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부처님 원음 전파하는 ‘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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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부처님 원음 전파하는 ‘섬’ 될 것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09.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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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불교 초대석<2>-각묵 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사실 한국불자들은 대승경전에 익숙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초기경전의 가르침은 대승경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각묵 스님=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대승경전은 초기불전인 빠알리 삼장에 대한 주석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번역을 하면 할수록 특히 빠알리 삼장의 주석서 문헌들을 보면 볼수록 강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북인도와 히말라야 지역과 중앙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그 지역에 맞고 특히 그 시대에 맞는 불교를 고민하면서 빠알리 삼장이나 아함경을 토대로 서력기원 후 1~5세기에 결집해 낸 것이 대승경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한국불교의 소의경전인 금강경은 산스끄리뜨 원전으로 보면 먼저 그 용어 자체가 대부분 빠알리 경장에 나타나고 있으며 문장이나 내용도 그러합니다. 금강경은 대승보살이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초기불교의 중요한 가르침인 인식[想, 相, saññā, sañjā]의 문제와 연결하여 재해석하고 재음미하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야심경도 초기불교 교학의 기본 중의 기본인 온처계근제연의 가르침을 가져와서 공성을 체득하여 초기불교의 근본 목적인 열반의 실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모두 초기불교를 재해석하고 재음미하는 새로운 주석서적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저는 대승의 가르침도 존중합니다.

 

각묵 스님이 담마아리아에서 초기불교를 가르치는 모습. 담마아리아에서는 매월 넷째주 일요일 오후 2시 각묵스님을 모시고, 초기경전을 공부하고 있다. 오는 9월 24일은 공부 1주년을 맞는다.

■스님께서는 한국불교에서는 깨달음을 마치 로또복권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셨는데 스님께서 말하고 싶은 수행의 방향은?

각묵 스님=초기불전에서 부처님께서는 불교수행을 사마타[止, samatha]와 위빠사나[觀, vipassanā]로 집약하여 말씀하고 계십니다. 전자는 삼매를 개발하는 수행이고 후자는 반야(지혜, 통찰지)를 개발하는 수행입니다. 이 두 수행방법은 특히 청정도론에서 정품(삼매품)의 40가지 명상주제와 혜품(반야품)의 10가지 위빠사나의 지혜로 잘 정리되어 설명되고 있습니다.

수행자는 자신이 택한 수행법에 대한 엄정한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 자신이 택한 수행법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스승을 찾아서 질문을 해야 하고 지침서를 지속적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채 온갖 역순경계가 난무하는 번뇌의 밀림을 건너기 위해서 맹수가 득실거리는 밀림으로 무모하게 뛰어드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수행은 차라리 안한 것보다는 못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잘못된 수행은 잘못된 고정관념과 사견과 아만을 강화시켜줄 뿐이어서 오히려 괴로움을 증장시키고 세세생생 삿된 길로 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길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가야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스님께서 평소 갖고 계신 미래 지향적인 한국불교의 수행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각묵 스님=교학을 겸비한 수행입니다. 선방에서도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오후 시간에 경전강독이나 교학과 수행을 놓고 대중토론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름에 실상사의 백장암선원에서는 대중스님들이 이런 귀중한 시간을 가져서 디가 니까야의 첫 번째인 범망경(D1)을 같이 읽고 법담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수행방법으로는 저는 들숨날숨에 마음챙기는 공부를 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하신 수행법이고 모든 불교수행법의 기초가 되는 수행법입니다. 물론 저도 이것을 저의 수행의 토대로 삼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초창기 한국서 초기불교를 홍포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으신 걸로 압니다. 최근에 들어 이를 널리 확산시키는데 일조하셨는데 향후 교계나 불자들에게 초기불교가 어떻게 정착되길 바라시는지요?

각묵 스님=제가 좋아서 한 일입니다. 그래서 어려움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역사적으로 실존하셨던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 설하신 가르침 즉 부처님의 원음을 초기불교라 합니다. 그러므로 초기불교는 불교만대의 뿌리이고 기준이고 잣대입니다. 역사적으로 대승불교에서는 각 종파에서 교상판석(敎相判釋)을 하여왔습니다. 교리가 자연스럽게 발달해왔던 인도와 달리 중국에서는 경론이 한꺼번에 소개되었습니다. 여러 경전들 가운데서 서로 모순되는 가르침을 접하게 되자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해서 제시된 것이 교상판석의 방법입니다. 역사를 아는 이 시대의 교상판석은 당연히 부처님 원음 즉 초기불교를 토대로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의 원음인 니까야를 읽고 토론하고 서로의 체험을 공유하고 초기불교 수행법인 위빠사나 수행을 함께하는 소모임들이 지금도 많이 생기고 있는데 이러한 소모임을 통한 교학공부와 수행이 향후에 우리나라에서도 잘 정착이 되기를 바랍니다.

 

■제주는 고립된 섬입니다. 자연스럽게 제주불교는 타 지방과 다른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는데요. 제주불교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각묵 스님=부처님께서는 대반열반경(D16)에서 자신을 섬(dīpa, dvīpa)으로 삼고 법을 섬으로 삼아라고 하셨습니다. 자신을 섬으로 삼고 법을 섬으로 삼는 방법은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이라고 하셨습니다. 불교 2600년 역사에서도 섬은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스리랑카는 상좌부 불교가 전승되는 섬이 되었고, 근세 북방불교에서 일본이 그렇고, 현대 중국불교에서 대만이 그렇습니다. 불심이 강한 제주도도 한국불교의 미래입니다. 제주도를 섬으로 하고 의지처로 하여 부처님 원음이 일어나서 전파가 되는 중요한 섬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이것이 제가 제주도에 와서 번역을 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님께서는 제주도에 내도 토굴에서 경전 번역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주도와의 인연은?

각묵 스님=저는 2003년부터 2014년까지 12년 동안 번역을 주로 일 년에 5~6개월 정도 태국의 치앙마이에 나가서 집중하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음식에 문제가 생겨서 2015년 봄부터 지인의 배려로 일 년에 7~8개월은 주로 이곳 제주도에 머물면서 번역에 집중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인연있는 분들과 일 년 전부터 매월 넷째 주 일요일 서귀포의 담마아라마(서귀포시 신동로 67번지 106-5)에서 초기불교 공부모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생명이 남아있을 때까지 저는 이곳 제주를 섬으로 삼아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번역하고, 인연있는 분들과 부처님 원음을 함께 공부하려고 다짐을 합니다.

 

편집자주/ 제주불교신문은 창간 28주년을 기념해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을 본 지면에 초대, 1989년 인도 유학을 하면서 한국불교에 초기불교 전파에 노력해 오신 각묵 스님의 수행의 향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지난 주에 이어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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