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발원하고 수행을 일깨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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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발원하고 수행을 일깨우는 곳…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11.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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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사찰‘삼광사’

제주불교성지순례길 지혜의 길에서 만난 삼광사는 제주시의 오래된 마을인 월평동에 자리하고 있다. 400년이 넘는 팽나무가 지키고 있는 삼광사의 모습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고 살아낸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편집자주

 

삼광사 대웅보전과 잘 정돈된 경내 모습.

 

나무보살마하살

                                       김희정(시인)
  삼백 살 넘은 팽나무 두 그루일찍이 불법에 귀의하여안팎으로 눈짓을 주고받으며도량을 살피시고절 마당에배롱나무 세 그루붉은 꽃빛을 뿜어 올리네.나무보살마하살

 

 

 

4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한 자리에서 묵묵히 지켜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생각해 본다. 보통의 인내심 갖고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참아내고 또 참아내는 것, 어떤 비바람도 견디어낼 수 있는 힘. 이런 것들은 수행이 아니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문득‘나무도 수행을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니 나무뿐 아니라 모든 삼라만상이 어쩌면 지금 수행 중일 것이다. 태어난 모든 것들은 그렇게 수행을 해야지 만이 이 세상에서 자기 몫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삼광사에 있는 수령 400년이 넘는 팽나무.


오래된 나무는 그렇게 순례객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얼마만큼 네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있었느냐고 말이다. 그것 없이는 무엇 하나 배울 수 없다는 듯이 나무는 그렇게 당당하게 서 있다. 
이 나무들이 절집 안팎으로 여러 그루가 서 있는 것이 또한 보기 드문 일이다. 한 그루가 잘 하고 있으니 더불어 다른 나무도 고무되어 잘 하고 있는 것처럼 나무도 나무에게 그렇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리라. 
나무가 절을 이렇게 외호하고 있으니 당연히 절도 편안하게 보인다. 법당에는 방금 전 누군가 향을 올려 부처님께 예경한 듯 향내음이 가득하다. 그 향내는 뒤이어온 순례객들의 마음까지 젖게 한다. 어디 하나 부처님이 계신 곳이 아닌 곳은 없지만 특히 이렇게 부처님을 조성하고, 불단마다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것들을 올려놓고 삶의 진정성을 이야기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래서 시대가 바뀌어도 절의 역할은 꼭 필요한 것이리라.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사람들에게 부처님과 같은 맑은 성품을 일깨우고자 사람들을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마치 저 나무들처럼 말이다. 

삼광사 대웅보전 안에 모셔져 있는 부처님.


삼광사에서는 또한 오래된 부처님이 봉안되어 있어 더욱 절을 빛나게 한다. 그 부처님은 목조 여래아미타불이다. 아미타부처님은 법장비구였을 때 출가수행자로서 48대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 때 아미타부처님은 사바세계 중생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함만 있으면 기꺼이 돕겠다고 원을 세웠다. 그러니 순례객 역시 그 간절함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절마당에 서 있는 나무들처럼 참고 견디고 수행하면서 어떠한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가진 정신이 어쩌면 간절함과 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누군가 나를 위해 부처님이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를 위해 부처님이 되어주겠다는 간절함이 또한 발원을 낳고 이 발원이 결국 아미타부처님의 마음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어느 새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나무의 색깔도 짙은 가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우리의 삶도 언젠가는 가을을 맞을 것이다. 오늘 삼광사에 들러보니 문득 가을을 맞이한 그때 이 나무들처럼 당당하게 그렇게 가을을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그에 대한 해답 역시 이 나무가 대신해 준다. 이 나무들처럼 참고 인내하면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간절함을 가지고서 말이다.                              

삼광사 입구에 서 있는 일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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