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명이 만든 환희 무대…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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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여명이 만든 환희 무대…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9.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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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불교합창단연합회, ‘2017 전국불교합창제’ 참가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전국불교합창단연합회가 주최한 제20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한국대회 개최기념 축하공연 ‘2017 전국불교합창제’가 ‘전통음악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9월 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됐다. 전국불교합창제에 전국에서 모여든 800여명의 합창단이 무대에 오른 가운데 제주시불교합창단연합회(회장 고희정) 80여명의 단원들도 보현보살의 10대 행원을 이루고자하는 환희와 찬탄의 관객들에게 대합창을 선사했다. 그 현장을 동행취재 했다. <편집자 주>

교성곡(칸타타) 보현행원송 선사하며 최고 무대 장식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듣는 모든 이에게는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그 이상 훌륭한 곡이 없었고, 고통을 이겨내고 희망의 시대를 맞겠다는 베토벤의 생각처럼 무한한 울림이 강렬한 환희로 관객들을 매료시키기 때문이다.

제주시불교합창단연합회(회장 고희정)가 동참해 선사한 교성곡(칸타타) 보현행원송(普賢行願頌)도 그에 못지않은 강렬한 환희를 관객들에게 안겨줬다. 유럽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롯데콘서트홀에서 펼쳐진 제20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한국대회 개최기념 축하공연 ‘2017 전국불교합창제’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800여명의 불음 하모니가 하나로 응집된 환희와 찬탄의 대합창이었다. KBS국악관현악단의 연주가 받쳐주고 전국에서 모여든 불교연합합창단이 토해내는 그 불심 아래 바라춤과 연꽃춤이 함께 어우러진 클라이맥스 무대는 베토벤 교향곡 ‘합창’ 그 이상이었다. 이처럼 훌륭한 곡이 불교계에도 있었다는 자부심으로 불자들은 무한히 행복했던 자리였다.

광덕 스님이 창건하신 불광사에서 연습중인 합창단들.

그동안 전국불교합창제는 각 지역을 대표한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2곡씩 선사했다. 공연 후 경연대회가 아님에도 시쳇말로 ‘누가 누가 잘하나’라는 시각 때문에 서로에게 등수를 매기며 화합의 축제가 시기와 질투의 장이 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달랐다. 이번에 선보인 보현행원송은 관현악과 대합창 그리고 독창과 중창 등이 총동원되는 교성곡(칸타타) 스타일이었다. 특히 보현행원송은 한국불교계에 큰스승으로 추앙받는 광덕 스님이 시를, 박범훈 작곡가가 곡을 붙인 현대 한국불교 음악의 정수로 꼽힌다. 이미 199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됐던 작품으로 당시 불교음악 역사상 최대의 음악회였다. 25년 만에 그 음악회를 뛰어넘는 최고의 무대와 최고의 관현악단 그리고 전국에서 모여든 800여명의 합창단원들이 뿜어내는 환희심, 여기에 한중일 불교우호교류대회인 만큼 한국 중국 일본 대표 스님들의 참석해 무대는 더욱 빛났다.

이를 오래전부터 인지한 제주시불교합창단원들이었다. 이번 전국불교합창제에 출연하는 태고만다라합창단․극락사반야합창단․관음정사자비합창단․한마음선원제주선법합창단․광명사연화합창단․금붕사나유타합창단․보림사금강불음봉사단․(사)붇다클럽한담합창단․제석사바라밀합창단․천룡사관음합창단․법화불음봉사단 등 총 11개 합창단 80여명은 무엇보다 화음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화두였다. 제주시불교합창단원들이 전국에서 모인 불자들과의 화음을 고려해야 했다. 그야말로 무대에 오르기까지 갈 길이 첩첩산중이었다.

결국 최고의 화음은 노력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제주시불교합창단원들은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연습기간 동안 집안의 제사 등을 제외한 일체 빠지는 일이 없을 정도로 신심의 꽃을 피우고자 열정을 불살랐다. 또한 전국 9개 지역 연합합창단이 참여했기 때문에 총연출 김회경 지휘자와 채정희(광명심) 전국불교합창단연합회장은 각 연습현장을 순회하며 화음을 맞추려 노력했고 연습을 독려했다.

결국 9월 6일 제주시불교합창단원들은 한중일 스님들에게 약속하고 다짐했다. 선재동자가 무상정각을 이루기 위해 선지식을 찾아 구도역정에 마지막 차례인 보현보살을 만나듯 후렴구처럼 그 서원을 이루겠다고 말이다.

보현행원송 후렴구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보현행원으로 보리 이루리~”를 심장을 짓누르는 감동과 고음으로 가슴이 벅차 터져 버릴 듯 한 열정을 쏟아냈다. 기립 박수에 단원들은 수행자가 구도의 길을 찾아 구름처럼 떠다니듯 그 어떤 걸림도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 됐다. 800여명이 만들어낸 환희의 무대는 1992년 불편한 몸에도 한 구절, 한 구절 시로 엮어냈던 광덕 스님의 그 발원을 이뤄낸 순간이었다. 무릇 광덕 스님이 저 피안의 언덕에서 이를 지켜보며 “장하도다. 장하도다”라고 칭찬하고 있지 않을까.

/이병철 기자

 

인터뷰

채정희 전국불교합창단연합회장

“제주에서도 이 같은 환희심의 공연을”

“부처님의 일이였기에 세웠던 원력들이 실타래 풀리듯이 풀렸던 것 같습니다.”

채정희 전국불교합창단연합회장은 제20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한국대회 개최기념 축하공연으로 열린 만큼 ‘2017 전국불교합창제’를 최고의 무대로 선사하고자 원력은 컸지만 공연장 대관부터 전국 합창단원들의 연습, 재정문제 등 곳곳마다 암초였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피덕분인지 하나씩 풀어나갔다. 롯데콘서트홀도 서울시가 대관을 변경해줬고, 불가능해 보였던 연습도 각 지역마다, 합창단원 개개인들의 열정 덕분에 800여명의 하모니가 하나로 모아졌다.

채 회장은 “정말 부처님의 일은 절로 되는 듯합니다.(웃음) 대회 규모나 행사의 비중 그리고 작품의 질적 향상 등 그동안 대회에 이뤄내지 못한 최고의 무대는 합창단원들이 스스로 만든 무대였습니다. 아마도 부처님의 원력을 믿고 보살행을 폈기 때문에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라고 공덕을 모두 부처님 전에 돌렸다.

채 회장은 “30여년 동안 불교합창단 일을 해 오면서 그야말로 불교합창이 발전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보현행원송을 작시한 광덕 스님의 높은 원력이 전국불교합창단원 1만여 명의 삶 속에 보현보살의 행이 이뤄지길 기원해 본다”고 말했다.

 

고희정 제주시불교합창단연합회장

“제주시합창단원들의 신심에 감사합니다”

“제주사부대중은 저에게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고희정 제주시불교합창단연합회장은 이번 전국불교합창제를 마지막으로 2년 임기 동안 주요 행사를 회향하며 “연합회장을 맡으면서 물론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주변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원만하게 행사를 마무리하게 됐다”며 고마움을 제주사부대중에게 돌렸다.

고 회장은 “전국불교합창제 두 달의 연습기간 동안 합창단원들은 집안 제사 등 큰일을 빼 놓고는 연습에 참가하는 등 그 열정이 대단했다”며 “한 단원은 악보를 잊어버릴까 현관 문 앞에 놓고 잠을 청하는 한편 공연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도 연습하는 등 제주합창단원들의 열정에 놀라 울 뿐”이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한중일 스님 300여명과 불자들에게 음성공양을 올린 것도 어찌 보면 합창단원들에게는 커다란 공덕”이라며 “이와 같은 멋지고 당당한 무대를 내년 불교합창제에서도 제주불자들이 하나되어 열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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