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스리랑카를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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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스리랑카를 거닌다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6.10.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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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는 마음으로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우리의 행복을 키워주는 것이 봄비 같은 것입니다. 걸을 땐, 깨어있는 마음으로 걸으십시오. 깨어 있는 마음만 있다면 당신은 이제 과거를 후회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난히 더위가 길었던 지난여름을 뒤로하고 30여명의 불자들은 일년 내내 여름인 불교의 나라 스리랑카 성지순례를 봉행했다.

기원 전 3세기에 세워진 바위 위에 세워진 사원이라는 뜻을 가진 ‘이수루무니야 사원’순례를 시작으로 스리랑카 성지순례는 4박 6일의 여정으로 위없는 부처님 가르침을 절절히 느끼게 하는 환희심이 가득한 순례였다.

370여년 간 서구 열강에 의해 식민지 통치기간 동안 이교도들은 불교 사원을 부수고 또 부수고를 얼마나 했던가. 그럼에도 불사조처럼 아직 남아있는 부처님 성지를 본다.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한 사원 조성을 보면서 그 옛날 찬란한 부석과도 같은 부처님 세계를 끝없이 상상하게 된다.

신을 내세우는 기독교, 이슬람교는 너무 확연히 다른 우주관으로써 대자연과 하나 되는 무한한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게 된다. 부서지고 훼손된 불상과 사원 모습, 오랫동안 그 뜨거운 열기 앞에서도 당당히 버티어 내는 스리랑카의 불교사원을 거닐며 텅 빈 충만과 물질 만능에 물들어 정신적 빈곤에 허덕이는 현실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한다.

마치 마음의 고향에 간 듯 한 느낌 속에서 갈 비하라(석굴사원)의 세가지 모습의 불상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부처님 가르침과 수행의 모습은 너무 명료하게 각인시켜 준 좌상, 입상, 열반상이다. 

담불라 석굴사원의 열반상은 빨간 발바닥의 불꽃같은 꽃무늬가 전법하시던 부처님을 떠올리게 한다. 찬란한 빛의 사원인 알루비하라 사원은 최초의 불교경전인 패엽경을 완성한 곳이다.
그곳에서 난드 스님을 만나 패엽에 경을 쓰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셨다. 순례의 최고 절정인 캔디 불치사에서 한국과 인연이 많은 스님이 한국어로 부처님 가르침을 들으며 다시금 큰 환희심을 느끼게 하였다. 

스리랑카 캔디 시가지 동쪽 호숫가에 살포시 자리잡은 부처님 치아사리가 모셔진 불치사. 왕권의 상징으로서 옥쇄와도 같았던 불치사가 있는 곳이 바로 스리랑카의 수도였던 곳이다.
대자연에 순응하고 부처님 생전에 세 번 즈음 스리랑카에 오셨다고 굳게 믿는 스리랑카의 불교에서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깨달음의 보석을 아름다운 마음과 급하지 않게 주어진 삶에서 불안에 끌려 다니지 않는 여유로움이 가득한 나라였다.

바다에서는 드넓음을 배우고, 허공에게는 텅 빈 마음을 배우고 흘러가는 구름에게는 그 변화를 배운다고 한다.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거슬리지 않고 인간답게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은 겉치레에 있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준 스리랑카의 여정이다. 너무 빨리 변화하여 따라가기 벅찬 현실 앞에서 그리하면 본래 목적을 상실해 가는 풍요속의 빈곤을 돌아보게 한다.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아름답기까지 한 부처님 나라를 한걸음 한걸음 맨발로 걸으면서 열린 마음과 행복함으로 사원마다 그늘이 되어주는 큰 깨달음의 나무 보리수처럼 무한한 보석들이 반짝이며 살아있는 힘을 스리랑카는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스리랑카의 어느 사원을 거닐며 “깨어있는 마음은 사랑하는 어느 사원을 거닐며 볼 수 있게 해주고 그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줍니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스리랑카의 박찬 여정을 내려놓는다.
 

/제용 스님 (오등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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