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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어린이 목소리로 제주 풍경을 노래합니다


사라봉 등대를 보러 간 날


                                     유창휘

등대는
깜깜한 밤에 배를 도와주는 불빛이다. 
사라봉 등대 구경을 했다.
하얀 버섯같은 등대
우리나라엔 등대가 참 많다.
간절곶, 독도, 마라도, 소매물도,
소청도, 속초, 어청도, 영도, 
오동도, 오륙도, 동도, 우도, 울기, 
팔미도, 호미곶, 홍도..
나는 등대 옆 밭에서 
겨울 배추를 따는 외로운 할머니 등을 보았다.
할머니가 겨울배추로 김치를 만들면
빨간 김치가 등대불빛 같아서
가족들이 할머니를 찾아갈 것이다.

 

원음소리 / 풍경소리

허유미 시인과 김신숙 시인은 2017년 11월부터 제주의 어린이들과 함께  제주 원도심의 사람들과 풍경을 담는 어린이 동시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제주 원도심의 풍경들을 어린이의 추억 속에 담아 두고 싶어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원도심의 소리는 어떤 무늬를 가지고 있을까요. 어린이들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부처님‘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지는 않을까요. 제주 원도심에 있는 제주불교신문에 어린이와 함께 쓴 동시를 연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원에 대하여-
제주 원도심 어린이 동시단 연재를 시작하며
부처님의 깨달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때 원을 자주 사용합니다. 동그라미모양을 원이라 하지요. 우리가 사는 지구가 완벽한 동그라미가 아니듯이 둥근 것이 모두 원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옛사람들은 둥글 원(圓)에 가득찰 만(滿)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보름달처럼 꽉 찬 동그라미를 뜻하는 원만(圓滿)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원만하다’라는 단어는 불교용어입니다. 성격이나 인품이 둥글고 너그러워 결함이나 부족함이 없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가 좋은 것, 모든 일이 흡족하게 잘 되는 것을 말하지요. 불교에서는‘원만’이라는 개념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중도의 길을 걷는 의미뿐 아니라 완전한 공부를 한 상태를 말합니다. 
원도심(原都心)이란 신도심(新都心)과 대조되는 용어로 예전에 부흥했던 도심이라는 뜻입니다. 새로운 도심이 있어야 원도심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도 원도심에는 무엇인가 근원의 것, 완전한 것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세월의 흔적들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시재생이라는 단어와 함께 원도심에는 새로운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그 활력이 두려운 이유는 사라질 준비가 되지 않은 것들을 사라지게 하고 원도심을 떠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을 떠나게 하는 상황들을 자주 접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원도심을 걸으며 동시를 쓰는 이유는 어른들에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의 마음에 소중한 것들은 우리들에게도 소중한 것입니다. 어린이들의 관찰과 상상력, 그리고 소원하는 마음으로 쓴 동시를 읽으며 우리가 쉽게 지나쳐 버린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라봉 등대에서 원도심 동시단을 출발하다 
어린이동시단과 함께 첫 날, 간 곳은 바로 사라봉등대입니다. 등대야말로 동시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어린이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어 마음이 어두울 때 어떤 방법으로 이겨낼 수 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등대는 어두운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마음이 힘들면‘동시를 써 보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동시를 쓰려고 주변을 둘러보고 마음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덧 나의 마음은 스스로 한참 키가 큰 등대가 되어 나의 어둡고 답답한 마음에 밝은 길을 알려 줍니다. 등대가 한 행으로 서 있는 모습은, 짧고 정확하게 표현하라는 동시 쓰는 방법과도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창휘는 전국에 있는 등대의 이름들을 공책에 옮겨 적다가 그날 등대 바로 옆 밭에서 겨울 배추를 따고 있는 할머니 등을 바라봅니다. 창휘는 야외관찰을 끝내고, 시를 쓰는 시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사라봉 등대 옆에서 일하던 할머니의 모습이라고 말합니다. 창휘의 동시 속에 등장하는 문장처럼, 어두운 밤배에게 항구를 안내하는 것은 등대이지만, 할머니가 배추를 뜯어 집에 가서 끓일 따뜻한 국이나 빨간 불빛 같은 겉절이김치는 정말 가족을 돌보는 등대 같아 보입니다. 

 

제주불교신문  jejubulgy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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