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 성장의 토대 만든‘거름’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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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성장의 토대 만든‘거름’같은 존재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6.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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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의 주춧돌, 당신을 모십니다 <3> - 김수진 사단법인 봉려관선양회 이사장 -

관음사신도회장·불교거사림·청교련 중추적 역할
부처님의 일이라 생각하면 큰 환희심과 보람

여든이 넘는 고령이지만 부처님의 일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김수진 이사장.

어머니의 불심을 이어받아 묵묵히 부처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베풀고 보시해온 김수진(84) 사단법인 봉려관선양회 이사장은 관음사 신도회장을 시작으로 제주불교거사림, 제주청교련 등의 회장을 맡아온 제주불교의 산 증인이다. 자신의 상을 드러내기보다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는 배려정신으로 제주불교 성장의 토대를 만든‘거름’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여든이 넘는 고령의 몸으로 걸음조차 불편하지만 부처님 일이라면, 길이 아닌 곳이라도 바로 당신이 서 있어야 하는 자리다. 

지난 6월 22일 조계종 제23교구 본사 관음사(주지 허운 스님) 안봉려관 스님 79주기를 맞아 추모다례재 및 스님 탄신 152주기 기념 제3회 신행수기 공모 시상식에 대웅전 뒷자리에 앉아 묵묵히 이를 지켜보는 김 이사장의 얼굴엔 부처님의 미소가 번진다.

80평생, 그 마음 밭에 부처님의 씨앗을 뿌리 깊게 내릴 수 있었던 원력은 무엇일까. 불교를 믿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고, 어릴적부터 부처님 법향이 몸에 젖어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도반 故 고종옥 보살이 부처님 은혜 속에 살았다. 그렇기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은 부처님의 일이라 생각하면 큰 환희심과 보람을 느꼈다. 

1933년 1월 조천읍 신촌에서 태어난 김 이사장은 태어나자마자 일본으로 향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다시 고향 제주에서 오현중을 졸업한다. 격변기 시절이라 목포의 목포상고에 진학해 김대중 대통령과 동문이 된다. 그 후 한국전쟁이 발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휴전이 되면서 서울의 중앙대학교에 진학한다. 잠시 고향인 제주에서 기자생활(영주신문)을 하다가 지금까지 평생 사업을 일궈왔다.

김 이사장이 부처님께 본격 귀의하게 된 것은 1980년 중반으로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주불교법우회가 활성화되어 현 불교대학의 모태가 됐던 불교교양대학을 운영하던 시절이다. 한 스님으로부터‘마음 법문’한 번 듣고는 온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아!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런 것이구나.’라고 영겁의 세월에 거쳐 닦았던 김 이사장의 불연(佛緣)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제주불교법우회원들의 불심이 가히 하늘을 찌를 정도였습니다. 당시 제주불교의 주축이었던 제주불교법우회원들과 함께 하는 게 즐거웠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먹물 들듯이 불심이 깊어졌나 봅니다. 허허허”

지난 1996년 창립된 제주청교련은 불교학생회를 지원, 육성하고자 창립됐다. 사진은 2000년 대 청소년 유해환경감시단에서 앞장서 활동하는 김수진 이사장.

초발심시 변정각(初發心時 便正覺)이라고 했던가. 그 처음 발심은 활화산 같았다. 그 불심의 깊이를 바라본 관음사 신도들이 김 이사장을 신도회장으로 추대했다. 당시 현관 스님이 관음사 주지 소임(1986~1991년) 때 흐지부지 됐던 관음사 신도회를 바로 세운 이가 김 이사장이다.  

그리고 치마불교(?)라 일컬어졌던 불교계에 남성불자들의 밑거름이 됐던‘제주불교거사림’의 창립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비롯해 회장까지 역임하면서 거액의 제주불교거사림 회관 건립기금을 보시한다. 이어 김 이사장은 남성불교 중흥에 이어 미래 불교 새싹인 청소년들에게 불심 심기에도 매진한다. 1996년 관음사자비회 일원인 김영보(전 제주청교련 회장)의 제안으로 제주청교련을 창립하면서 청소년 포교에도 닻을 올린다.

이 밖에 제주불교 역사를 바로세우는‘봉려관선양회’에도 중추적 역할을 담당, 봉려관스님의 행적비와 3회째를 맞고 있는 신행수기 공모 등을 통해‘이것이 진정한 불사’라고 강조한다. 

김 이사장은 사욕과 권력, 이해득실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지 않았고 오로지 바른 부처님 법에 입각한 묵묵히 자비심을 실천해온 불자이다.

역사 바로세우는‘봉려관선양회’진정한 불사
불법에 입각한 묵묵히 자비심 실천해온 불자

 

추모다례재에 김 이사장을 모시고 왔던 딸은“아버지가 부처님께는 아낌없는 보시를 했는지 모르지만 저희들에게 지금까지 보여주신 아버지의 모습은 굉장히 검소하신 분”이라며 “‘남을 속이면 안 된다’는 철칙을 평생 화두로 살았을 정도로 양심적인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옆에 있던 김영보 전 청교련 회장도 한마디 건넨다. 

“1980년 대였을 겁니다. 당시 고관사 주지 도림 스님이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김수진 회장이 차에서 내려 깎듯이 인사를 하는 겁니다. 참,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쉽게 옮길 수 없는 일이라고 도림 스님이 칭찬했던 기억이 새롭네요.”

그 말을 듣던 김 이사장이“무슨 그런 얘기를 하냐”며“그건 불자로서 당연한 게 아닌가”라고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꺼낸다며 김 전 회장을 타박한다.

김 이사장은 기업인이자 불자로서 불교의 사회적 책무와 사명을 깊은 불심으로 이행하고있다. 거사불교 활성화, 청소년 불심 심기 사업, 제주불교 역사 바로 세우기 등을 통해 불교가 대사회적인 역할의 초석이 되도록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던 제주불교계가 잊어서는 안 될 거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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