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법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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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법문 (21)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11.1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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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계 : 18가지 요소

 18계界 dhatu의 가르침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여섯 가지 감각기능六根과 여섯 가지 대상六境과 여섯 가지 알음알이六識의 18가지로 분류한 것이다.
여섯 가지 안의 감각장소(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알음알이意)가 여섯 가지 밖의 감각장소(형색色·소리聲·냄새香·맛味·감촉觸·법法)를 만나면 반드시 이들에 관계된 알음알이가 생겨난다.
 즉 눈과 형색이 만나면 눈의 알음알이-시각의식眼識이, 귀와 소리가 만나면 귀의 알음알이-소리의식耳識이, 코와 냄새가 만나면 코의 알음알이-냄새의식鼻識이, 혀와 맛이 만나면 혀의 알음알이-미각의식舌識이, 몸과 감촉이 만나면 몸의 알음알이-감촉의식身識이, 마노와 법이 만나면 마노의 알음알이意識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주방에서 물 끓는 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이것을 인식의 구조적인 관점에서 분석하면, 물 끓는 소리는 인식의 대상[境]이 되고, 감각기관[根]은 귀이고,  의식[識]은 대상을 알아차려서 포착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조건 발생하는 여섯 가지 알음알이를 12처에 넣어서 18가지로 분류한 것이 바로 18가지 요소, 즉 18계의 가르침이다.
그러면 부처님께서 왜 12처處 ayatana(아야따나)를 설하시고 다시 18계를 설하셨는가?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마음을 절대화하는 것을 강하게 금하기 위해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18계의 가르침은 마음, 혹은 알음알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안의 감각장소와 밖의 감각장소, 즉 대상이 만나서 생기는 조건발생이요, 찰나적인 흐름일 뿐이라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기 때문이다. 여기서‘조건발생’은 불교의 근본 가르침인 연기緣起를 풀어서 옮긴 것이다.
 부처님께서는「세상 경」(S35:107)에서 세상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이렇게 말씀하신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세상의 일어남인가? 눈과 형색을 조건으로 눈의 알음알이가 일어난다. … 귀와 소리를 조건으로 … 코와 냄새를 조건으로 … 혀와 맛을 조건으로 … 몸과 감촉을 조건으로 … 마노와 법을 조건으로 마노의 알음알이가 일어난다. 이 셋의 화합이 감각접촉이다. 감각접촉을 조건으로 느낌이, 느낌을 조건으로 갈애가, 갈애를 조건으로 취착이, 취착을 조건으로 존재가, 존재를 조건으로 태어남이, 태어남을 조건으로 늙음·죽음과 근심·탄식·육체적 고통·정신적 고통·절망이 생긴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세상의 일어남이다.”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세상의 사라짐도 설하신다. 
 우리 앞에서 드러난 세상이란 것은 육근-육경-육식의 삼사화합三事和合을 통해서이고 그 이외에 육처 인식을 벗어난 어떤 초월적 세상이 있는 것이 아님을 초기불전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초기불전의 주석서에서는 18계는 “모든 법들이 중생이니 영혼이니 하는 실체가 없고 공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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