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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8.1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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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제주불교 중흥조 봉려관 스님 탄신 152주년 기념 - 제3회 신행수기 공모 가작

1990년  10월 28일
불안하고 초조하다. 잘되리라 생각하면서도 불안함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11월11일로 개업 날을 잡았지만 제 날짜에 오픈하게 될런지도 걱정스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렵겠지만 영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어떤 어려움도 견디고 이겨내야만 한다. 불,보살님과 모든 신 들께 간절히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싶다 .어떤 바람이 불어와도 부는 대로 휘어지는 갈대가 될지언정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꺾이는 참나무는 되지 않게 해달라고 빌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잠잠해지면 갈대는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참나무는 꺾어지면 못쓰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해야 한다. 그리고 일어나야 한다. 나의 모든 정성과 끈기와 인내로서 난 이겨 낼 것이다. 여기서 쓰러지면 나는 정말 끝이 나고 말기 때문이다. 그도 직장 다니면서 열심히 도와준다고 했다. 피곤해서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아들도 우선은 힘들고 짜증나고 외로울 것으로 생각된다. 방 문제, 이사문제 모든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이 술술 풀리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길고 긴 밤을 걱정으로 지새는 지금의 내 마음이 한 달 후 두 달 후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1991년 6월 14일 
6월의 맑고 유쾌한 하늘과 빛나는 태양, 금빛햇살, 여인들의 산뜻하고 밝은 옷차림, 싱싱한 웃음들, 노란 참외, 빨간 앵두, 자동차 소리, 오토바이 소리, 이웃 아줌마의 나지막한 웃음소리… 가게는 그럭저럭 잘 되어가고 모든 것이 순조로울 것 만 같았는데 컴컴하고 음침한 시간이 찾아 왔다. 달빛도 별빛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처럼 바람도 눈부신 햇살도 차단되어 버린 절벽안의 우물, 손목이 시리고 쑤신 지가 오래 되었다. 파스를 부쳐도 낫지를 않는다. 시큰거리고 아프니까 모든 일이 겁나고 짜증스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과장인 것 같지만 죽을 맛이다. 질기고도 모진 목숨을 부지하면서 내 삶을 영위하지만 시들고 병들어 버린 나의 영혼은 투명한 유리벽 너머의 쓰디쓴 단절의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내년을 올해보다  나아지리라 기대해보지만 남편과의 잦은 대립으로 인한 상처의 자국들이 점점 커져만 간다. 망각은 보약보다 좋은 것이라지만 난 너무도 민감하고 무지해서 망각의 좋은 보약은 꼭꼭 간직해 둔 채 기억해야 좋은 일들은 꼭 흘려 버리니 내 삶은 이 같이 고달프기만 하다. 아아~ 어린 날의 집 옆 보리밭 풍경, 출렁이던 보리 물결이 보고 싶다. 때때로 노랑나비, 하얀 나비 훨훨 날아와서 어지럽게 노닐다가 사라지고 귓볼을 간질이며 노곤한 잠을 몰고 오던 부드러운 바람 어디로 갔을까. 그리운 그때는 어디로 갔을까. 

1992년 1월 8일
불교를 찾아가는 길이란 책을 승암스님께서 선물로 주셨다. 책을 받아 들고 나는 다짐했다 . 
1.하루에 두세 쪽은 꼭 읽을 것.
2.성냄, 욕심을 버릴 것.
3.늦어도 아침 7시에는 일어날 것.
4.마음속에 부처님을 생각하고 나무아미타불을 염송하며 자비심을 잃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것. 그리고 마음을 비울 것.
 그래  힘들어도 노력해보자 끈기 인내, 구름은 흘러가건만 하늘은 꿈적 않고  배는 지나가도 바다라는 그냥 있네. 원래 아무것도 없거니, 어디에 기쁨 슬픔 일으킬 것인가. 

1992년에 7월 18일 
토요일에 나지막이 불어오는 골짜기의 솔바람이 그립다. 허공을 비상하는 목적 없는 나의 영혼은 메마른 대지 위에 단비의 향연인들 반가울 수 있으랴 , 날마다 같은 일에 새로운 고통들이 쥐어짜듯 움켜쥐듯 나의 목을 조인다. 눈부신 햇살위에 영롱하던 아침이슬 흔적 없이 사라지니 어디 가서 그 영혼 슬피 울며 헤매이나, 한순간의 고통인들 내가 어찌 막을 건가. 살아있는 목숨이라 어루만져 보내야지. 찜통 같은 우리가게 숨이 막혀 못살겠다. 그러나 어쩔 건가 내 행실이 이러한데 견뎌보자. 견뎌보자. 살아있는 그 날까지 사랑해야 한다. 그가 아무리 쥐어짜도 사랑해야 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노기등등 소리가 하늘에 닿을 듯 천둥소리보다 내 가슴에 크게 와 부딪쳐도 웃음 지으며 자비로운 미소를 지어야겠다. 마음은 다 알면서도 막상 경계에 부딪치면 어느새 천둥소리를 내고 가슴을 쥐어뜯게 되니 그런 후의 좌절과 외로움은 끝도 알 수 없는 고통의 바다에 깊이 깊이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침식해 버린다. 먹구름이 몰려온 후 세찬 바람과 소나기가 다가오고 열기로 가득한 온 대지를 한 순간에 식혀버리듯 나의 마음을 식혀 줄 소나기는 없는가. 불 붙는 듯한 하루의 생활이 힘들어도 부처님의 수행 길을 생각하며, 우리 어머님 아버님 살아오신 힘든 고통의 긴 세월을 생각하며 뼈를 깎는 인내로서 견디어내야 한다. 그가 서운하게 하고 억울하게 한다 해도 참아야 한다. 
그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그래도 우리 집 가장이니까. 지극히 자기 중심적인 그는 가게가 덥다고 밖으로만 나 돈다. 이해를 하면서도 속상하고 서러울 때가 많다. 아무리 일에 지쳐 곤죽이 되고 마음이 닫혀 깜깜할지라도 나는 늘 부처님 말씀을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늘 관세음보살을 염송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장 힘들다고 투정하지 말고 언젠가 내게 희망의 꿈들이 오리라 믿고 포기해선 안 된다. 나의 꿈들을 이루어야할 꿈들을 위해 가게 넘길 때까지는 꿈쩍 말고 목 깊숙이 들이밀고 묵묵히 살아가는 거야, 불평불만 하지 말고.

1994년 8월 21일
버리자! 버리자! 우선 나 자신을 버려야 한다 .나 라는 존재를 내세우지 말자. 나를 내세우면그와 다투고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리고 화를 낸다. 나를 버리면 모두를 끌어 안을 수 있을 텐데, 모두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으며 모두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나를 버림으로써 모두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를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중생이고 보면 상에 집착하고 욕심을 부리고 늘 흔들리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소비하는 어리석은 인간이니,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하랴. 상에 집착하므로 번뇌가 오고 고통이 따르리니,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2011년 6월 18일 백일기도 입재
남편 모르게 백일기도를 시작했다. 회향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을는지 걱정되지만 장사가 잘돼서 가게도 나가고 그도 마땅한 할 일이 생기고 나도 내가 원하는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가피내려 주시옵소서! 부처님께 간절히 소원을 빌었다. 오늘부터는 하루하루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화내지 말고 그와 다투지 말고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 대하며 꼭 이루어질 거라고 믿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거다. 지칠대로 지쳐있다. 백일기도 중이라는 걸 난 잊으면 안된다. “옴 아모카 살바다라 사다야 시베훔,”

2011년 9월 10일 토요일
그렇게도 속을 썩었지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게 했던 점포가 나갔다 
오른쪽 옆구리로 멧돼지가 파고 들어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다. 그를 부르다 깼다. 종일 장사가 잘 됐다. 대박이었다. 남은 물건도 다 나가고 안주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계속 속으로 염송하며 새벽 2시30분쯤 가게에 나왔다. 참으로 길고도 긴 여정이었다. 남편과 만 21년을 이끌어온 자영업에서 해방 되었다. 부처님의 자비스러운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2017년 6월 5일 
이른 아침 남편이 출근하자마자 나는 부지런히 기도갈 준비를 한다. 마치 죄수가 감옥을 빠져나온 기분만큼 해방된 기분으로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원찰이 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 사뿐사뿐 내 딛는 이 기쁨을 어찌 설명하랴. 나에게는 오랜 꿈이 있었다. 부처님 법 바로알고, 바로 배워 보살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나를 지도해 주실 선지식을 만나게 해달라고 얼마나 발원했던가
부처님을 내 방에 모셔놓고 조건 없이 빌고 빌었는데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절이 있어 한걸음에 달려간 곳이 대복사다
절문을 들어서는 순간 마치 살아있는 부처님을 만난 듯 내 꿈이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는듯하여 나도 모르게 내 살을 꼬집어 봤다. 거기다가 내가 그렇게도 찾아 헤맸던 나를 닮은 보살님까지 만났으니, 아 ~! 이 엄청난 사실앞에 무슨 말을 이으랴. 부처님의 가피력인가, 나의 간절한 기도공덕인가, 조상님의 보살핌이신가, 드디어 나를 지도해주고 지켜봐주실 분들을 만났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보살행을 실천하며 살아가기를 발원한 만큼 나의 기도가 헛됨이 없기를 다시 한번 발원하며 또 하나의 원을 세워본다. 이제는 내가 원하던 간절한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두려움도 없고 망서림도 없으며, 물러남도 없을 것이다. 내 등 뒤에는 불.보살님이 계시고, 나를 이끌어줄 저~분들이 함께 해 주신다고 한다.

기도해 보라, 안 될것이 무엇인가.  간절함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지금 글과 말로써 부처님 법 바로 알고, 바로 배워,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그런 불자로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라고  다시한번 다짐해본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귀의 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법에 귀의 합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승가에 귀의합니다.
 

/글: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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