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론-내가 만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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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내가 만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10.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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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준 (비상임 논설위원,

전 세계일보 편집부국장

지금으로부터 10년전쯤 일이라 생각된다. 제 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제주지역에서 당시 한나라당 대의원들이 선출하는 지역 경선이 열릴 때였다. 제주지역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와 제주지역을 대표하는 정치부 기자 5명이 제주시내 용두암 부근 한 향토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박희태 국회의장 등도 동석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출마의 변을 간단히 설명한 후 만찬을 시작했다. 이 후보는 기자들로부터 제주지역 관련 공약을 질문 받았다. 식사 중엔 술도 오가고, 참석자 대부분이 취기를 느꼈다. 이 후보는 특히 제주공항 신설 및 확장문제에 대해 세계의 유수한 공항이 24시간 운영되고 있다며 제2의 신공항 건설문제를 부정적으로 내비쳤다.

이 후보는 주량이 강해 기자들이 권하는 술잔을 거침없이 받아 마셨다. 2시간 좀 넘게 이뤄진 이날 만찬에서 이 후보는 거침없는 말투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취기가 오르자 그는 옛날 현대그룹에 있을 때 정주영 회장과의 기업운영에 따른 에피소드를 마구 꺼내며 만찬 자리를 붉게 달아오르게 했다. 박희태 의장은 자기가 폭탄주를 만든 선구자라며 기자들에게 폭탄주를 손수 제조해 술잔을 돌리기도 했다.

나는 이 후보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자세히 이 후보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는 건설회사 경력이 말해주듯 손과 팔이 나이에 비해 매끄럽지 못했다. 얼굴도 귀티나게 생기기보단 토목직 사원이나 기술직 공무원 같았다. 그는 달변가였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폭탄주가 들어가니 말솜씨도 더욱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이 후보와의 저녁 간담회가 끝난지 1주일 후에 이번에는 이 후보와 다크호스인 박근혜 후보가 저녁 식사를 겸한 기자 간담회가 이뤄졌다. 이날 초청받은 언론인은 1주일전 이 후보와 함께 했던 중견급 기자들이었다. 장소는 연동에 있는 한 향토 음식점.

나는 기자들 중에 나이가 가장 많아 이 후보 때처럼 박 후보 바로 옆에 앉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히 관찰할 수 있었다. 박 후보와 악수하자 갑자기 “아이쿠, 손 아파요”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 때 배석했던 당 간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악수를 하도 많이 해 그렇다며 이해를 구했다.

박 후보도 이 후보처럼 대선 출마배경과 공약사항을 간단히 언급한 후 만찬에 들어갔다. 여성 후보라 그래선지 술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얼굴은 TV를 통해 볼 때보다 갸름하고, 피부는 더욱 예뻐보였다.

농담으로 어머니 욱영수 여사보다 덜 예쁘다고 했더니 어머니는 내 나이 때보다 일찍 돌아가셨으니 그렇다고 응수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키가 163cm 정도에 이르고 체중도 50kg 안팎으로 그 가늘가늘 한 체격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있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후보는 제주도 현안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서도 많은 이해력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개통된, 그래서 제주개발의 이정표가 된 5.16도로, 감귤 보급 등도 설명하면서 도민들의 지지를 당부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나 식당을 나오려하자 박 후보가 식당에 왔다는 정보를 들은 시민 200여명이 나와 그녀를 환영했다. 그녀와 악수를 해보려는 인근 주민들로 경호원들은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며칠 후 개최된 전국 한나라당 대통령 선거 후보 전에서 이명박 후보가 박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승리했고, 이어 대선에서도 이 후보가 큰 표 차이로 영광의 월계관을 쓸어안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된 마당에 당시의 추억을 어름프시 반추해봤다. 한때는 선거의 여왕이라던 박 전 대통령이 오늘날 대통령이 되지 않고 국회의원이나 자연인으로 있었다면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누가 박 전태통령의 말로가 오늘처럼 될 줄 꿈에나 있었나. ‘인간만사 새옹지마’ (人間萬事 塞翁之馬)란 말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본 시론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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