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만물을 비추고 있는 ‘한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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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물을 비추고 있는 ‘한 물건’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9.0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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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깨쳐서 쓸 따름이요 남에게 설명도 못하고 전할 수도 없다
성철 스님(1912~1993) 성철 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아직까지도 20세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한 물건이 있으니 천지가 생기기전에도 항상 있었고, 천지가 다 없어진 후에도 항상 있다. 천지가 천 번 생기고 만 번 부서져도 이 물건은 털끝만치도 변동 없이 항상 있다.

크기로 말하면 가없는 허공이 몇 억만 배가 되어 헤아릴 수 없이 크다. 그래서 이 물건의 크기를 큰 바다에 비유하면, 시방의 넓고 넓은 허공은 우주 만물을 비추고 있는 것이다.

이 물건은 모든 명상(名相)과 분별을 떠난 절대적인 것이다.

한 물건이란 이름도 지울 수 없을 것을, 어쩔 수 없이 한 물건이란 이름으로 표현하니, 한 물건이란 이름을 붙일 때 벌써 거짓말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이 일시에 나타나서 억천만겁이 다하도록 설명하려 해도, 이 물건을 털끝만치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자기가 깨쳐서 쓸 따름이요, 남에게 설명도 못하고 전할 수도 없다.

이 물건을 깨친 사람은 부처라 하여, 생사고를 영원히 벗어나서 미래가 다하도록 자유자재한 것이다.

이 물건을 깨치지 못한 중생들은 항상 생사바다에 헤매어 사생육도에 윤회하면서 억천만겁토록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중생이라도 다 이 물건을 가지고 있다. 깨친 부처나 깨치지 못한 조그마한 벌레까지도 똑같이 가지고 있다. 다른 것은 이 물건을 깨쳤느냐 못 깨쳤느냐에 있다.

석가와 달마도 이 물건은 눈을 들고 보지도 못하고 입을 열어 설명하지도 못한다. 이 물건을 보려고 하면 석가도 눈이 멀고 달마도 눈이 먼다. 또 이 물건을 설명하려고 하면 부처와 조사가 다 벙어리가 되는 것이다. 오직 깨쳐서 자유자재하게 쓸 따름이다.

그러므로 고인이 말씀하기를 ‘대장경은 모두 고름을 닦아버린 헌 종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말하노니 ‘팔만대장경으로써 사람을 살리려는 것은 비상으로써 사람을 살리려는 것과 같다’고 하겠다.

경전 가운데도 소승과 대승이 있으니 대승경에서는 말하기를 ‘설사 비상을 사람에게 먹일지언정 소승경법으로써 사람을 가르치지 말라’고 하였다. 그러나 대승경 역시 비상인줄 왜 몰랐을까? 알면서도 부득이한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서 크게 정신차려야 한다.

 

오직 이 한 물건만 믿는 것을 바른 신심이라 한다. 석가도 쓸데없고 달마도 쓸데없다. 팔만장경이란 다 무슨 잔소리인가? 오로지 이 한 물건만 믿고 이것 깨치는 공부만 할 따름이요, 그 외에는 전부 외도며 마구니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염불해서 죽어 극락세계에 가서 말할 수 없는 쾌락을 받는데, 나는 이 한 물건 찾는 공부를 하다가 잘못되어 지옥에 떨어져 억천만겁토록 무한한 고통을 받더라도, 조금도 후회하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오직 이 공부를 성취하고야 만다!’ 이러한 결심이 아니면 도저히 이 공부는 성취하지 못한다.

고인은 말씀하기를 ‘사람을 죽이면서도 눈 한번 깜짝이지 않는 사람이라야 공부를 성취한다’고 하였다. 나는 말하노니 ‘청상과부가 외동아들이 벼락을 맞아 죽어도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을 만한 무서운 생각이 아니면 절대로 이 공부할 생각을 말아라’고 하겠다.

천근을 들려면 천근 들 힘이 필요하고, 만근을 들려면 만근 들 힘이 필요하다. 열근도 못들 힘을 가지고 천근만근을 들려면,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면 미친 사람일 것이다. 힘이 부족하면 하루바삐 길러야 한다.

자기를 낳아 길러준 가장 은혜 깊은 부모가 굶어서 길바닥에 엎어져 죽더라도 눈 한번 거들

떠보지 않는 무서운 마음, 이것이 고인의 결심이다.

제왕이 스승으로 모시려 하여도 목을 베이면 베였지 절대로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고인의 지조이다.

사행의 부귀는 풀잎 끝의 이슬방울이요, 만승의 천자는 진흙위의 똥덩이라는 이런 생각, 이런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야 꿈결같은 세상 영화를 벗어나 영원불멸한 행복의 길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털끝만한 이해로써 칼부림이 나는, 소위 지금의 공부인과는 하늘과 땅인 것이다.

다 떨어진 헌 누더기로써 거품같은 이 몸을 가리우고 심산 토굴에서 감자나 심어 먹고 사는, 최저의 생활로써 최대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오직 대도를 성취하기 위하여 자나깨나 죽을힘을 다해서 공부해야 한다.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시키지 않으면 대는 도저히 성취하지 못한다.

사람 몸 얻기도 어렵고, 불법 만나기도 어렵다. 모든 불보살은 중생들이 항상 죄 짓는 것을 보고 잠시도 눈물 마를 때가 없다고 한다.

중생이란 알고도 죄 짓고 모르고도 죄 짓는다. 항상 말할 수 없이 많이 지은 죄보로써 사생육도에 돌아다니며,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 몸 얻기란 사막에서 풀잎 얻는 것과 같다. 설사 사람 몸 얻게 된다 하더라도 워나 죄업이 지중해서 불법 만나기란 더 어렵고 어렵다. 과거에 수많은 부처님이 출현하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했건만 아직껏 생사고를 면치 못한 것을 보면 불법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 것이다.

이렇게 얻기 어려운 사람 몸을 얻어 더 한층 만나기 어려운 불법을 만났으니, 생명을 떼어놓고 공부하여 속히 한 물건을 깨쳐야 한다.

사람의 생명은 허망해서 믿을 수 없나니, 어른도 죽고, 아이도 죽고, 병든 사람도 죽고, 멀쩡한 사람도 죽는다. 어느 때 어떻게 죽을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생명이니 어찌 공부하지 않고 게으름만 피우리오?

이 물건을 깨치기 전에 만약 죽게 된다면, 또 짐승이 될는지, 새가 될는지, 지옥으로 떨어질는지, 어느 때 다시 사람 몸 받아서 불법을 만나게 될는지, 불법을 만나도 최상 최고의 길인 이 한 물건 찾는 공부를 하게 될는지, 참으로 발 뻗고 통곡할 일이다.

이다지도 얻기 어려운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않으면, 다시 어느 생에 공부하여 이 몸을 건지리오.

제일도 노력, 제이 제삼도 노력, 노력없는 성공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무슨 말이든지 노력한 그만큼 성공하는 법이니, 노력하고 노력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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