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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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손잡고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6.2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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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일기

정혜사 도반들과 2박3일 부처님 성지순례의 길에 올랐다. 충청도와 경상도의 여섯 곳에 있는 부처님을 만나기 위한 나들이였다. 같이 가고 싶어 기도하러 가자고 친정어머니께 졸랐다. 평소에 꾸준히 운동으로 관리하시는 분이라 걷는 일은 그리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한 게 잘못이었다. 충청도 단양에 있는 구인사를 시작으로 경상도 봉화에 있는 청량사의 부처님과 만남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과연 법당까지 오를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산문 입구에 누구의 배려인지 나무지팡이가 있어 그것을 의지 삼아 오르기 시작했다. 해발 6백 미터 고지까지의 급경사는 자신을 닦는 수행의 길일 수밖에 없음을 느끼게 했다. 청량사는 바로 뒤에 보이는 보살봉을 중심으로 열두 봉오리 한가운데 자리잡았고 주위의 풍광은 너무나 장엄하고 포근하고 아름다웠다. 공민왕이 친필로 썼다는 유리보전 앞에는 어머니 같은 노송이 세월을 말해주는 듯싶었다. 나무 하나  작은 풀꽃 하나까지도 제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지키고 있음에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별 탈 없이 올라와주신 어머니가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저녁 공양 후 가진 저녁예불, 처음으로 맞이하는 새벽예불에 지극한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보았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나오니 뽀얀 안개 속에 갇힌 세상 가운데 대웅전 앞 청정한 노송만이 마음속 근심, 걱정을 내려놓으라고 법문하는 것 같다.
이른 아침 싸리비로 도량 청소를 마치고 계단을 오르는 처사님의 발걸음이 위태위태하다.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처사님! 어떻게 이렇게 험한 이곳까지 오셨어요?’

‘뇌경색 때문에  팔, 다리가 불편하게 되었는데 이곳에 와서 기도하니 약사여래부처님의 가피로 많이 나아졌어요.’

내 어머니도 4년 전 뇌경색이 남기고 간 흔적으로 오른손이 조금 부자연스럽다. 자식들에게 폐가 될까봐 부지런히 재활운동을 했기에 이만하기가 다행이라 여겨졌다. 불편한 몸으로 올라가는 일보다 내려오는 일이 더 어려웠다. 일행들과 천천히 급경사의 길을 내려오다 다리에 무리가 갔는지 그냥 길섶에 앉아 버렸다. 스님은 뒤로 걸으면 괜찮을 거라며 같이 부축을 하고 천천히 일주문까지 내려왔다.

둘째 날 일정은 축서사, 각화사, 불영사를 참배 후 숙소에서 온천욕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평상시 사우나를 즐겨하시는 어머니는 온천욕이라는 말에 큰 관심과 기대를 걸며 물에 푹 담그면 괜찮아질 거라 하신다. 그러나 통증은 쉬 가시지 않아 응급 처치실에서 압박붕대로 무릎을 동여매었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어 가족 카톡방에 올리면 동생들의 응원은 계속 이어졌다. 마지막 날 대구 동화사에서 참배로 순례의 여정을 마쳤다. 무탈하기를 기도하며 조심조심 다닌 소풍에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의 손은 차가웠다. 어머니는 힘들었지만 내가 걱정할까봐 참고 견디고 계셨던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네 덕에 이렇게 좋은 곳에 와서 같이 기도할 수 있고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 행복하니 죽어도 소원이 없다.’고 하셨다. 영원히 함께 살 수 없는 삶속에 어머니와의 추억을 만들어 가는 순간이 축복이라 생각 들었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형제들이 가족이라는 끈끈한 정으로 이어진 사랑의 끈은 세월이 갈수록 단단해져감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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