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 예산, 능사인가
상태바
퍼주기 예산, 능사인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7.12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시론

새 정부가 대선 공약이던 노인 기초연금 인상에 이어 아동수당도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고 단계적으로 금액을 높여간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국정기획위는 65세 이상 중·하위 소득층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월 20만원에서 내년에 25만원, 2021년엔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노인 빈곤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노후 소득 보전과 육아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모든 복지 정책이 그렇듯 문제는‘재원을 어디서 염출하냐’는 것이다. 기초연금 인상에는 추가로 연간 4조원, 아동수당엔 2조원이 더 든다. 전체 사회복지 예산 36조원의 17%에 달하는 금액이지만 정부는 재원 조달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증세를 하거나 재정 적자로 비용을 충당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나라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또 빚내서 현금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지난 한 달 가까이 새 정부는 예산이 소요되는 비용은 생각하지 않는 즉흥적 정책들을 마구 쏟아냈다. 원자력 발전 같은 대체할 에너지 비용이 훨씬 더 비싼데도 탈(脫)원전부터 선언했다. 대통령이 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선 모든 초·중·고교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달아주겠다고 했다. 공무원 증원이나 비정규직 제로(0), 최저임금 인상 등의 일자리 복지 역시 공짜가 아니다.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지금 새 정부는 마치 산타클로스가 여기저기 다니며 선물을 뿌리는 것 같다고 한 중앙언론은 빗대어 지적한다. 해야 할 복지 정책이라도 형편을 살피면서 장기 계획을 갖고 해야 한다. 이미 우리 국가 부채는 1400조원을 돌파해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속에서 재정 수요는 갈수록 급증할 수밖에 없다. 후보 때는 몰라도 집권 후에는 산타클로스 옷은 벗어야 한다.
퍼주기 예산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쌀 직불제 문제다. 지난해 생산된 쌀에 대해 정부가 농가에 비용을 지급해 사주는 직불금 규모가 역대최고를 기록했다. 쌀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는데도 직불금만 믿고 쌀농사를 고집하는 농민들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16년산 쌀에 대한 변동직불금 1조4900억원을 직불금 지급대상 농업인 68만여명에게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급되는 변동직불금은 지난해보다 105% 증가한 규모다. 이미 지급된 고정직불금을 포함하면 농가에 지급되는 총 직불금은 역대 최고인 2조3283억원에 달한다. 
쌀 직불금은 2005년 처음 도입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2004년 쌀 수매제가 폐지되면서 쌀값 하락에 따른 농가 피해를 정부가 보상해주겠다는 취지에서였다. 고정직불금은 생산량이나 가격에 관계없이 법정 요건을 갖춘 농지를 경작하는 농업인들에게 지급된다. 변동직불금은 쌀 수확기 평균가격이 목표가격에 미달하면 지급되는 보조금이다. 그러나 정부가 직불제를 통해 농가 손해를 보전해주는 탓에 과잉생산과 쌀값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의 예산 퍼주기가 농가의 모럴해저드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 평균 쌀값은 한 가마니(80kg)에 12만9711원으로, 목표치(18만8000원)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가마니당 고정직불금 1만5873원에 이어 변동직불금 3만3499원이 지급되면 농가는 가마니당 17만9083원을 확보하게 된다. 쌀값이 전년(15만659원) 대비 14% 하락했는데도 농가는 직불금 덕분에 목표가격의 95.3%를 챙기는 셈이다.
해마다 쌀 소비가 줄면서 쌀값이 하락함에 따라 직불금 규모는 크게 늘고 있다. 2011~2012년에는 6000억원대에 그쳤지만, 2014년 9501억원으로 치솟은 데 이어 2015년에는 1조 원대, 2016년에는 2조 원대에 각각 들어섰다.  
쌀이든 밭작물이든 직불금 같은 보조금으로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농민 스스로 쌀농사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곳저곳 퍼주기 예산에 세금내는 대다수 국민은 등골이 휜다. 

/임창준(전 세계일보 편집부국장/현 본지·제주신문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