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법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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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법문 (2)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6.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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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법문 - 왜 초기불교인가

초기불전인 빠알리 삼장三藏 Ti-Pitaka의 완역을 발원하고 번역 불사를 진행하다 보니“왜 하필이면 초기불교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에 대하여 다음의 여덟 가지로 정리해서 대답할 수 있다.

첫째, 부처님의 원음을 그대로 기록한 초기불교는 불교의 시작점이다. 모든 나무에 뿌리가 있듯이 불교 2,600년의 전개에도 뿌리가 있는데 그것이 초기불교이다. 뿌리를 거부하고 나무가 살아남을 수 없듯이 뿌리를 모르는 불교는 역사를 아는 이 시대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둘째, 초기불교는 불교 만대의 기준이요, 표준이며, 잣대이다. 무엇이 불교이고 무엇이 불교가 아니냐는 판단을 위해서는 기준이 있어야 하고 그 기준은 초기불교가 될 수밖에 없다. 초기불교의 핵심은 무상無常·고苦·무아無我·열반涅槃이다. 무상·고·무아는 초기불전 곳곳에서 세 가지 특상特相으로 강조되고 있으며, 열반은 초기불교가 제시하는 궁극적 행복이다.

셋째, 초기불교의 가르침은 합리성과 체계성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매우 분석적이다. 이는 수학을 토대로 하여 전개되는 과학이라는 현대의 방법론과 일맥상통한다. 온蘊·처處·계界·근根·제諦·연緣과 37보리분법菩提分法으로 잘 조직되어 있는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체계는‘나’와 ‘세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방법이다. 그래서 서구 불자들은 불교를 과학이라고 역설한다.

넷째, 초기불전의 매개 언어인 빠알리어를 비롯한 범어梵語는 격변화와 동사곡용을 기본으로 하며, 이는 우리말과 비슷한 언어체계이다. 그러므로 비슷한 언어체계를 가진 한국 사람들로서는 경전을 곡해하거나 왜곡하거나 잘못 이해할 소지가 현저히 줄어든다.   

다섯째, 초기불전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는 주석서들이 남아 있다. 이 주석서는 사리뿟따 존자 등 부처님의 직계 제자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와 같은 주석서들 덕분에 초기불교는 불교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나 불교 교리에 대한 왜곡의 위험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섯째, 불교는 인도에서 시작되었고 부처님께서는 빠알리어, 혹은 이에 가장 근접한 언어로 가르침을 설하였다. 대승불교 역시 산스끄리뜨어로 기록되어 전승되어 왔다. 그러므로 불교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결국 원전原典을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한문으로 번역되거나 만들어진 삼장은 결국 2차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일곱째, 초기불교의 이해를 통해 진정한 자주불교를 구현할 수 있다. 부처님의 원음을 알게 됨으로써 중국불교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원효 스님 등이 추구했던 자주불교의 이상을 오늘에 구현할 수 있다. 초기불교야말로 제주불교를 구현하는 최상의 방법론이다.

여덟째, 초기불교는 교세가 위축되고 있는 오늘날의 한국불교가 딛고 일어서야 할 발판이요, 출발점이다. 초기불교는 뿌리이기에 가지인 대승불교를 결코 거부하지 않는다. 초기불교라는 뿌리를 통해서 자양분을 흠뻑 빨아들일 때 진정한 대승불교, 올바른 한국불교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의 원음을 그대로 기록한 초기불교는
  불교의 시작점이다.
  모든 나무에 뿌리가 있듯이
  불교 2,600년의 전개에도 뿌리가 있는데
  그것이 초기불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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