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 상처낸 4·3사건 진상조사 제대로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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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상처낸 4·3사건 진상조사 제대로 이뤄져야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6.2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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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3호 사설

4·3사건 때 사찰 36개가 전소하고 열여섯 스님이 희생당하는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그동안 별다른 진상조사도 없이 묻혀온 것이 드러나면서 제주불교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까지도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지난 16일 열린 제주불교연합회와 제주특별자치도 길상회가 마련한 제주불교 4·3의 진실 규명을 위한 세미나에서 드러났다. 한금순 박사의 주제발표문에 따르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소개령이 내려진 후 36개 사찰이 불에 타 없어졌으며 당시에 절을 지키던 스님들을 총살당하거나 예비검속 때 수장당하는 등 억울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는 것이다. 희생자 유족으로 토론에 나선 수암 스님에 따르면 토벌대에 의해 초래된 4·3비극이 수많은 사찰을 폐허로 만들고 계몽운동에 앞장서던 스님들을 죽음으로 내몰아 제 2의 무불시대를 초래했다고 했다. 

또한 이날 토론에 의하면 4·3특별법에 의해 진상보고서가 나오고 4·3관련 유적지가 문화재로 보호되고 보존되고 있는 현실과는 달리 제주불교의 4·3유적은 그대로 방치된 채로 있어 시급히 보호 돼야 할 처지에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리고 그러한 유적지를 잘 보존해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역사교육 장으로 활용할 것으로 제안했으며 당시에 희생당한 스님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우고 그분들의 영혼을 위로한 위령재를 봉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지난 몇 년간 불교문화재 보호를 종교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전통문화를 보호하는데 오히려 차별하고 억압하는 행태를 보여주면서 제주불자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것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4·3사건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실망스런 일들이 일어났다는  점이 드러나 상황에서 볼 때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3사건은 국가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일이라는 것이 명백히 밝혀진 이상 이제라도 형평성 있는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져 그에 대한 후속조치를 취함으로써 제주불교가 입은 상처를 다시 보듬고 그때 억울하게 희생당한 스님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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