방랑벽이 심해서 경제적 보탬이 전혀 없다보니 자연적으로 생활전선에 뛰어 들었고 사람 속에 치이고 내성적인 제 성격에서 여러 사람과 공존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남편에 대한 원망은 점점 늘었고 도움을 청할 대상자가 없는 저에게는 막연하나마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살게 해주십시오. 살아가게 해 주십시오’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염주를 쥐고 때론 머리맡에 놓고 울며 잠이 든 적은 수도 없이 많았고 어느 날 아침부터는 부엌 씽크대 위에 다기물을 떠놓고 삼배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부엌에는 절 달력을 달아놓고 다기물에 향 하나를 꽂고, 가족 이름을 부르며 매일아침 축원을 했고 경테이프를 틀어놓고 듣고 하다보니 같이 독송을 하고 싶어져서 천수경을 짬짬이 외우다보니 거의 일년에 걸쳐 외워지더군요. 

조금씩 천수경을 외웠다는 성취감이 생기니 천수경 독송에 신이 난 나는 반야심경 예불문을 막힘없이 독송이 되었고 몰두하다보니 조금씩 잡념이 사라졌습니다. 

뜻도 모르고 그냥 외우고 따라서 테이프 소리에 항상 흥얼거렸습니다. 그런 생활을 어느 정도 몸에 배어 가는데 또 남편은 걷잡을 수 없이 빚을 지고 그 빚을 저에게 떠맡기다시피(돈 빌리는 것은 너무 잘하는 사람인데 갚는 것은 제 몫이 되게끔) 엮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제 입에서 나오는 것은 악다구니뿐이었습니다. 

살아보려는데 어디까지 한계선이 가늠이 안 되었습니다. 얇은 월급봉투를 타고 집에 가면 한 시간도 못 만져보고 빚을 갚아도 턱없이 모자라는 생활이었습니다. 현재 결혼생활 동안 구걸하다시피 돈 융통 카드 돌려막기 캐피탈 대출 이율 높은 금리에 피 말리는 마이너스 인생살이를 잠결에까지 수없이 시달리곤 했습니다. 

대꼬챙이처럼 말라가니 친정식구들은 저를 많이 걱정했지만 제 사정을 전혀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눈물 마를 날이 없는 시간 속에서 매달리는 것은 부처님이었지요. 

남편은 나를 배신했지만 내가 다가선 만큼 부처님은 나를 배신 안 할 거라는 강한 믿음 하나로 금강경을 막연하게 사경하기 시작했고 뜻도 모르는 금강경을 108번을 채워보자는 원을 세워 쓰다보니 양쪽 부모님 중 누군가 먼저 돌아가시면 관 속에 넣어 드려야겠다는 또 다른 원이 되니 사경도 신났구요. 잡념이 사라지니 잠도 잘자지고 경제적인 어려움은 끝이 없었지만 어떻든 애들은 정서적으로 잘 키우자는 일념으로 틈틈이 3년정도 썼는데 79번을 쓰고는 결국 108번을 못채우고 2014년도에 갑자스런 시아버지의 죽음에 관속에 넣지못한 금강경 사경을 49재에 스님한테 사연을 말씀드려 태웠는데 49재를 지낸 밤 꿈에 아주 까만 덩치 큰 개 한 마리가 그림자만 있는 한 사람을 옆에 두고 앞마당 고인물을 벌컥벌컥 소리나게 먹고는 인사를 하는 꿈을 꾸어 주위에 물으니 큰 개는 저승사자고 영혼이 많이 애썼구나라는 한 어르신의 꿈 해몽을 해주더군요. 

남편과의 잦은 불화로 효도 한번 제대로 못한 게 막급후회합니다만 살아계실 때는 당신 아들 나무라지 못하고 저 혼자 애쓰는 걸 자꾸 봐왔던 터라 참고 살아달라는 유훈으로 받아들여지더군요. 

아무튼 숱한 사연 속에서도 천수경 예불문 반야심경 이산선사혜원발원문 법성계 화엄경약찬게 금강경찬 특히 이산선사혜원발원문 화엄경약찬게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경이구요. 지금도 꾸준히 길을 걷거나 앉아있을 때 항상 중얼거리는 (노래하다시피) 독송을 하고 있습니다. 

절에서 불공을 할 때 대중들은 책을 보며 독송을 따라하지만 저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쳐다보며 스님과 같이 자신있게 독송을 할 수가 있을만치 많이 매달리다보니 차츰 마이너스 인생에서 모으지는 못했지만 1억5천정도 가까이 제 월급으로만 철저한 약속을 지키면서 다 갚았고 그 와중에 딸이 살만하다는 집에 시집가서 정말 잘 살고 있구요. 아들 또한 이제 25살인데 정말 착하게 건장한 청년으로 잘자라 학비면제는 물론 장학금을 타면서 대학 4년 재학 중이구요. 아들 주위에는 선후배들이 끊이지 않고 인기도가 굉장해서 키가 1미터85인 내 아들은 항상 웃는 얼굴로 엄마를 찾고 나보다 더 큰 아들이 엄마엄마 부를 때 듣는 엄마 소리가 얼마나 기분 좋은지 그 기쁨은 저만이 느끼는 행복일 겁니다. 이 또한 부처님이 지켜주는 거라 생각합니다. 

현재 30년 결혼 생활에 15년 정도 남편과 산 것 같네요. 방랑벽과 바람이 끊이지 않는 여자 관계들...

저는 빚 없는 거에 삶의 만족을 하고 있고요 남편 생활도 겹겹이 두터운 업 때문에 저러고 살겠지 합니다. 누구나 소설같은 인생사는 다 있겠지만 백일기도를 저 나름대로 정해서 버스를 타고 산방굴사를 하루도 안 빠지고 억수같이 비가 쏟아질 때 산방 매표소 직원은 못 올라가게 하면 옆 절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설마 부처님이 날 해되게 할까라는 믿음에 겁 없이 굴사를 올라갔고 마장이 끼어서 (고막이 터져 버린 것같은 통증으로 걷지못한 어지러움에 자주 쓰러짐) 기도 중에 흔들림이 있었지만 하루도 안 빼고 굴사를 오르면서 관세음보살 고성 염불에 100일을 채워 10년 전 8월8일에 회향을 하였고, 죽음이 나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 때마다 가방 메고 정처없이 존자암 관음사 천왕사를 돌아다니기도 수없이 했습니다. 

가늠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제 삶을 바르게 잡아준 것은 오직 부처님이셨습니다.  제가 집에서 108배 하는 걸 자주 애들이 봐왔던 터라 아들딸도 법당에서 절을 하는 걸 주위 어르신들은 정말 곱게 절을 잘한다고 칭찬도 자자했습니다. 

2014년도 시아버지 49재에는 제 아들이 재 지낼 때까지 쉬지 않고 절을 하니 주위에서 칭찬으로 저에게 값진 행복은 이런겁니다를 부처님이 가르쳐주신 것 같습니다. 

남편에 대한 집착버리고 주말이면 집에 오는 아들을 기다리며 요즘은 화엄경약찬계를 잠결에서도 가끔 중얼거려지는 것 같아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저에게는 새롭기만한 팔양경을 1번씩이라도 거르지 않고 독송을 하며 충분히 혼자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거니 니거니 아비라 만례 만다례

이제 저는 많이 웃습니다. 버리면 얻는 게 있다는 걸 또한 배웠습니다. 부처님께는 ‘살게해주십시오’에서 ‘건강하게 해주십시요’로 바뀐 제발원에도 저 스스로가 너무 신기합니다. 

불교신문 수기 공모란 활자가 눈에 띄여 두서없는 글을 적어보았습니다만 그다지 배운게 없는터라 격식없이 용기를 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허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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