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향문학회에 지원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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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향문학회에 지원 좀 해주세요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7.1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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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의 아침

혜향문학회(慧香文學會, 前제주불교문학회)는 코끼리가 방향을 틀 때 몸 전체로 천천히 묵직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활동의 폭을 넓혀 작년(2016)부터 회명을 바꾸었다. 올해로 창립(2013) 4주년이지만, 제주도에는 불교의 오랜 역사와 함께 불교문학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제주 불교계의 선진들이 뛰어난 작품들을 내놓아 문학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세월이 흐를수록 그 보물들이 빛나고 있다. 문화예술의 어느 분야보다도 저변이 넓고 활동의 여지도 큰 것이 불교문학이다. 말하자면 푸른 바다에서 순풍에 반야선의 돛을 단 듯 아무런 경쟁 없이 독주할 수 있는 블루 오션의 영역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말이다. 좋은 여건에서 혜향문학회가 뒤늦게 출범한 것도 만시지탄이었지만 불과 4년 사이에 매해 두 번씩 8권의 문학지를 발간해 낸 것도 놀랍다. 

이번에 봉정한 <혜향〉8집에는 시 16편, 수필 17편, 논단 3편, 면담 탐방 3편, 무소 허운 스님의 권두법문과 초대작품(시2, 수필 1) 등 다양한 장르에 걸친 작품을 싣고 있다. 특집으로 박태수 교수의 명상과 봉려관 스님 이야기가 실렸다. 오영호 작가의 연재물‘근대 제주불교 중흥조 해월당 봉려관 스님 이야기’와 윤용택 교수가 지난해 발굴했던 ‘현공 윤주일의 제주서경가 비교분석 및 교정연구’를 보면서 나는 충격이 컸다. 이 좁은 제주 불교 바닥에, 아직까지 신 발굴 작품이 나올 만큼 교구의 문화의식이 낙후되어 있더란 말인가. 문학 유산은 자료의 발굴 수집도 중요하지만, 종교적 시각과 문학적 시각 양면의 연구와 발표공간의 제공과 홍보 보급하는 일까지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불교문학’이란 불교와 문학 간의 관계를 전제로 하여 생겨난 용어이긴 하지만, 혜향문학회의 목적은 ‘불교문학과 향토문화발전에 기여함’에 두고 있다. 불법(佛法)이 천하의 큰 도(道)로서 모든 교법에 아무리 뛰어난 바가 있다고 하더라도 포교 방편으로서의 설화문학이나 종교문학의 엄숙주의적 폐쇄성이나 한국문학의 주류였던 유교문화의 엄격성과 경직성을 넘지 못하면 참다운 문학이라고 하지 못할 것이다. 불교문학의 내용에 있어서도 경전과 부처의 가르침에 관계되는 문학이기 보다는 불교적인 관심을 문학 형식으로 창작한 것들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회 명칭의 변경을 계기로 포교의 목적이나 수단이 아닌 순수 문학으로서 새롭게 출발하고자 노력해야겠다. 

불교문학은 불교의 전파에만 머물지 말아야 한다.〈아쿠다가와 류노스케 문예론〉에 “종교를 위한 예술은, 한 발자국만 헛디뎌도 종교실리설로 추락한다.” 라는 말이 있다. 불교문학은 불법과 생활, 이상과 현실, 신앙과 수행을 병행하는 한편 사상적 포용성을 어떻게 하면 문학작품 속에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모든 종교와 사상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만날 수 있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새로운 불교적 가치를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궁구해야 한다. 

불교문인들이 이러한 과제 해결과 창작의 선도적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일차적으로 교단적 신뢰를 얻지 못하거나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그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지금 형편으로서는 문학회 구성과 작가들은 확보됐으나 포상 제도는 고사하고 원고료와 제작비가 전혀 없다. 아무런 보상도 없이 개인이 심혈을 기울여 연구·창작하고 자비 출판까지 해야 하는 척박한 풍토에서는 불교문학의 싹은 자랄 수 없다. 경제적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좋은 창작물이나 연구물이 나올 수 없음은 당연하다.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과 격려가 있지 않으면 의욕 자체가 시들어 버리고 출판이 된다 한들 보람을 거둘 수가 없다. 

“혜향문학회에서는 제작비 걱정하지 말고 어떤 문학서보다 가치 있고 쉽고 정확하고 재미있게 만들기나 하세요. 그리고 그 책을 교구 내 전 사찰과 기관에 무상으로 배포해 주오.” 

이러한 소망이 현실로 나타나기를 기도한다. 한마디로 혜향문학회는 희망적이지만 지원 대책은 아무 것도 없어 안타까운 노릇이다. 

/김정택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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