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불교 초대석 - 각묵 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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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초대석 - 각묵 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9.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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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실존 붓다 가르침이 진정한 불교

제주불교신문은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을 본 지면에 초대, 1989년 인도 유학을 하면서 한국불교에 초기불교 전파에 노력해 오신 각묵 스님의 수행의 향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2회에 걸쳐 지면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스님께서는 지난 1989년 인도로 유학을 가면서 빠알리 삼장 완역을 발원했다는데 초기경전 역경사업에 전념(몰입)하게 된 동기는?

각묵 스님 = 저는 대학교 다닐 때는 한국 최고의 불교도시라 자부하는 부산에서 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활동했고, 1년6개월간 대불련 부산지부 교화부장을 하였습니다. 교화부장은 법회 담당이기 때문에 한 달 네 번의 법회를 꾸려가기 위해서 법문 해주실 스님들을 모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1년6개월간 대불련 교화부장을 하던 중에 만난 노스님으로부터 화두를 받고 한 달 동안 화두에 의정이 강하게 지속이 되었습니다. 출가해서 선방에 가면 화두를 타파하여 확철대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서 대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출가하였습니다.

출가 후에는 군대 갔다 온 후로 87년까지 거의 대부분을 선방에서 화두와 대면하여 정진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출가 전에 그렇게 잘 들리던 화두가 너무나 매끌매끌하여 의정의 붙지를 않아서 괴로웠습니다. 그렇게 시름하던 가운데 86년부터인가 ‘나는 부처님 제자인데 부처님의 가르침 즉 불교를 제대로 아는가’하는 강한 반성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대불련 때 탐독을 하였던 법정 스님께서 번역하신 <숫따니빠따>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마스다니 후미오 교수님이 지었고, 이원섭 거사님이 옮긴 <아함경 이야기>와 <불교개론> 등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월포라 라훌라 스님의 <What the Buddha Taught>를 보면서 초기불교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화두와 씨름하면서 오히려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고, 부처님은 역사적으로 실존하셨던 석가모니 부처님이고, 그분의 가르침이야 말로 진정한 불교라는 자각이 강하게 일어난 것입니다. 이런 자각이 일어난 데는 아무래도 대불련 교화부장을 오래하면서 생긴 문제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부처님 원음인 초기불교에 눈을 뜨게 해준 것 같습니다.

그러다 87년 지리산 칠불암 운상선원에서 정진하던 가운데 지속적으로 외국 나가서 정진하는 강한 상념이 두 달 가까이 지속이 되었는데 도반 함현 스님(전 봉암사 주지)의 권유와 활성스님과 철오 스님의 후원으로 빠알리 삼장의 완역을 발원하고 산스끄리뜨와 빠알리를 배우기 위해서 89년 봄에 인도 뿌네(Pune) 대학교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1989년 3월에 인도에 도착하자 바로 부처님의 성도지 인도 보드가야의 대탑을 참배하고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금생에 빠알리 삼장을 한글로 옮기겠다는 원을 세웠습니다. 이 서원이 지금도 저를 역경불사에 매진하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98년에 인도를 떠났으니 만 10년을 인도에서 저는 특히 힌두교의 베다와 우빠니샤드와 제사학(미맘사)을 공부하면서 힌두교 산스끄리뜨 원전들을 여러 은퇴하신 교수님들에게서 배웠습니다. 10년 동안 일주일에 여섯 번 하루에 두 번 개인교수를 통해서 읽은 힌두교 산스끄리뜨 원전들과 특히 3~4년간 일주일에 세 번 은퇴하신 자이나교 아르다마가디 전공 교수님과 읽은 자이나교의 아르다마가디 원전들은 엄청난 분량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빠알리 삼장이나 불교 산스끄리뜨 원전 같은 불교 원전이 아니라 힌두교 원전 특히 불교 이전부터 있었던 4베다나 여러 브라흐마나 문헌(제사학 문헌)나 초기 우빠니샤드나 힌두 6파 철학이나 초기 자이나교의 아르다마가디 원전들을 원전으로 읽은 것은 불교나 불교 언어인 빠알리의 근원과 용례 등을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접하는 것이 초기불교를 더 정확하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제언을 해주신 활성 스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지난 2002년부터 초기불전연구원을 결성하여 오랜 시간 동안 대작불사로 진행해 오셨습니다. 초기불전 번역 불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각묵 스님 = 그것은 간단 명료합니다. 불교(佛敎)는 부처님[佛]의 가르침[敎]이고 부처님은 역사적으로 실존하셨던 석가모니 부처님이고 그분의 가르침이야 말로 진정한 불교입니다. 그리고 출가자가 수지하는 비구계와 비구니계와 사미계와 사미니계와 식차마나니계와 신도5계와 팔관재계 등도 모두 역사적으로 실존하셨던 석가모니 부처님이 제정하신 계율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아는 이 시대의 불교는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 즉 초기불교를 토대로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 즉 초기불교는 빠알리 삼장에 고스란히 담겨 지금까지 잘 전승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빠알리 삼장을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이시대 한국불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지난 15년 이상 역경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각묵 스님 = 먼저 저의 건강문제를 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머리에 종양이 생겨서 큰 수술을 하였고 갑상선암 때문에 수술을 하였고 폐결핵 약을 6개월을 먹었습니다. 제가 게으른 성질에다 하루 22시간 정도를 주로 방안에서만 지내다 보니 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건강문제 보다는 저 자신이 부처님 원음을 얼마나 바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경불사는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그 언어가 담고 있는 내용 특히 교학과 수행의 가르침을 온전하게 한글로 옮겨 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원음은 상좌부 불교(Theravada Buddhism)에서 2600년 동안 단절 없이 전승되어 옵니다. 초기불전연구원에서는 빠알리 삼장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를 고스란히 전승하고 있는 상좌부 불교의 주석서 문헌들에 대한 이해를 중시합니다.

부처님 원음에 대한 상좌부 불교의 전통적인 이해는 청정도론과 아비담맛타상가하에 온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2002년에 초기불전연구원을 설립하면서 제일 먼저 아비담맛타상가하를 아비담마 길라잡이(1/2)로 옮겼고 지금까지 13판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에는 청정도론을 3권으로 번역출판 하였는데 지금까지 5판을 찍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2006년에 디가 니까야를 3권으로, 2007년에 앙굿따라 니까야를 4권으로, 2009년에 상윳따 니까야를 6권으로, 2012년에 맛지마 니까야를 4권으로, 2016년에 담마상가니를 2권으로 출간하였고, 지금은 논장의 두 번째인 위방가 번역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는데 내년에 2권으로 출간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각묵 스님은

1957년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고와 부산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재학 중 출가했다. 1979년 화엄사 도광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 1982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7년 간 제방 선원에서 안거 후 인도로 유학, 10여 년간 산스크리트어, 빨리어, 쁘라끄리뜨 수학, 인도 뿌나대학교 산스크리트어과 석사과정과 박사과정 수료했다.

현재 실상사 화엄학림 교수 및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를 맡고 있고, 제주도에 토굴을 마련해 초기경전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제주지역 초기불교 명상모임인 담마아라마(서귀포시 신동로 67번지 106-5)에서 매월 넷째주 일요일 오후 2시 초기경전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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