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란 타인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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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란 타인을 통해 자기 스스로를 발견하는 것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8.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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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의 주춧돌, 당신을 모십니다 <5-1> - 김문자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신도회장 -

김문자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 신도회장은 도내 사부대중으로부터 제주불교계에 살아있는 대모(大母)라 불린다. 

80여년의 삶 가운데 60여년을 부처님께 의지하며 그 가르침에 따라 보시바라밀을 행한 김문자 신도회장의 삶의 궤적을 쫓았다. <편집자 주>

 

2004년 ‘덕희봉사회’ 창립에 견인 역할
매년 삼광사서 김장김치 나눔 행사 펼쳐

 

 

김 회장은 조계종 제23교구 신도회장직을 수락하며“금세에 지어야 할 업이라면 업장소멸하라는 부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마디 더 덧붙인다.“봉사란 타인이란 매개체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 중요한 걸 깨달아야 하는데 봉사하는 이들 중 가끔은 오히려 나보다 부족한 이들을 도와준다는 아상(我相)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요. 좋은 일을 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인격을 더 격하시키니까 말입니다. 그것을 내려놓을 때만이 봉사가 진정한 수행이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봉사는 참선이나 기도 못지 않게 우리 불자들에게 필요하고 좋은 수행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회장이 속한 제주불교사회봉사회는 혼자사는 노인들의 목욕봉사, 장애인 후원금 전달 등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수없이 많은 봉사 활동을 펼친다. 이중 매주 수요일마다 제주시노인복지관서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점심공양 봉사는 22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은 대표적 활동이다. 김 회장 역시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꾸준히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한국어린이재단(現 어린이재단-초록우산) 제주지부 주부후원 회장을 1983년부터 1996년까지 13년 동안 역임했다. 부모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가슴으로 낳은 어머니가 돼주었다. 김 회장의 기억 속에 지금도 오롯이 남은 아이가 있다.

“보육원에 봉사 가면 모든 아이들이 안아달라고 살갑게 달려들지요. 그 가운데도 늘 가슴에 파고 들며 안기는 여자아이가 있었죠. 몇 년 동안 딸처럼 챙겨줬는데 열여덟 살이 되자 보육원을 나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갈 곳이 없었던 거예요. 여자아이는 우리 집에서 갈 곳이 있을 때까지만 머물 수 없겠냐고 간청하길래 때마침 2층 방이 비어서 그러라고 했죠. 그 말을 들은 보육원장이 귓속말로‘아이들을 쉽게 들이지 말라’고 충고하더군요. 순간 잘못된 결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죠. 함께 지낸 2년 동안 저를‘어머니’라 부르며 친딸처럼 따랐어요. 그리고 시집 가기 전 남편 될 사람을 데리고 다시 찾아와서는 자신의‘어머니’라고 인사를 시키는데 눈물이 납디다. 그땐 정말 참 뿌듯하고 행복했죠. 오히려 잊지 않고 찾아와 준 게 정말 고맙더라구요.”

김 회장의 봉사행은 지금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삼광사 덕희봉사회로 이어진다. 30여년 동안 인연을 맺고 있는 현명 스님이 주지로 있는 제주시 삼광사는 당시 제주불자들에게 무주상 보시행으로 깊은 존경을 받던 임덕희 대화주 보살이 봉사회를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2004년 임덕희 보살이 입적하면서 그 역할이 주지 스님과의 인연으로 김 회장에게 맡겨졌다. 2004년 ‘임덕희 보살’의 자비행을 잇자는데 뜻을 모아 ‘삼광사 덕희봉사회’가 창립되고 김 문자 회장은 현재까지 리더를 맡으며 회원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삼광사 덕희봉사회는 지난 2004년 창립 이래 매년‘김장김치 자비나눔’행사를 펼치며 불교계는 물론 제주도에서 없어서는 안될 단체로 성장했다. 김장을 버무리는 김문자 회장.

덕희봉사회 창립 초창기 제주지역에는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김장김치 자비나눔’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350포기에서 시작한 김장 나눔은 10년이 흐른 지난 2013년에는 10배에 달하는 3천여 포기 규모로 늘어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나눔을 펼치고 있다.

수혜 단체들도 점차 늘어, 도내 각 복지시설을 비롯해 다문화가정, 백혈병·소아암협회 등 다양해졌다. 행사 날은 수천명의 인파로 북적인다. 이제는 명실공히 삼광사 단위 사찰 행사를 넘어서 지역축제, 불교계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김장김치 자비나눔은 해를 거듭할수록 소외된 이웃들과 온정을 나누는 축제로 승화시키면서 오히려 우리 봉사 회원들이 더욱 환희심으로 넘쳐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아요. 우리 회원들의 마음 가짐이 이러니 찾아오시는 손님들도 모두 축제날처럼 얼굴마다 웃음을 머금습니다. 모두가 공덕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하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덕희봉사회는 어느덧 10년 째를 맞으면서 새 변화를 모색중이다. 이제는 불교계 뿐 아니라 제주도 전체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봉사단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제 덕희봉사회는 봉사의 양보다 질을 고민할 시기”라며 “유명세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할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봉사행을 계속하고 싶다는 김 회장은 “부처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천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껴안고 가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며, 이 사회에서 불교가 제 역할을 못하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불교의 대사회적 역할도 강조한다.

덕희봉사회가 지난 2004년 창립 후 10여년 남짓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100여 회원과 50여 후원자들이 활동하는 등 탄탄한 재정구조를 토대로 다양한 봉사를 펼 수 있는 밑거름이 마련된 것도 깊은 불심은 물론 김 회장이 오랜 적십자 봉사활동의 경험을 살려 체계적인 봉사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받은 표창장만 20개가 넘을 정도인 포상경력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었다.

인터뷰 끝무렵,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던 덕희봉사회원 한분이 한마디 거든다. “우리 김 회장님은 봉사를 통해 늘 자신을 비우고, 회원들에겐 원력을 불어넣어 주십니다. 기도를 통해 참불자의 길을 묵묵히 실천하며 일평생 봉사하며 자비행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지요”라며 존경을 표한다.

김 회장은 지난 6월 17일 조계종 제23교구 신도회장을 수락했다. 제주불자들이 만장일치로 추대한 것은 김 회장의 업력을 가늠했을 때 불자의 삶으로써 가장 존경받을 가치를 불자들에게 증명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조계종 제23교구 신도회는 부침을 겪었다. 그렇기에 제주사부대중은 제주불교의 상징이 되어줄 인물이 필요했던 셈이다. 그 원력을 바탕삼아 제주불교를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있다. 

김 회장은 “신도회장 제의에 저는 물론 자녀들도 고민과 걱정이 많았다”고 소회를 털어놓으면서“금세에 지어야 할 업이라면 업장소멸하라는 부처님의 뜻인 줄 알고, 관음사 더 나아가 제주불교를 불국토로 만들면서 제주지역 조계종단이 한 단계 발전하는데 밀알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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