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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始原)에게<49>

태백중앙병원

 

                             박준

 

태백중앙병원의

환자들은

더 아프게 죽는다

 

아버지는 죽어서

밤이 되었을 것이다

 

자정은 

선탄(選炭)을 마친 둘째형이

돌아오던 시간이다

 

미닫이문을 열고

드러내 보이던

 

형의 누런 이빨 같은

별들이 켜지는 시간이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

 

 

강원도에 관한 시 한 편 쓰고 싶다. 속초, 양양, 강릉, 동해, 삼척, 태백……. 강원도라는 말은 서늘하다. 철원에서 하사관으로 군복무를 했다. 눈이 많이 내렸고, 종종 은하수를 봤다. 기회가 된다면 강원도에 가서 몇 년 살고 싶다.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 봉평, 만해마을과 박인환 문학관이 있는 인제에 가보았지만, 정선, 사북, 태백에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 강원도 태백산 두리봉엔 동화작가 임길택 시비가 있다는데……. 허진호 감독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처럼, 이글루를 짓겠다고 눈을 굴리던 어린 날의 소년처럼 그곳에 가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나는 강원도의 삶을 모르는 사람이다. 이 시만 봐도 그렇다. 이 시는 그렇게 낭만적이지만 않다. 서늘한 곳에서 요양을 한다. 사람은 죽으면 ‘밤’이 된다. “형의 누런 이빨 같은/별들”이 있는 태백. 산맥은 슬픔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지형 같다. 강원도에서 몇 년 살게 된다면 삶이라는 산맥을 매일 올라야 하리라. 그런 후에야 비로소 강원도에 대한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현택훈(시인)

 

* 현택훈 시인의 <시원에게> 연재는 이번 49회로 마무리 됩니다. 그 동안 독자 여러분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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