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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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08.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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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남섬부주(南贍浮洲)

10여 년 전, 서로가 갈 데까지 가보겠다는 오기로 막장의 드라마가 펼쳐졌던 시절이 있었다. 지키고자 했던 집단과 빼앗고자 했던 집단 간에 부처님도 없고 부처님 가르침도 사라진 곳에서 서로가 옳음을 독점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벌어진 탐욕의 충돌 현장이었다. 참담한 일들이 창피함도 모르고 부끄러움도 없이 벌어졌다.

각자가 서있는 자리가 다르면 해석도 다르고 관점도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시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억을 되새겨본다.

싸움은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악과 악의 대결이다. 선은 선과 싸우지 않으며 악과도 싸우지 않는다.

지키고자 했던 집단에게 비록 관음사를 지키는 것이 제주불교를 지키는 일이라는 뚜렷한 인식과 확고한 신념도 있었으나 보여준 행동들은 불교인답지 못했고 불자의 모습 또한 아니었다.

승산이 없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싸움판이었다. 그것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으나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뛰어든 것은 어리석음에 불과한 일이었다. 쫓겨난 자가 아니라 거부하고 스스로 당당히 나올 수 있었던 기회를 버린 일은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빼앗고자 했던 집단은 중앙종단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상대를 초토화 시켰다. 관음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장담했던 그들에게 관음사는 하나의 전리품일 뿐이었다.

과연 10년이 지난 오늘 제주불교에서 차지하던 관음사의 위상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제주불교의 중요한 이슈를 선점했던 주도권 약화, 도내 제일가던 사찰재산 대부분이 사리진 곳간, 새로운 불자의 외연확장성 상실 등.

우리의 삶에서 그대로 묻어야 좋을 일들이 적지 않으나 밝음을 찾고자 한다면 어둠을 직시해야 한다. 어둠이 무엇인지 알고 난 뒤에야 비로소 밝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억은 과거를 되살려 보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험을 항상 새롭게 재처리하여 미래를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주불교에 회복될 수 없는 생채기를 남긴 큰 사건이었고 아직도 곳곳에 아픔의 상처가 남아있지만 한번 되새기며 교훈을 삼아 제주불교의 미래를 향한 디딤돌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이다.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대체 불가능한 명백한 사실은 관음사가 제주불교의 중심이며, 제주불교의 미래여야 한다는 것이다. 

 

/보문 이도현 (본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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