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미소의 나라 태국을 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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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미소의 나라 태국을 가다<2>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7.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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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태국 최고의 왕실사찰 ‘왓포 사원’

산방산 보문사(대표 진여행)‧광령 향림사(주지 능효 스님)는 지난달 24~28일 3박6일 일정으로 1986년 故 강설 스님(전 보문사 주지)이 수학했던 왓 밴짜마보핏 사원을 흔적을 좇고자 국민 94%가 불교국가인 태국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그 순례길에 함께 동행했던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 태국의 부처님 이야기를 풀어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왕실과 불교, 국민들 절대 신뢰 속

나라 지탱하는 양 수레바퀴와 같아

 

태국불자들은 시주 통해 공덕 쌓고

기도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삶

 

태국의 종교활동은 법당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도 쉽게 보였다. 방콕 시내에는 거리 곳곳마다 작은 법당이 눈에 띈다. 그냥 장식품처럼 꾸며 놓은 게 아니다. 사람들은 조그만 법당과 부처 앞을 지나칠 때마다 합장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매일 같이 태국 국민들은 공양물을 올리고 우리의 불심과는 다른 정성이 느껴진다. 콜라도 부처님 전에 빨대까지 꽂아놓은 것을 보면 중생의 삶 속에 부처님이 계신 듯하다. 공양물이 지나가던 새들의 먹이가 될 지언 정 그들의 깨알 같은 불심을 제주불자들은 배운다.

이처럼 태국에서 불교란 공기처럼 국민들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아는 사람을 만날 때 인사하는 것이 대단한 예의라기보다 생활습관인 것처럼, 태국에서는 기도하는 것 역사 하나의 생활습관처럼 자연스러웠다.

태국불자들은 시주를 통해 공덕을 쌓고, 염불을 통해 축원을 하고, 기도를 통해 자신을 돌아봤다.

제주불자들도 태국불자들처럼 닮고자 왓포국립사원을 향하는 버스 안은 작은 법당이 됐다. 불자들은 입재식을 갖고 천수경을 독송하는 한편 법성 스님은 동참한 순례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축원하는 등 이번 성지순례가 원만하게 회향하길 기원했다.

왓포는 국립사원답게 그 주변에 국민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는 국왕사진이 여러 곳에 내걸려 있었다. 문득, 고려시대 왕실불교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태조 왕건은 고려를 건국 후 불교를 건국이념과 국가신앙으로 정착시켰다. 불교는 왕실의 지원 아래 크게 번창하면서 국가가 주관하는 ‘연등회’ ‘팔관회’와 같은 다양한 불교행사는 전통으로 계승되는 한편 대장경 판각 등은 국난을 극복하려는 호국정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태국에서도 왕실과 불교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존경과 신뢰 속에 이 나라를 지탱하는 양 수레바퀴와 같았다.

왓포사원에 들어서자마자 제주불자들을 에스코트(?)해줄 캄두암 프라쿠우 산녹 스님이 우리 제주불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산녹 스님은 지난해 8월 산방산 보문사 100일 기도 중재를 맞아 초청됐던 그 인연의 고리는 제주불자들에겐 큰 공덕으로 여겨졌다.

왓포사원은 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방콕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원이다. 남방불교계가 대부분 그러하듯 법당은 아주 신성한 곳으로 여기기 때문에 참배객은 신발을 벗어야 한다. 그리고 반바지, 민소매, 배꼽티 등을 입어서도 안 된다. 스님에 대한 존경이 상당히 높아서 여성의 경우 스님과 접촉하거나 물건을 직접 건네는 것도 동북아 불자들이 조심해야 할 문화다.

왓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황금와불은 1793년에 국왕인 라마1세가 건립하고, 1832년 라마 3세가 와불상을 봉안했다고 전한다. 부처가 열반에 드는 과정을 표현한 전장 46m, 높이 15m의 거대한 와불상을 보기 위해 1년 내내 여행객과 불교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왕금와불은 한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비스듬히 누워있는 자세가 열반에 든 모습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불상과도 견줄 수 없는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와불의 엷은 웃음기를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충전시켜 준다. 와불 머리에서부터 빙 둘러오면 발바닥에 이르게 되는데, 발바닥에는 자개를 이용해 다양한 동물과 스님들께 공양올리는 모습 등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길에서 나고 길에서 법을 펴다가 길에서 열반에 드신 부처님이시기에 길 위에서 중생들에게 길을 보여주셨다. 그 길은 자비의 길이었고, 인간완성의 길이었듯이 그 발바닥은 우주의 삼라만상을 옮겨놓았다는 게 옳은 듯하다.

와불 한 옆으로 돌아 들어서자 발우모양의 108개의 항아리가 줄지어 서있다. 부처님이 평등을 강조했듯 이들에게 절은 높고 낮음이 없었다. 서민들에게도 행복한 공양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20바트 지폐(한국 돈 800원 정도)를 주면 동전으로 교환해준다. 행운을 바라는 사람들이 108개의 항아리에 동전을 정성껏 넣으며 지금까지 지고 왔던 잡다한 욕망들을 내려놓는다.

와불상 법당을 나오자 천연석으로 이루어진 웅장하고 화려한 탑 사이를 거닐다보면 어느새 온몸을 온통 보석으로 치장한 듯 야릇한 착각에 빠진다. 탑만이 아니라 불당 등 전체적인 건축양식도 동북아시아와는 전혀 다른 화려함의 극치다.

눈높이를 최대한 끌어올려 사원을 천천히 감상하는 것도 재미다. 수많은 첨탑과 뾰족한 사원 지붕의 장식들이 새파란 하늘에 걸려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다.

도자기 조각을 발라 반짝이는 4개의 초대형 불탑(쩨디)은 짜끄리 왕조 초기 왕들에게 헌정한 것이다. 녹색은 라마 1세, 흰색은 라마 2세, 노란색은 라마 3세, 파란색은 라마 4세를 상징한다. 4개의 초대형 불탑과 법당 사이에도 작은 불탑들로 반짝이는데 왕족들의 유해를 보관하고 있고, 그 가운데는 시주자들의 불탑들도 눈길을 끈다.

또한 입구 앞에는 무기를 든 문 앞을 지키는 외호신장처럼 보이는 중국 거인 석상도 이채롭다.

캄두암 프라쿠우 산녹 스님과의 특별한 인연 덕분으로 타 여행객들이 그 문턱조차 넘볼 수 없었던 태국 스님들의 수행 거처를 비롯해 왓포사원 복원과정 속에서 나온 귀중품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 등 제주불자들의 눈은 융숭한 대접에 받았다.

이제 제주순례자들은 본 법당, 즉 대웅전으로 향한다. 왓포사원의 수행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린다는 그 마음하나만으로도 설렘은 파도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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