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와 코드 맞추기
상태바
직지와 코드 맞추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7.12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몇 년 전 무비스님의《直指 강설》상·하권을 읽었다. 책 속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아서 좋았다. 신통방통 재미난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있었다. 그때도 사람들이 물었다. 재미있냐고. 그때도 좋았다고 대답했다.

어제 <직지코드>를 봤다고 하니 또 사람들이 물었다. 재미있냐고. 좋았다고 대답했다. 좋았다. 

<직지코드>의 감독들은 한반도와 유럽 그리고 1377년과 2017년 사이를 종횡무진 왔다 갔다 했다. 영화는 잠시도 호흡을 흩트리거나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긴장감과 스릴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엄청 재미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암튼 영화는 재미있어야 하니까.

고려의 움직이는 금속 활자본 <직지>는 지금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있다. 영화는 왜 우리 문화재가 그곳에 있는지, 그리고 왜 고려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발명한 나라에서 밀려나 있는지, 이런 진실들을 빠른 호흡으로 추적해 간다. 그러다 감독들은 영화의 끝자락에서 드디어 숨을 고른다. 

영화를 찍느라 긴 시간 <직지>를 대상으로만 마주보던 감독들은 영화를 끝내고는 방향을 바꾸었다. 비로소 그들은 직지가 가리키는 그곳(본질)을 바라보기 위해<직지>와 같은 방향으로 앉았다. 물론 영화를 마주하고 대상에 집중하던 관객인 나도 직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방향을 바꾸었다. 직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기 위해 직지와 같은 방향으로!

영화관 밖의 날씨는 여전히 30도가 넘는 무더위였다. 그러나 나는 옷자락을 펄럭이며 퍽도 가벼운 걸음으로 언덕길을 걸어올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내 모습을 보았다면 누구도 재미있었냐고 묻지 않았을 터. 

 

/김희정(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