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의 노을 비낀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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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의 노을 비낀 자리에…”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05.24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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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청명한 하늘이 눈부셨던 지난 5월 셋째 주에 도내에서는 많은 불교행사가 열렸다. 특히 서귀포불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서귀포불교대학총동문회 한마음단합대회와 아름다운 전통사찰 선덕사에서 열린 전통산사체험과 순례길 걷기 프로그램은 불자들의 신심을 두텁게 하면서 오월의 햇볕을 더욱 찬란하게 만들었다. <편집자 주>

 

사찰건축학개론과 함께하는 전통산사체험
21일 선덕사에서…숲길 탐방 프로그램도

전통산사체험에 나선 불자들이 함께 걸으면서 백호 임제가 머물다간 쌍계암지에서 발을 멈추고 옛사람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조선의 사대부 백호 임제가 한라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머물렀다는 쌍계암은 지금은 그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이지만 여전히 사람들 손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경이다. 이 비경을 지난 21일 선덕사(주지 학균 스님)에서 마련한 김태일 교수(제주대 건축학과)가 들려주는 사찰건축학개론을 듣고 난 후 선덕사의 대적광전과 옥칠불전 등 불교적인 우주관을 품은직한 가람배치를 둘러보면서 참석자들이 함께 그 비경을 찾아나섰다. 

절을 따라 난 오래된 숲길은 마치 자연이 만들어놓은 법당처럼 조용하고 아늑했다. 서늘한 청량감이 온몸을 감싸주면서 자연이 뿜어내는 향기와 바람은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처럼 순수하고 맑았다. 

그러한 마음이 통했음인지 조선의 이름난 문인, 백호 임제도 여기 450여 년전 쌍계암에서 시 한 수를 남겼다. “신선을 벗하여 영지를 캐어 돌아오는 길 / 영천의 노을 비낀 자리에 석문이 열리면 / 저녁 예불 종소리 끊어진 적막한 산사 뿐 / 시냇가에 흐르는 달빛만 홀로 나를 비추네”고인의 떠난 자리에도 그 자취는 뚜렷이 남아 후손들에게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선덕사 주지 학균 스님은 “이곳은 두 개의 계곡물이 만난다고 하여 쌍계라고 해 절 이름도 쌍계암이라고 지은 것 같다”며 “백호 임제도 빼어나게 아름다운 계곡과 자연에 마음을 빼앗겨‘두타사에서’라는 시를 읊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함께 선덕사 전통산사체험에 나선 조명철 전 혜향문학회 회장은 “전국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치 아름다운 절과 순례길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도지정문화재자료 8호로 지정돼 있는 선덕사 대적광전과 함께 시지정 향토기념물 유산 제4호로 지정된 쌍계암지는 여전히 팬스가 둘러쳐져 있어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다”고 전하며 좀더 세심하게 보호하고 발전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마련된 전통산사체험은 선덕사에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사찰과 숲길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한편 이번에 열린 김태일 교수의 불교우주관에 입각한 사찰건축학개론 강의와 함께 펼쳐진 숲길 탐방프로그램에는 김태석 제주도의회 길상회장과 강덕부 제주청교련회장과 정희복 교원불자회장 등 많은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져 제주사찰의 아름다움을 맘껏 호흡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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