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천의 바람소리 1
상태바
무수천의 바람소리 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5.24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어릴 적 추억으로 우리 동네 친구들은 하나같이 무수천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머리가 없는 내라고도 하고, 물이 없는 건천 무수천(無水川), 지류가 수없이 많아서 무수천(無數川), 계곡에 들어서면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하여 무수천(無愁川)이라고도 부른다. 

무수천은 한라산의 정상에서 발원하는 용암열곡으로 하천 구간이 대부분 건천이면서도 상류 지역에는 용출하는 구간이 비교적 길고 수량이 풍부하다. 특히, 상류에서 만나는 Y계곡은 연중 용출하며 어승생 수원지의 젖줄이 되어 제주 시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있다. 하류로 내려가면서 여러 곳에서 용출하여 정수 지대를 이루며 외도 수원지에 이르러서는 지표면 위로 흐른다. 무수천은 Y계곡에 이르러서 하천의 모습을 띠기 시작하고 볼래오름 서북쪽과 영실 북쪽, 만수동산 일대에서 크고 작은 지류들이 합류한다. 만수동산에서 이어진 한라계곡은 어리목 하류, 한밝교 하류에서 본류인 Y계곡과 합류한다. 무수천은 천아오름 수원지 부근에서 많은 지류들과 합류하며 진달래소와 광령8경을 지나 외도다리 바로위에서 도근천과 만나 외도동 바다까지 약 25㎞를 흐르는 큰 하천이다. 

우리는 주로 진솟도(진수도)란 곳에서 놀았는데 거기는 사방이 돌로 울타리처럼 둘러쳐있어 어린이들이 가장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장소였다. 좀 커가면서 수심이 아주 깊은 들렁귀소 에까지 들락거리며 놀았는데 여기는 수심이 깊어 음산하고 사람을 물속으로 끌어들인다는 말까지 전해져 오싹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진솟도는 암석이 옆으로 길게 누여 길이 약70미터 가량 이어져 목욕을 하고 나면 바위에 올라가 몸을 말리면서 친구들과 이야기도하고 신발을 엎어놓고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올챙이나 송사리를 잡고 놀기도 했다. 무수천을 중심으로 해안 아이들은 오래소, 진솟도, 들렁귀소, 할아비소 등을 전전하며 놀았고, 큰넓궤나, 이층굴 등에서 박쥐도 잡기도 했다. 특히 진솟도에서는 이웃마을 아이들과 물 가장자리에 임의대로 중앙선을 그어서 양쪽 마을 아이들이 물 중심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다투면서 세를 과시하곤 했는데 또래보다 선배들이 많이 있거나 힘이 센 아이들이 있을 때는 작당을 하여 아예 상대편을 물 밖으로 쫓아버리기도 했다. 그러면 쫓겨난 아이들은 마을로 돌아가 선배나 많은 아이들을 불러 모아 다시 싸우러 오곤 했는데 그러면 서로 물가를 놓고 쟁탈전이 벌어졌다. 심지어는 돌멩이를 들고 마구 던지면서 끝까지 물가를 사수하려는 노력을 하였는데 싸움에서 지게 되면 은근히 며칠 동안 기가 죽어서 버스를 타고 다니기도 힘들었다. 그 당시는 차가 많지 않아서 제주시와 해안동을 거쳐서 고성까지 연결하는 버스가 하루에 몇 대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산간 마을 아이들은 같은 차를 타고 학교를 다녀서 거의 매일 버스 안에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전날 있었던 일을 선배들에게 고자질하여 동네대항 싸움이 붙기도 하였고, 점잖은 선배들은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라고 말하는 선배도 있었다. 아무튼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고 했는가? 지금은 다 어른이 되었고 친근하게 지내며 경조사도 돌아보는 이웃마을 친구들이 되었다.

/김승범(본지 객원기자·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