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상보시’로 따뜻한 세상을…“일손 필요한 곳 어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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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상보시’로 따뜻한 세상을…“일손 필요한 곳 어디든”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11.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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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자비 나눔 실천하는 수행자로서 40여년을 묵묵히 소외된 이웃들의 그림자
2013년 김만덕 봉사상을 수상한 혜전 스님은 40여년 동안 소외된 이웃들에게 관세음보살로 화현해 시대를 넘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귀감으로 다가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올곧게 살아온 수행자의 마음은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늘 한결같다. 부처님의 자비 나눔을 실천하는 수행자로서 40여 년을 묵묵히 소외된 이웃들의 그림자가 돼 준 도남 보덕사 주지 혜전 스님. 그 공로를 전 도민들로부터 인정받아 지난 2013년 10월 제 34회 김만덕상(봉사 부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 제주도민이 존경하는 의녀 김만덕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김만덕상은 1794년 제주도에 태풍과 흉년이 겹치면서 대기근이 일어나자 전 재산을 풀어 육지에서 쌀을 사들인 후 굶주림에 허덕이던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천여 명의 목숨을 살린 의녀 김만덕을 업적을 잇고자 제정한 상이다. 나라님도 하기 어려운 구휼(救恤)을 일개 평민인 김만덕이 사재를 털어 나눔을 실천했듯 혜전 스님도 40여년이란 세월동안 소외된 이웃들에게 관세음보살로 화현해 시대를 넘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되고 있다.
“지금은 트럭이나, 오토바이 등으로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많지만 2~30년 전만해도 손수레는 그 부류에서도 상류층이었죠. 특히 그 당시에는 복지혜택이 지금과 같지 않은 때라 장애인들이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폐지 줍는 모습을 보면 그냥 지날 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가다가도 차를 멈추고 작지만 요구르트, 우유 등을 사서 빨대를 꼽아 드리면 어린아이처럼 마냥 행복해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이보다 더 큰 행복이 또 있을까 생각했었지요.”
 혜전 스님은 지난 1975년 제주 보덕사 주지로 취임하며 매월 정기적으로 도내 복지시설을 비롯해 병원, 교도소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30년 이상 자비행을 펼쳐 왔다. 고통받고 그늘진 곳이라면 어디든 서슴지 않고 달려가길 주저하지 않았다. 어려운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무주상 보시로 실천하는 자비행은 스님의 봉사 활동을 더욱 값지게 했다. 모래알이 쌓여 태산을 만들듯 한 순간에 큰 재산을 쾌척하기보다는 늘 주변에 도와야 할 어르신들이 있으면 주머니를‘탈탈’털어 어르신들에게 조그만 것이라도 드려야 스님은 직성이 풀린다. 그 마음씨가 도민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해져 상으로 답례가 돌아온 셈이다.
 혜전 스님은“불교계 시설로 제주양로원이 있었어요. 1980년대만 해도 모두가 어렵고 힘들게 살 때였죠. 요즘은 성인용 기저귀 같은 게 있지만 그 당시는 천으로 해결할 때였습니다. 치매 앓는 어르신들의 경우 오물을여기 저기 묻혔는데 그거 치우려고 고생 많이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제일 열정적으로 봉사했던 시간이었습니다.(웃음)”
 자비를 실천해야 할 수행자로서 할 일을 다 했을 뿐이라는 혜전 스님은 “만덕 할머니가 어려운 도민을 구휼했듯 수행자로서 도민의 정신적 치유와 물질적 보시 등을 통해 남은 생도 소외된 이웃을 향한 보살핌의 삶을 계속하겠다”고 앞으로의 원력도 피력했다. 
김만덕상 수상 4개월 뒤인 2014년 2월에 혜전 스님은 상금 500만원 전액을 들고 서울로 올라와 대한불교 조계종 산하 아름다운 동행(이사장 자승 스님)에게 전하며 훈훈한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성금은 조계종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개발을 추진 중인 농업기술학교 건립불사에 전달됐다.
 봉사활동이 점차 확대되고 봉사단체 창립의 필요성을 느낀 스님은 지난 2001년‘자리이타의 보살도와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며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보덕사 신행단체인 마야봉사회를 창립한다. 이후 스님은 관음사 산하 제주양로원·요양원, 태고복지재단 산하 제주태고원 등 교계 노인복지시설을 방문해 중식제공, 성품 전달 등 봉사활동 규모를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확대 개편한다. 또한 혜전 스님은 수행자 신분으로 어르신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도록 염불기도를 통해 마음까지 치유해 드린다.
“신도들이 큰 힘이 돼 주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더 맛난 음식도 차려줄 수 있고, 성금도 조금이나마 보태드릴 수 있으니 흐뭇하죠. 무엇보다 신도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몸소 실천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좋았습니다.”
 마야봉사회는 창단 10년 째 인 지난 2011년 6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서 개최된 제10회 전국사회복지자원봉사대회서 보건복지부장관(단체부문) 표창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혜전 스님은 봉사 전문 지식을 갖추고자 지난 2008년 제주시 자원봉사센터 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데 이어 2009년에는 제주전문대학(현 제주국제대)서 보육교사 자격증 2급과 요양보호사 자격증 1급을 취득했다. 또한 마야봉사회는 지난 2009년 일일식당 운영 수익금 1천1백만 원을, 2014년 4월 일일찻집 운영수익금 1천만 원 등을 도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신도들과 합심해 소외된 이웃을 돕자는데 의견이 모아지면 일일식당을 열죠. 신도들에겐 힘이 부치고 부담 가는 일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는 신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항상 봉사 수익금 일부는 남겨놓지 않고 모두 사용하죠. 수익금이 혹 모자라면 더 얹어서 전달합니다. 그래서 신도들에게 늘 말씀드리죠.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불자의 도리이고, 지속적인 보살행을 통해 사회의 등불을 밝혀야 한다고 말입니다. 마야봉사회는 앞으로도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나눔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특히 혜전 스님은 현 신도들뿐 아니라 지금은 연로해 요양원 등에 기거하는 전 신도들에게도 지속적으로 마음을 쓴다. 혜전 스님은 정기적으로 옛 신도들과도 조우해 부처님 가르침을 교감한다. 10여년 전부터는 특히 인간방생 일환으로 치매 등으로 요양시설이나 혼자지내는 옛 신도들을 직접 찾아 나서 위로해주고 봉사한다.
“신도님들이 치매 등으로 인해 사찰에 올 수 없으면 직접 찾아갑니다. 기억 못하는 분들도 많지만 가끔 우리를 알아봐 주실 때 그 기쁨은 상상 그 이상이죠. 그날 챙겨온 빵이랑 음료수를 직접 입안에 얹어 드리면 신도님들이 눈물 흘리세요. 말하지 않아도 아시는 거죠. 저뿐만 아니라 함께 찾아간 신도들도 가슴 뭉클하답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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