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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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우표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8.1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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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남유진 경북 구미시장이 우정사업본부의‘박정희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발행 재심의 결정에 반발해 기념우표 발행을 촉구하는 1인시위에 나섰다. 
남 시장은 지난 7월12일 오전 8시부터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혼자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시작했다. 손팻말에는“우정사업본부는 재심의 결정을 즉각 철회하고 박정희 우표를 당초대로 발행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기념우표 하나 못 만드는 게 자유민주국가인가”라고 적었다. 앞서 지난 달 10일 구미‘박정희 대통령 생가보존회’도 우정사업본부를 방문해 기념우표 발행 재심의 결정에 항의하는 서한문을 전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출신지인 구미시는 오래전부터 박 전 대통령이 태어난 지 100년째 되는 날(올해 11월14일)을 맞아 기념우표 발행 등 기념사업’을 준비해 왔다. 구미시는 지난해 4월 우정사업본부에 기념우표 발행을 신청했다. 우정사업본부 소속 우표발행심의위원회는 지난해 6월8일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가 1년여 만인 지난 6월 29일 이를 보류, 재심의를 결정했다. 결국 7월12일 오후 회의를 열어 참석한 12명의 위원 가운데 찬성 3, 반대 8, 기권 1표로 박정희 우표발행은 결국 무산됐다. 박근혜가 탄핵이 되어 대통령직을 상실한 채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재판정과 교도소를 오락가락 하는 상황에서 우표발행이 보류된 것이다. 만일 박근혜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살아있는 권력’선상에 있다면 과연 이런 재결정이 나올 수가 있을까.
우정사업본부의 재심의를 결정하게 된 이유부터 석연찮다.‘우표 발행 취소와 재심의 요구가 빗발쳤다’는 설명인데, 이러한 반대는 당초 발행을 결정할 때부터 있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말이 안된다. 당초 구미시는‘박정희대통령 생가보존회’의 요청으로 지난해 4월 기념우표 발행을 신청했고, 이에따라 우정사업본부는 우표발행심의위원회를 열어 만장일치로 발행을 결정했었다. 특히 전임 정권 시절 결정된 사안을 번복하려는 것은 자칫 전 정권의 흔적 지우기와 정치적 보복으로 간주될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국가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고도의 산업화를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경제발전의 주춧돌을 마련한 점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유신정권, 독재정권으로 민주화를 탄압한 것은 그의 잘못이다. 우표발행 반대파들은‘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의 경우 기념우표를 발행할 수 없다’는 우표류 발행 업무 시행 세칙을 근거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정희가 제주도 발전에 기여한 것은 특별하다. 1963년 제주-서귀포간 5.16도로를 개설했다. 이 도로개설이야 말로 제주발전의 이정표가 됐다. 또한 감귤 산업을 일으켜 가난의 때를 벗어나게 하고,‘관광제주’를 부르짖으며 오늘날의 제주관광 발전의 터를 잡게 했다.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을 반대하는 논리가 좀 옹색하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린다거나 우상화의 위험이 있다는 등의 반대 이유는 기념우표의 의미와 취지를 이념적·정치적으로 왜곡하는 선동·선전에 불과하다. 정부 기념우표는 국가적으로 기념할 만한 인물이나 사건, 행사를 위해 그해를 대표해 발행되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 중국 등 외국의 많은 국가들 역시 좌와 우의 이념과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를 배제한 채 그야말로 역사적 인물을 있는 그대로 우표발행을 통해 기념해오고 있다. 한 예로 중국에서는 모택동(毛澤東) 시기에 문화대혁명으로 수천 명이 희생당했지만, 모택동 탄신 100주년 기념 우표가 나왔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때마다 발행됐던 그런 기념우표가 생뚱맞게 어느 날 갑자기 허술하고 억지에 가까운 이념적 주장을 덧입게 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前) 정권에서 결정한 기념우표 발행 사업을 현 정권에서 손바닥 뒤집듯 쉽게 뒤집으려는 세력들의 부박함과 편협함이 더 우려스럽다. 이래서야 어디 국가적 안정성, 지속성이 유지될 수 있는가. 
권력에 따라 전임 대통령 기념마저 흔들리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임창준 (비상임 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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