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관세음보살님의 마음과 같이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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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세음보살님의 마음과 같이하는 곳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11.29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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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사찰 하도 용문사

제주불교성지순례길 지혜의 길에서 만난 사찰 용문사는 하도리 해안도로변에 위치한 사찰로서 전통방식으로 지은 대웅전이 최근 곱게 단청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어 더욱 사찰의 품격이 높아졌다.  <편집자주>

 

붓 다


이미 멀리서도 낯선 수줍은 순례객은
그에게서 황금빛으로 방울져 
떨어지는 양을 느낀다,
마치 부유한 토호들이 회한에 가득하여
비밀의 보물을 
쌓아 두기라도 했던 듯 그렇게. 

그러나 객은 더 가까이로 다가오면서
이 눈썹의 고아함 앞에 적이 혼란스럽다. 
그것은 그 부호들의 
황금 술잔이 아니기에
그리고 그들 마나님의 귀고리가 아니기에. 

누군가 있어 말해 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떤 사물들이 녹아야
이 꽃무늬 받침대 위에 이런 모습이
세워질 수 있었는지를, 
어느 황금빛보다 더 잠잠하고, 
더 차분한 노란색으로, 
온 누리와 우주 공간에까지도 
제 몸 스치듯 가 닿는 이 모습. 
 

 

▲단청이 마무리되고 있는 용문사 대웅전 모습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쓴‘붓다’라는 시를 읽어봤다. 시인의 예리한 심안으로 부처님의 마음을 감지했을까. 시인은 부처님의 모습에서 그대로 우리 불자들이 느끼는 예경하는 마음을 읽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을 만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길래 이렇듯 시인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우리가 부처님을 찾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것은 내 안에 원래부터 자리 잡고 있는 바로 그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닌가. 그런데 그러한 부처님의 마음을 만나기가 그리 녹록치가 않다. 자꾸 밖으로 밖으로만 치닫는 우리의 생각들이 그것을 가로막기에 내 안에 있으면서도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만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밖으로 치닫는 나의 어리석음을 알아차리고 나의 번뇌를 내려놓기 위해서 오늘도 오롯이 부처님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지도 모르겠다.

▲현무암에 담장 안으로 용문사 범종각이 보인다.


이제 정유년의 한 해도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기고 서서히 저물고 있다. 붉은 닭의 해를 맞아 희망을 품고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하고 시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다. 그리고 지난 일들을 떠올려보면 그 가운데 어떤 일들은 순조롭게 진행돼 작은 결실을 맺게 된 것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조금 하다가 말아 완성을 이루지 못해 못내 아쉬움을 더하는 일도 있다. 게다가 어떤 것은 아예 실행조차 못 하고 뇌리에서 잊혀진 것들도 있다. 이렇듯 돌이켜보면 참 수많은 순간들이 교차되어 정유년이란 해를 완성해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좋은 것은 좋은 대로 감사하고, 속상하고 힘들었던 기억은 그것대로 우리에게 어떤 계기를 마련해 주느라 애썼다는 의미에서 위로 받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다시 또 다가오는 한 해를 새롭게 맞이하고자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11월 하도리 바다풍경.


아쉽게 기울고 있는 11월 찬 바람이 부는 날 하도리 용문사 (주지 각림스님)를 찾았다. 바닷길을 따라 가다보니 밭담 사이로 찬바람을 이겨낸 푸른 풀잎들이 보이고 그 너머에는 억새가 바람에 흔들거린다. 솜털처럼 가벼운 듯하지만 강하고 질긴 면도 함께 갖춘 억새꽃이 황량하게 느껴지는 밭들을 부드럽게 덮고 있다. 제주 섬이 오늘에 와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이러한 오묘한 자연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겨울초입에서도 억새와 돌담과 하늘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제주시에서 바다와 가까운 일주도로로 세화방향을 향해 차로 40분 쯤 달리다가 하도 해안도로로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문화재 사찰 용문사가 새롭게 단청으로 장엄하고 있다. 
최근에 새로 지은 대웅전과 일주문에 곱게 단청을 입히고 그것을 마무리하고 있는 마지막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단청은 나무로 조성된 법당을 오래 보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단청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우리의 전통미와 예술미를 더해 사찰을 다른 어떤 건축물보다 돋보이게 장엄해 준다. 

▲쭉 뻗어있는 하도리 해안도로.


단청은 스케치부터 색칠을 하는 채색과정 모두가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비용도 만만치 않아 단청불사를 따로 해야 할 정도로 큰일이지만 한 번 단청을 해두면 절집에 품위를 더해주기에 쉽사리 외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하도리 용문사가 이처럼 전통방식으로 지은 대웅전을 갖추고 단청으로 옷을 입히게 되면 바닷길을 따라 걷는 순례객들은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한없이 맑아질 것이다. 
더욱이 순례객들은 부처님에 대한 예경하는 마음이 이 같은 불사의 수고로움을 힘들어 하지 않고 기쁘게 해낼 수 있는 것이란 생각도 함께하면서 바닷길을 따라 가까이 보이는 별방진과 하도리 철새도래지를 찾아 나선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에 의지해 아름답게 삶을 영위해간 우리 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 또한 해수관세음보살님과 같은 마음이기에 가능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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