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제주 사찰들…
상태바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제주 사찰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11.22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불교 성지순례길-에필로그
▲절로가는길 제주불교성지순례길을 걷고 있는 불자들.

 

제주의 사찰은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대웅전에 모신 오래된 불상이 그러하고 전통양식으로 조성된 단청과 일주문과 탑이 모두 전통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서 조금씩 변화하기는 해도 독특한 우리의 전통방식을 고수하면서 면면히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고 있는 곳이 바로 제주 사찰인 것이다. 그래서 제주사찰은 우리의 색깔과 문양들을 살피고 느낄 수 있는 갤러리의 역할은 물론 역사성을 지닌 건축양식과 불상 등을 통해 선조들의 전해준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런 역사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지닌 제주의 사찰 가운데 이미 그 위상을 인정받아 전통사찰로 지정된 곳으로 관음사를 비롯해 12개의 사찰이 있으며 그 가운데 제석사와 보덕사, 선광사와 월성사 등을 지혜의 길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유형문화재들을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사찰이 이번 지혜의 길에 포함되어 순례객들에게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준다. 
서산사에는 유형문화재 제 20호로 지정된 목조여래좌상, 삼광사에는 유형문화재 25호인 목조 아미타불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용문사에는 유형문화재 26호로 목조 아미타불좌상, 월계사에는 유형문화재 24호로 목조 아미타불좌상, 선운정사에는 문화재자료 석조약사여래좌상이 모셔져 있으며 최근에는 영조사의 불감이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게 하고 있다. 
문화재사찰에 봉안된 불상은 문화재라는 역사적 가치는 물론 종교적인 대상으로써의 가치를 함께 지니기에 그 위상이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문화재로 보호받으면서 사찰에 봉안되어 있는 불상은 오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지금도 예경의 대상으로 불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거기에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옛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가 배어 있고 현재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이 담겨져 있으며 앞으로 올 세상에 대한 발원이 깃들어 있기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 삼세를 관통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한림 옹포리에 있는 오래된 사찰 월계사에는 법당 앞으로 오래된 향나무가 절집의 품위를 높게 해 준다. 그리고 그런 품격만큼이나 오래 된 부처님이 모셔져 있기에 순례객들의 마음을 더욱 숙연하게 한다. 특히 월계사 부처님은 불상이 언제 조성되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귀중한 사료로서 가치가 있는 복장물까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제주시 월평에 자리잡고 있는 삼광사는 400년이 넘는 팽나무가 안팎으로 외호하고 있어 이  곳이 오래된 터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 봉안된 부처님도 오랜 세월동안 예경의 대상으로 불자들의 마음을 담아왔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중생들과 함께한 부처님이기에 누구보다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부처님이다. 이러한 부처님의 마음을 담고 있는 불상의 가치는 종교적 가치와 더불어 역사성을 지니고 있으니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유익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절에 가는 것은 단지 예불의식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을 통해 과거 선조들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바다를 둘러싼 섬 제주도에는 바닷길을 따라 절이 생겼다. 하도리 용문사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마음의 안식처로서 거기에도 오래된 부처님이 모셔져 있어 절의 위상을 더욱 높여주고 있다. 
세상만사가 모두 인연따라 변한다지만 그래도 우리 마음의 불성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예로부터 스님들은 불상을 조성하고 그 변함없은 불성자리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리고 그 부처님과 같은 마음을 배우고 따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것을 예경의 대상으로 삼고 의식을 봉행했던 것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 마음 안에 부처님을 일깨우기 위함인 것이다. 그러한 눈에 보이는 의식으로 무명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어둠을 밝히고 마음의 힐링을 주는 빛마루축제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봉성의 선운정사에도 문화재자료인 석조약사여래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이 부처님의 온화한 얼굴에는 중생의 온갖 고통을 덜어주는 자비심이 흐른다. 순례객들은 그 부처님을 친견하고 참배함으로써 마음의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어가는 것이다. 
제주의 영주십경 중 하나인 산방굴사로 가기위해 거쳐 가는 절들 역시 이 산방산의 기운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산방굴사를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절 산방사와 보문사는 산방산의 기운으로 모든 불보살님의 가피를 내리듯 편안하고 아늑하다. 
산방사는 해마다 경로잔치를 벌여 어르신들을 모시고 공양을 올리고 한바탕 웃음을 전하면서 사람들에게는 효순한 마음을 실천하도록 길을 열어 보이고 있다. 
보문사는 해맞이 행사를 벌여 새해를 풍성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한다. 소원등을 밝히고 소원지를 쓰고 무사함을 기원하는 절을 올리며 새해의 밝은 기운이 중생들에게도 전해지길 바라는 것이다. 
부처님을 모시기가 힘들었을 때 제주 사람들은 돌미륵을 조성해 마음을 위로받았다. 화천사의 오석불, 흥룡사의 미륵불, 제석사 제석당에 모신 미륵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실력 있는 장인의 솜씨가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연이 빚은 솜씨 그대로를 불상으로 모시고 예경심을 내면서 사람들은 무사안녕을 빌며 기도를 드린 것이다. 
‘부처님, 고맙습니다. 삶이 너무 고단해서 번듯한 절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신심만은 누구 못지않게 크오니, 부처님! 항상 굽어 살펴주옵소서.’
수많은 바람들이 있겠지만 그저 무사하길 바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질박한 신앙의 행태를 보여주는 미륵부처님의 모습은 그래서 제주 사람들의 얼굴처럼 친근하다. 
이밖에도 제주의 사찰에는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들이 많이 보존되고 있어 예경의 대상은 물론 역사적 인식을 높이면서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금붕사의 오백나한도에 그려져 있는 아라한들의 모습은 인종적 차별을 극복하여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스님들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인종적 차별없이 누구나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대긍정의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동암사에 봉안되어 있는 여래좌상도 온화한 미소로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일출봉의 해처럼 그렇게 밝은 지혜광명을 가진 불성을 지닌 존재로서의 부처님이 그대로 우리의 모습이란 걸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함덕 덕림사에 봉안된 여래좌상은 미움과 갈등과 반목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이 결국 우리 마음이 만들어내는 번뇌망상이란 것을 알려주듯 평화로운 자태로 앉아있다. 이러한 부처님의 모습에서 순례객들은 삶의 진리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불사리탑사에서 모셔진 스님들의 순교비에서는 삶과 죽음을 넘어 진리를 추구하던 선사들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다. 중생들의 무지함에 희생되었지만 스님들의 맑은 영혼은 결국 진리를 드러내는데 향하고 있으니 삶의 방향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역사의 흔적들인 것이다. 
제주의 많은 사찰에서 소중하게 지켜내는 전통문화유산들이 곧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해주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제주불교의 위상을 높여주고 제주불자들의 신심을 크게 한다. 
당오백 절오백이란 말이 오늘에도 통하는지 제주에는 여전히 오름 수만큼이나 많은 절이 있다. 이 절에서 스님들과 불자들은 날마다 부처님께 예경을 하며 삶을 더욱 가치 있게 가꿔나가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그러한 기도와 수행이 곧 섬 제주를 평화롭게 하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와 세계를 맑게 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