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불자의 기도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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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불자의 기도순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7.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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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일기

서귀포불교대학입학 3개월, 오세암·봉정암 기도순례의 길! 이른 아침 김포 행 첫 비행기에 몸을 실은 우리 법우님들 얼굴엔 무엇인가를 해 보겠다는 각오 어린 미소의 모습들이라서 힘이 솟는다.

불교 교리를 접하지 못하고 입학 후 스님들의 강의내용을 들어보니 너무 감동적이다. 이제까지 살아온 삶의 모습이 너무나 모자라고 어리석음이었다는 반성하는 계기였다. 오늘 기도순례의 의미를 더욱 기대케 하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봉정암이 초행길은 아니고 세 번 째다. 산행코스나 산세의 모습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이번엔 불교대학을 다니는 학생신분에서 기도순례를 임무로 하는 것이라서 마음의 자세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다. 배낭엔 부처님 공양물인 고사리를 챙겨 짊어지고 걷기를 시작한다.

3시간여를 걸은 다음 오세암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고 잠시 몸을 추스른다. 저녁공양을 마치고 법당에 올라가 부처님께 고사리 공양을 하고 자리를 잡아 저녁예불을 준비한다. 

순간 수업시간에 스님들께서 반야심경은 반드시 암송을 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씀에 이번 순례 기간 동안에는 반야심경을 완전히 암기하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다시 하게 된다.

예불을 마치고는 잠을 자려는데 자그만 방에 10명의 법우들이 같이 자리를 잡았다. 예민한 성격인 나는 도저히 제대로 된 잠을 청할 수가 없어 뒤척이다 또 날이 밝았다. 아침 공양을 마치고 봉정암을 향하여 또 다른 발걸음을 시작한다. 

참고 인내하면서 4시간여를 걸으니 드디어 봉정암 도량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개중에는 다리에 쥐가 나고 힘들어서 뒤처지는 법우들도 있었다. 배낭을 대신 들어주는 회장님과 착한 법우들의 모습에서 도반의 소중한 인연을 느끼게 한다. 

5대 적멸고궁 중의 하나인 봉정암, 사리탑 앞에서 합장하여 기도를 올린다. 법당에 올라가 고사리 공양을 올리고 내려와서 점심공양을 하였다. 저녁시간까지 여유시간에 대청봉을 갔다 올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날씨가 너무 좋으니까 좀 힘들어도 가능할 거라고 믿고 몇 명의 법우들과 출발하였다.

명산 설악산 휴게소에 이르고 정상이 바로 보인다. 1,708미터 대청봉이 오늘로 두 번째다. 우리 한라산이 선하고 여자 같은 산이라면 설악산은 남자 같이 울퉁불퉁하고 산세가 험하다고 할까? 드디어 대청봉이라고 크게 새겨진 정상에 도착. 사방을 둘러보니 구름 항아리처럼 만들어진 하얀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이랑 연초록 물결이 넘실대면서 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스친다.

이 아름다운 풍광을 갖고 내려갈 수는 없는 것이기에 아쉽지만 발길을 돌린다. 어렵게 봉정암으로 돌아온 후 저녁 공양을 마친 다음 저녁예불에 임했다. 서툴지만 나름 정성과 열정을 다하였다. 사리탑 기도에도 동참한다.

깊어가는 초여름 밤 차갑게 느껴지는 공기와 떠있는 달의 정취 등 봉정암 도량의 엄숙함에 스스로 고개를 숙인다. 잠시 눈을 부치고 깨어보니 새벽이다. 사리탑 회향기도에 동참하니 모든걸 이룬 것 같아 너무 상쾌한 기분이다.

10.6킬로미터 백담사까지 내려온다. 냇물도 반야심경을 독송하면서 끝까지 동행한다. 이번 기도순례를 통하여 너무나 많은 것을 느꼈고 반성과 성찰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

그리고 반야심경을 다 암송하는 시간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었던 부분은 완벽은 아니지만 이뤄진 것 같아 성과라고 자부한다. 그리고 산행의 어려움을 딛고 무난히 완주할 수 있었던 것도 불심의 덕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양병식 (서귀포불교대학 37기, 전 서귀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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