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의 입과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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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의 입과 혀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11.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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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부주(南贍浮洲)
보문 이도현(본지 객원기자)

구화지문 설참신도(口禍之門 舌斬身刀),‘입안의 혀는 몸을 망치는 재앙의 근본이요 몸을 망치는 칼날’이라는 뜻으로 대방편경에 언급된 말이다.
절에 다니면서 보면 입이 심심하고 혀가 근질근질하여 누가 옆에 있기라도 하면 한시도 참지 못하여 남의 일을 입에 담는 고자쟁이 불자들이 있는데, 바로 이런 불자들을 경계하는 말씀이다.
말로 인하여 다툼이 일어나고 말이 많으면 허물을 면하기 어렵고 또한 말 많은 사람은 믿음을 얻지 못하는 것을 수없이 보고 있음에도 말로 인하여 싸움이 일어나고 문제 일으키는 것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입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먹는 것과 그 다음인 말하는 것이 서로 뒤바뀐 것에 기인한 것 같다.
언어의 기원을 원래 거짓말을 하기위해 발달했다는 학설에 따르면, 실제 사실보다 부풀리거나 왜곡하여 자신을 좀 더 근사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허풍효과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으로, 인간의 거짓말은 생존을 위해 고안되고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청각능력은 별로인데 말하는 능력은 괄목하게 발달한 것을 보면 허튼말은 아닌 듯하다. 
거짓말이란 자신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것을 믿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하는 말이다.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늘어나고, 스스로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굳게 믿게 된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었는데, 뇌에서 거짓말을 막는 제동장치의 기능이 저하된다고 한다.
불교에도 거짓말 하는 과보로 가는 지옥이 있다.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억지를 부리고, 스스로 그것을 진실로 믿어버리고, 말로 남을 눌러 자신만이 옳다고 우기는 자들이 가는 수의압처(隨意壓處)라는 지옥이다. 이 지옥에서는 화속에서 익혀지고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쇠망치로 다지고 다시 화로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반복되는 고통을 겪는다고 한다.‘고자쟁이 먼저 죽는다’라는 우리 속담과도 통하는 말이다. 
지자불언 언자부자(知者不言 言者不知)라 한다.‘아는 사람은 말이 없고 말하는 사람은 아는 게 없다’라는 뜻이다. 하나를 알면 백을 아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과 백을 알면서도 모르는 게 더 많음을 알아 입을 닫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신행단체 활동을 하면서 입으로 말로 일하고 머리 쓰는 일로 지혜로움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과 손과 발로 일하고 몸으로 자비로움을 보여주는 사람을 대비하는 말로 이해된다. 입으로 말로 일하는 사람은 신행활동을 같이 하고 부처님 일을 함께 하는데 별로 쓸모가 없고 장애물이 될 뿐이다.
어떻게 보면 말 많은 사람은 생각이 없고 선근과 복덕을 지은 게 없는 사람이다. 말이 많을수록 그 만큼 악업을 짓게 되어 그로 인한 과보로 고통을 받게 되고 지은 복이 없으니 안 해도 될 말, 해서는 안될 말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사람들은 인복이 없다 라고 하며 스스로를 한탄한다.
“들은 말은 들은 데서 버리고, 본 말은 본 데서 버려라.”보고들은 것을 경솔하게 함부로 남에게 옮기지 말라는 절집 어르신들이 하는 말이다.
부처님께 공양 올리며 예경하고 가피를 구하는 불자들이 가장 조심하여 경계하고 무엇보다도 먼저 행해야 할 것이 바로 입을 닫는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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