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의 장례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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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의 장례식장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6.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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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남섬부주(南贍浮洲)

불교에서 보는 죽음은 끝이라는 단절이나 소멸이 아니라 가야할 또다른 여정이며,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이자 흐름속에 있는 한 부분으로 여긴다. 生由於死 死由於生(생유어사 사유어생)이라,“삶은 죽음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이고, 죽음은 삶으로부터 말미암는다”라는 말은 불교에서 인식하는 죽음에 대한 단적인 표현이다. 

生死一如(생사일여)라는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삶의 완성이자 인생의 끄트머리(끝의 머리)이며, 죽음은 나의 동반자이자 나와 한 몸으로서 죽음이 나를 떠날 때는 내가 죽음의 동반자가 되는 역설이 성립된다. 죽음을 정리하는 장례식장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은 죽은 이와의 이별을 하는 절차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산 자는 죽은 자를 추모하고 죽은 자는 산 자를 위해 추모의 장을 제공하는 장소에 불과하나 임종을 맞는 불자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불교에서 보는 장례는 슬픈 것도 아니고 엄숙 경건해야 하는 것도 아닌 이승에서의 환송식이며 사바세계의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발원하는 순간이다.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고 불법을 만나 수행할 수 있는 인연을 지었으므로 임종 이후의 삶도 불보살에 의지하여 이생보다 더 나은 다음생의 거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나 현실은 그런 여건을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제주 풍습상 문상객 접대를 위해 돼지고기 등 육류를 준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고기가 올려지고 술잔이 놓여진 제단 앞에서 시다림 기도하는 스님의 모습은 민망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는“나고 죽음에 평안을 얻으려거든 마땅히 살생을 취하지 말고 살생의 음식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 그 같은 음식을 취하면 무수한 악귀와 혈귀들이 비린내 나는 피를 빨아먹으려 달려든다”라는 지장경의 가르침에도 어긋나는 일이고,“동물을 살생하여 부모에게 공양하면 그 동물의 원한을 부모에게 돌리는 것이 되며, 부모는 영겁토록 살생의 빛을 갚아야 하는 고통을 겪는다”라고 하신 부처님의 말씀을 생각한다면 망자를 위한다는 육류공양이 오히려 망자에게 고통을 가하는 일이 된다. 

특히 임종시에 분명한 의식을 지닌 체 마음의 평정을 이룬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죽음의 순간에 갖는 마지막 생각이 다음생의 성격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인데, 장례의식에서 망자에게 살생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오히려 망자의 다음생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수 있는 일이다.  

너무 무겁지도 엄숙하지도 않으면서도 불교적인 분위기로 장엄할 수 있도록 제단에 고기와 술 대신에 연꽃등을 올려놓고, 뒷벽에는 만다라 또는 불상 그림으로 장식하는 것과 장엄염불이나 아미타불염불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례식장 문화로 전개하여 가족들간의 마찰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따뜻하고 정성이 깃든 방식으로 전개시키는 불자의 장례식이 바로 불교의 생활화, 불교의 대중화로 가는 한 방법이 아닌가 여겨진다. 

/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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