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사찰 현장수업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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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사찰 현장수업을 마치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7.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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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음 설레게 하는 성지순례!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제주를 떠나 광주공항을 거쳐 구례 화엄사로 출발했다. 통일신라 때 창건되어 화엄종을 선양했던 고색창연한 모습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절을 중수하여 선종대가람으로 승격되어 현재 모습이 되었다는 설명을 들으며 참배했다.

인근의 천년고찰 천은사는 처음엔 경내에 맑은 샘이 솟아 감로사라 하였다. 임진란 때 소실되어 중건할 때, 샘에 뱀이 자주 나타나 뱀을 죽여서 잘 묻었다. 그러자 샘이 말라서 천은사(泉隱寺)로 개명했다는 ‘구렁이 전설’을 새기며 참배하고 송광사로 향했다.

송광사 회주 법흥 큰스님이 기거하는 ‘목우산장’ 내 ‘목판본 화엄경’이 보관된 곳으로 안내 받았다. 조심스럽게 문틈으로 화엄경판을 살피는데, 큰스님이 방문을 열었다. 제주에서 온 불교문화대학 학생들이라고 하자, 상좌승 중에 애월읍 어도리 출신이 있다면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당신이 엮은 책 ‘禪의 世界’를 우리 일행 전원에게 나누어 주시고 마당으로 내려서서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구순 연세에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러나 정감이 물씬 묻어나는 노스님이 한없이 존경스러웠다.

저녁공양을 마친 후 법고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종고루’에 일곱 분 스님이 교대로 치는 경건한 분위기에 신심이 절로 나는 것 같은 마음이었다. 법고는 마음 심(心) 자를 쓰듯 친다는 안내 스님의 말씀에, 거기에도 우리가 몰랐던 원리가 있다는 사실에 불도의 심오한 경지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도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법고 소리가 끝나자 대웅보전으로 옮겨 범종과 목어, 운판소리를 들으며 묵언 정진하는 자세로 정좌했다. 이어 스님들께서 ‘오분향계’를 유장한 가락으로 ‘게송’하는 것을 들었다. 게송은 전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가락이어서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반야심경’을 장엄하게 독송하는 소리를 듣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다음날 새벽 네 시, 법고와 범종, 목어  소리에 뭉클한 감동을 느끼며 새벽예불에 동참했다. 법당 안 쇠북[金鼓]과 요령 소리에 맞추어 스님들과 함께 참례한 것이다.

아침공양을 마치자 유나(維那) 소임을 맡으신 ‘현묵’ 스님이 ‘우리말 금강경’을 한 권씩 주시면서 작별 법어를 해 주셨다. 정갈하고 고결한 인품이 몸에 배어 저절로 불심의 깊이를 풍기고 있어서 큰 감명을 받았다. 스님을 뵈며 ‘용맹정진’의 의미가 나에게는 새삼 큰 중압감으로 느껴졌다.

이어 합천 해인사를 거쳐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을 둘러보고, 다음날 양산 통도사를 참배하였다. 사찰마다 크고 작은 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우리도 일반 참배객처럼 개별적으로 참배하고 경내를 둘러보는 정도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2박 3일간의 짧은 일정에 불 · 법 · 승 삼보 종찰을 중심으로 순례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새롭게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제주불교문화대학 학생으로 공식 참례가 아니었다면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불도의 세계에 몰입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순례에 참여한 모든 법우들도 부처님의 마음 같이 맑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채워지기를 염원해 본다.

/문성숙 (제주불교문화대학 제2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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