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미소의 나라 태국을 가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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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미소의 나라 태국을 가다<3>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7.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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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설스님이 수학했던 ‘왓밴짜마보핏 사원’

왓포 사원서 청정 비구스님들께 공양 올려

주지스님 축원 등 제주불자들 환희심 물결

남방불교에서 수행정진 한 청정 비구들에게 공양 올리는 일은 인연 차 공덕 중 으뜸으로 꼽는다.

그 기회가 제주불자들에게 주어졌다. 국립왓포 사원을 순례한 제주불자들은 대법당으로 들어서자 금은보화 칠보로 치장된 부처님이 제주불자들을 반긴다. 이미 캄두암 프라쿠우 산녹 스님의 인연 덕분인지, 25여명의 스님들이 줄지어 앉은 그 모습에 제주불자들은 환희심으로 가득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대법당은 시방세계 일체가 넓고 청정함으로 장엄되어 있었다.

진여행 보문사 대표가 부처님 전에 촛불을 밝히고 제주불자들이 반야심경으로 법회의 시작을 알렸다. 비록 언어는 통하지 않을 지라도 태국 스님들도 합장을 한다. 대법당을 찾은 외국인관광객들도 누구나 할 것 없이 두 손을 곱게 모은다. 모두가 부처님 법으로 통하는 세계일화(世界一花)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어 성수를 뿌려지자 제주불자들은 과거의 모든 업장을 소멸하고 청정함이 남은 새로운 불자로 태어났다. 그 청정한 마음을 담아 제주에서부터 준비한 가사와 다양한 생필품 등의 공양물을 태국 스님들께 올려졌다. 이에 스님들은 제주 불자들 한명 한명에 축원하며 안락과 행복을 기원했다. 특히 이날 특별한 법회에만 참석했던 왓포사원의 주지 파텝비바폰 스님의 법회 참석은 이례적인 일로 스님의 축원에 법회는 절정으로 달아올랐다. 이에 제주불자들은 그 환희심으로 불자로 더욱 정진할 것을 발원했다.

“1년여 전 이 장엄한 모습을 제주불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다”는 진여행 대표는 “이번 성지순례의 목적도 이와 같이 태국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며 수행과 발심에 담긴 그 지극한 가르침을 불자들이 되새기길 바랐다”며 “태국 성지순례를 계기로 불자들 모두가 각자의 초발심을 점검하고 일상에서 불자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문하면서 수행정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날 드디어 이번 성지순례의 최대 목적이었던 강설 스님이 수학했던 왓뺀짜마보핏 사원으로 향한다. 1986년 강설 스님이 3년 동안 수학했던 왓뺀짜마보핏 사원은 한국에서 40여년 동안 한국의 선불교를 세계 각지에 홍포했던 숭산 스님이 주석했던 서울 화계사를 닮은 태국의 국제사원으로 유명하다.

당시 강설 스님은 중앙승가대학교와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을 졸업한데 이어 일본 비예산대학원을 수학한 후 남방불교를 체험하고자 도반 스님 4명과 함께 이곳 왓뺀짜마보핏 사원의 문을 두드렸다. 제주출신 무진장 스님이 1968년 이곳에서 남방불교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듯이 스님도 큰 스님의 발자취를 좇고 싶었을 것이다. 강설 스님도 중국을 거쳐 그 색이 덧칠된 한국불교를 벗어나 초기불교를 온 몸으로 부딪혀 느껴보고 싶었으리라. 인도에서 중국으로 법을 전한 달마처럼 태국의 초기불교를 한국의 불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그 마음은 마치 길에서 깨닫고, 길에서 전도하고, 길에서 열반에 든 부처님답다.

강설 스님은 지난 1989년 태국에서 대승정으로부터 전법 수계를 받고 사리 33과를 증정받는다. 스님은 사리 5과를 보문사 내 5층 금강사리탑에 봉안한데 이어 이 외에 사리는 애월읍 상귀리 극락사 등에 봉안하며 제주불교에 남방불교의 씨앗을 심었다. 강설 스님이 지난 2010년 차안을 떠난 지 6년이 지났지만, 스님의 구도와 전법 그리고 원력은 후학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제주불자들이 왓뺀짜마보핏 사원의 문턱을 넘는 순간 저마다 강설 스님에 대한 추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법당에 들어서자 제주불자들은 “관음보살 큰 자비로 시방삼세 다니면서 보현보살 행원으로 많은 중생 건지올제~” 다함께 ‘이산혜연선사 발원문’을 독송하자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강설 스님에 대한 추억들이 켜켜이 들춰진다. 강설 스님이 기도를 하면서 늘 잊지 않았던 이산혜연선사 발원문 속에 강설 스님의 독경 소리가 들리는 듯 제주불자들의 후벼 파듯 가슴을 아리게 한다.

이어 제주불자들은 아미타부처님을 부르며 강설 스님이 다시금 아미타부처님 품안에서 편안하게 잠들길 기원했다.

왓뺀짜마보핏 사원은 ‘대리석 사원’으로 유명하다. 태국 국왕 ‘라마 5세’가 국가사업으로 1899년에 완공한 사원이다. 대리석 사원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대리석 자재로 이용해 지어 호텔에 온 듯 화려하다.

라마5세는 왕자시절부터 ‘세계 각 나라의 부처님을 모시고 세계불교 문화를 집대성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만큼 현 라마 9세 국왕이 매년 대웅전 부처님의 가사를 직접 입히는 의식을 봉행하고, 사찰의 유지보수에 각별히 신경 쓰는 사찰이다.

특히 이 사찰은 태국 문화재 관리국의 집중관리를 받고 있는데 본당과 회랑에 석가모니 좌상, 입상, 고행상, 열반상, 걷는 부처님상 등 중국, 일본, 스리랑카, 말레이시아, 티베트, 한국 등 세계 53개국의 청동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이를 보아도 이곳이 바로 태국의 국제적 사찰임을 직감한다. 특히 이날 제주불자들은 사원의 주변에서 뜻하지 않은 유물(?)을 찾아냈다. 바로 1970년 ‘대한불교 불교신도협회 대장 이후락’이라고 적힌 작은 범종이었다.

제주와 태국을 잇는 불교의 실크로드를 만들고자 했던 강설 스님의 지난 구도여정을 제주불자들은 돌이켜본다. 오히려 타국에서 강설 스님에 대한 사무치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느끼는 건 무엇일까. 외국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 지금도 쉽사리 떠날 수 없는 태국까지 30여년 전 남방불교를 제주불자들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강설 스님에 대한 그리움의 여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불자들은 온갖 고행을 이겨내며 탐험한 스님의 위대한 정신을 조금이나마 느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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