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피해 사찰순례, 차공양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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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피해 사찰순례, 차공양 올립니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07.0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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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이성봉 스님 추모비 앞에서 헌화하는 순례단.

“절에 들어온 목동을 숨겨졌다는 이유로 토벌대가 쏜 7발의 총을 맞고 쓰러져 희생당하신 이성봉 스님의 넋이 오늘 4·3 순례객들이 부르는 해탈의 노래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지난달 16일 열린 제주불교 4·3의 진실규명을 위한 세미나 이후 마련된 4·3 피해 사찰순례에 제주4·3과 제주불교에 대해 연구한 한금순 박사를 비롯해 김영보 전 청교련회장, 문경언 제주불교신문 객원기자모임 회장 등 4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다. 

하도리 금붕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순례객들은 한금순 박사가 전해주는 4·3에서의 제주불교 피해를 전해 들으며 아픈 마음을 간직한 채로 금붕사 이성봉 스님이 총탄에 맞고 쓰러진 자리를 찾아 갔다. 

“어린 시절인데도 어머니와 이모님이 대성통곡하는 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암 스님이 전해주는 이성봉 스님의 마지막 모습은 순례객들 모두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하도리 금붕사는 4·3 당시 소개되어 마을로 피신했던 이성봉 스님은 텅 빈 절이 걱정이 되어 절을 살피러 온 날, 한 목동이 토벌대에 쫓겨 절로 들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스님은 그 목동을 숨겨줬는데, 그 이유만으로 일곱 발이나 되는 총을 쏘아 스님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흐르는 피를 막을 솜이 없어 이불솜으로 피를 멎게 했다고 전하는 수암 스님의 목소리가 떨리듯이 들려온다.

“참으로 보살심으로 절에 들어온 사람들을 숨겨주었는데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건가요.”

순례객들의 분노와 안타까움 한숨소리가 전해온다. 순례객들은 다시 숙연해진 마음을 안고  이성봉 스님을 기리는 비석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 헌화하고 향을 사르니 그 아픔은 더욱 절절해진다.

제주차인회의 헌다례 모습.

4·3 당시에 90여개의 사찰가운데 무려 37개가 사찰이 피해를 당했으며 제주불교를 이끌고 있던 스님들이 무려 열여섯 분이나 희생당했다는 조사 결과에서 봤듯이 4·3은 제주불교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금붕사 역시 지난 69년 동안 그 상처를 보듬고 살아온 것이다. 

수암 스님은 “그때 피해를 당한 사찰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마땅하며 4·3불교유적을 잘 보전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역사의 교육 현장으로 살려나가야 한다”고 했다. 

순례객들의 마음 속 깊이 파고든 슬픔은 관음사 아미봉의 정상에 올라 더욱 깊어졌다. 아미봉에서 산사람과 토벌대가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돌무더기에 낀 오래된 이끼만큼 까마득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4·3영령들을 위로하는 제주차인회의 헌다례가 봉행되고 비로소 따뜻한 차 한 잔으로 슬픔을 달래본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요. 아무런 무기도 갖추지 않았는데 밥을 해줬다고 죽이고 몸을 숨겨줬다고 죽이고 산사람을 도와 망원경을 빌려줬다고 죽이고…….”

얼마나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는가. 그 세월이 69년이 지났지만 그 슬픔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듯 생생하다. 

억울함을 밝혀내고 그 때 당한 피해를 다소나마 위로할 수 있는 추모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서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하고 알려나가야 하지 않을까. 순례객들의 마음이 이렇게 하나로 모아져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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