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법문 (18)
상태바
초기불교법문 (18)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10.25 1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음알이의 무더기 ⇔ 오온 ⑦


  지금까지 물질[色], 느낌[受], 인식[想], 심리현상들[行], 알음알이[識]의 다섯 가지 무더기(五蘊)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살펴보았다. 
  오온의 가르침의 특징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오온은 순차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불자들 가운데 놀랍게도 오온이 순차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예컨대 대상을 받아들여 느끼고 생각하고 의도적 행위를 일으키고 이것이 識에 저장된다고 설명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자면 오온은 절대로 순차적으로 하나씩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同時) 생기(生起)한다. 오온은 매 순간 모두 함께 일어나고 함께 멸한다. 이것은 남방 아비담마, 북방 아비달마와 대승 아비달마인 유식에서는 상식이다. 물론 특정 순간에 오온 가운데 특정한 하나, 혹은 몇몇이 더 강력하게 된다. 예를 들면 꽃을 볼 때는 느낌이 강할 것이고, 대상을 무엇이라고 인식할 때는 인식이 더 강할 것이며, 갖고자 하는 욕망이 일어날 때는 탐욕이라는 심리현상이 더 강할 것이다. 느낌受·인식想·심리현상들[行]은 마음과 함께 일어나고 멸하는 마음에 부속된 심리현상, 즉 마음부수[心所法]이다.
  <둘째> 진아(眞我)는 없다. 오온은‘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부처님의 대답이다. 영원불변하는 나를 찾아서 온갖 노력을 다해 봐도 그것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불자라면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서슴없이 오온이라고 답할 줄 알아야 하고 나를 오온으로 해체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모든 불교에서 오온은 실체가 없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오온으로 해체해서 보면 무상·고·무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여기에 사무치면 존재에 넌더리 치고, 탐욕이 남김없이 빛바래고, 그래서 해탈하고, 구경해탈지가 일어나고 열반을 실현하게 된다는 것이 초기불전의 곳곳에서 부처님이 강조하신 가르침이다. 
  <셋째> 나를 오온으로 해체해서 보면 나라는 존재는 한갓 개념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개념적 존재를 빤냐띠[pannatti= 施設]라고 한다. 빤냐띠는 실체가 없다. 사람, 남자, 여자, 자아, 인간, 중생, 영혼, 자동차, 컴퓨터, 산, 강 등이 이름 지어 알고 있는 것은 모두 개념적 존재일 뿐이다. 
  초기불교에서 이런 개념적 존재를 법으로 해체해서 보는 것은 법들의 무상·고·무아를 밝히기 위해서이다. 모든 유위법(有爲法)들은 무상·고·무아라는 보편적 특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법의 고유성질을 드러내는 최소 단위인 찰나도 일어남, 머묾, 무너짐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찰나도 흐름일 뿐이다. 따라서 초기불교는 법유(法有)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공(法空)을 논리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해야 한다.
  이처럼 초기불교와 아비담마는 존재를 해체하고 분석해서 제법의 무아를 천명한다. 이러한 분석적 방법 없이 직관만으로 제법(諸法) 무아(無我)를 천명하기 어렵다. 분석적인 방법론이 바탕이 될 때 직관적인 반야중관의 입장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분석적이고 해체적인 방법은 최종적으로 직관으로 귀결된다. 무상·고·무아를 통한 염오⇒이욕⇒해탈⇒구경해탈지는 통찰과 직관의 문제이지 분석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석과 직관이 서로를 보완하고 견제할 때 그것이 진정한 중도적 입장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