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법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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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법문 (15)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10.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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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현상의 무더기 ⇔ 오온 ⑤
각묵 스님

 

심리현상들을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오온의 두 번째인 느낌vedanā 受이 감정적, 정서적, 예술적인 심리현상들의 단초가 되는 것이고, 세 번째인 인식saňňā 想이 이지적, 사상적, 철학적 심리현상들의 단초가 되는 것이라면, 심리현상들 行은 52가지 마음부수들 心所法들 중에서 느낌과 인식을 바탕으로 해서 일어나는 50가지 마음부수들을 뜻한다.

심리현상들에는 각각 다른 고유성질을 가진 많은 마음부수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물질, 느낌, 인식, 알음알이는 단수로 나타나지만 심리현상들은 항상 복수로 나타고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서양에서는 mental formations로 정착되었다.

<둘째> 상좌부 아비담마에서는 모두 52가지 마음부수들을 들고 있는데 오온에서의 행, 즉 심리현상들은 이 중에서 느낌과 인식을 제외한 나머지 마음부수들을 뜻한다.

52가지 마음부수는 크게 세 항목으로 묶어 분류한다. ⑴ 다른 것과 같아지는 마음부수들은 13가지로 감각접촉, 느낌, 인식, 의도, 집중, 생명기능, 마음에 잡도리함, 일으킨 생각, 지속적 고찰, 결심, 정진, 희열, 열의가 그것이다. ⑵ 해로운 마음부수들은 14가지로 어리석음, 양심 없음, 수치심 없음, 들뜸, 탐욕, 사견, 자만, 성냄, 질투, 인색, 후회, 해태, 혼침, 의심이 그것이다. ⑶ 아름다운 마음부수들은 25가지로 믿음, 마음챙김, 양심, 수치심, 탐욕 없음, 성냄 없음, 중립, 몸의 경안, 마음의 경안, 몸의 가벼움, 마음의 가벼움, 몸의 부드러움, 마음의 부드러움, 몸의 적합함, 마음의 적합함, 몸의 능숙함, 마음의 능숙함, 몸의 올곧음, 마음의 올곧음, 바른말, 바른 행위, 바른 생계, 연민, 더불어 기뻐함, 어리석음 없음 혹은 통찰지이다.

「구사론」 등의 북방 아비달마에서는 모두 46가지 심리현상들을 들고 있고, 「유식」에서는 50가지를 들고 있다. 이러한 심리현상들은 다양한 조건에 따라 무리 지어 마음과 함께 일어나고 함께 멸한다.

<셋째> 이러한 심리현상들은 「포말 경」(S22:95)에서 파초에 비유되어 나타난다. 주석서는 “마치 파초의 줄기가 많은 잎과 껍질 등으로 조합되어 있듯이 심리현상들의 무더기도 많은 법들로 조합되어 있다.”라고 설명한다. 파초의 줄기는 겉모양은 마치 시멘트로 만든 튼튼한 기둥처럼 보이지만 이 튼튼한 듯 보이는 기둥의 속[心材]은 텅텅 비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다양하고 강렬한 심리현상들도 모두 뭉쳐 두면 단단한 실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찰지라는 도끼로 분해하고 해체해서 보면 속이 텅 빈 실체가 없는 파초와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말 경」에서 세존께서는 “비구는 그 심리현상들을 쳐다보고 면밀히 살펴보고 근원적으로 조사해 보면 그것은 텅 빈 것으로 드러나고 공허한 것으로 드러나고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비구들이여, 심리현상들에 무슨 실체가 있겠는가?”라고 결론짓는다.

<넷째> 수행자는 나를 구성하고 있는 심리현상들을 통찰지라는 도끼로 분해하고 해체해서 보아야 한다. 그래서 심리현상들의 실체 없음, 즉 무아에 사무쳐서 심리현상들에 염오하고 탐욕이 빛바래어 해탈을 체득하고 열반을 실현해야 한다.

“뭉쳐 보면 어리석고 해체하면 깨닫는다.” 이 말은 초기불교의 논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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