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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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담(閑談)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6.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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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행자의 편지

동안거는 성륜사에서 보내고 돌아와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보내니 어느 듯 백일기도 회향도 다가옵니다. 해제하고 돌아와 굴착기를 동원해 화단 만드는 것으로 도량의 큰 그림은 끝났습니다.

아이리스를 정리하여 심고, 추가로 수국과 댕이주 심으면서 원하던 극락도량은 뜻대로 이룬 것이고, 올해도 무주선원 도량은 화려했지만 내년 정도면 더 장엄될 것입니다.

작년보다 편한 마음으로 법당과 마당을 오가며 일과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일찍 터득한 비결이 졸라서 얻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입니다. 특별이 가난한 집이다 보니 부모에게 무엇을 사달라고 졸라봐야 돌아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행복이듯이 제주에서 가슴으로 그리던 큰 그림은 그동안 할 만큼 했으나 별 소득은 인연의 소치로 돌리고, 제주도 전체가 한라산 자락이고 사면이 바다다 보니 산신과 용왕신을 벗어 날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문화에서‘아미타불’을 칭념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었습니다.‘무주선원 돌담 안에서‘나의 극락도량을 가꾸며 정진이나 하고 살자’하고 생각을 바꾸어 해제하고 돌아와서는 모든 것을 간결하게 하고 정진만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미타부처님께서 만드신 극락세계는 울력이 없지만 사바세계에서 본연스님이 만드는 극락세계 도량은 끝없는 노동이 필요합니다. 정진과 울력이 어떻게 보면 궁합도 맞습니다. 하루 종일 정진만 할 수 없는 그릇이고, 밖에 나와서 풀도 뽑고 꽃나무 손질하는 것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단촐하게 정진만하고 지낸 월출산 상견성암 시절이나 애월 고내봉 시절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출가사문이 온갖 시봉 받아가면서 모시 풀 옷에 우아하게 정진하며 사는 것도 복이고, 모든 것을 손수 해결해가면서 간장에 김 찍어 먹으며 정진하며 사는 것도 복입니다. 후자를 청복(淸福)이라고 합니다. 청복은 아무나 누리는 것이 아니고 의지와 건강이 받쳐주어야 가능한데 아직까지 거의 평생을 야전(野戰)에서만 둥글어도 별 탈이 없이 정진하면서 지내는 저 자신에게 감사합니다.

절집도 한해가 다르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이대로 가다가 다음 생이 오면 비구계를 줄 곳이나 있겠냐’는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금생에 부처님 법 만났을 적에 부지런히 공부하여 극락세계 말석이라도 앉아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금생에 부처님 법 만났으니 부지런히 공부하세요. 

다음 생은 보장이 없습니다.

/본연스님 (무주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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