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바라보며 해인삼매에 빠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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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바라보며 해인삼매에 빠지는 곳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7.12.06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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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사찰 서산사

제주불교성지순례길 지혜의 길에서 만난 대정읍 동일리에 위치한 서산사는 제주의 멋스러운 돌법당으로 만들어진 대웅전과 제주도 유형문화재 목조보살좌상을 모시고 있는 문화재사찰이다. 절 앞에는 용천수가 흘러나오는 신이천이 있으며 멀리 수평선이 내다보이는 아름다운 제주사찰이다.  <편집자주>

 

▲제주의 멋스러운 돌법당으로 만들어진 서산사 대웅전 모습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그 주인을 따르듯이……

 

 

부처님이 전해준 진리의 말씀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어느 보살님의 이야기처럼 법구경 첫 구절을 소리내서 읽으면 참으로 마음이 밝아진다.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으로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는 이 구절이야말로 부처님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함축한 말이 아닌가. 거기서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고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는 말처럼 날마다 소리 내어 이 같은 진리의 말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공덕이 되어 행복한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목조보살좌상


며칠간 찬바람으로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는데 지난 주말엔 화창하고 밝은 날씨가 사람들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하늘과 땅과 허공이 다 밝으니 마음 또한 그와 같이 밝아지는 것이다. 
일주도로를 타고 제주시에서 한 시간쯤 달리다 보면 너른 밭들이 쭈욱 펼쳐지면서 제주가 귤 농사뿐 아니라 마늘과 감자 같은 다양한 밭작물들을 생산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제주의 현무암 밭담을 경계석 삼아 이른 아침부터 밭을 돌보는 농부의 마음이 또한 제주의 인심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최근 도시화 현상이 불같이 번지면서 일주도로변 곳곳은 카페와 식당과 펜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어 고즈넉한 시골풍경이 사라져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서산사에서 두루 세상을 바라보고 계신 해수관세음보살


동일리를 지나 모슬포 오일장과 만나는 지점에 이르면 보이는 용천수 신이천이 있고 한라산을 향해 바라보면 바로 앞에 해수관세음보살님의 자애로운 미소가 비추는 서산사(주지 선명 스님)가 자리하고 있다. 제주석으로 만든 아름다운 돌법당이 있는 도량 서산사는 제주도유형문화재 20호 여래보살좌상을 모신 문화재사찰로서 제주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뭍이 따뜻하니 바다도 고요하게 빛나고, 바다를 마주한 서산사 역시 평화롭기 그지없다. 잔디와 꽃들이 잘 가꿔진 마당 한쪽에는 서산사의 역사를 말해주는 안내문이 서 있다. 그 내용은 사찰의 역사와 법당 불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것이다. 서산사는 무오 항일항쟁의 선봉에 섰던 강창규 스님의 원력으로 세우졌으며 그 동안 여러 번의 불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꽤 오랜 전통을 지닌 서산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역시 이곳에 모셔져 있는 목조보살좌상 때문이기도 하다. 목조보살좌상은 1534년대 조성된 것으로 정확하게 그 시기를 알 수 있는 것은 불상 안 복장물이 그대로 남아있어서다. 이 또한 옛 스님들의 지혜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예불이 끝난 뒤라 그런지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법당에는 오래 전에 조성된 목조보살좌상이 온화한 얼굴이 보인다. 그 오랜 세월을 부처님의 진리를 전하고자 좌선하고 있는 보살님처럼 순례객 또한 참배를 마치고 잠시 참선하는 자세로 앉아본다. 허리는 펴고 다리는 가부좌를 틀고 엄지손가락을 서로 맞대어 두 손을 포개어 단전 앞에 놓고 눈은 반쯤 뜬 채로 전방 1미터 정도 되는 지점에 시선을 놓아“보고 듣고 말하는 주인공아, 이 뭣고!”라고 화두를 들면서 마음을 쉬어보려 애를 쓴다. 
아주 조금씩 잔잔한 마음바다도 평화로운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어제는 그토록 힘들고 지친 생각들이 자꾸만 치성하더니 이제는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햇살이 주는 밝음과 따스함만큼이나  평화롭기 그지없다. 대체 이러한 평화로움 말고 또 무엇이 내게 더 필요하단 말인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취하려고 하다 보니 지치고 힘든 것임을 마음을 쉬고 서야 비로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서산사 앞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


밖에서만 돌던 마음이 절에 와서 다시 안으로 돌릴 수 있는 게 또한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법당을 나와 서산사 앞으로 나 있는 방파제에 올라 멀리 수평선이 내다 보이는 바다를 바라본다. 물결은 연속해서 그려진 아름다운 문양을 이루고 그 위를 유유하게 흘러가는 배들 역시 평화를 실어 나르는 듯 자유자재로 떠다니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서산사에서 바라보는 바다또한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다. 이제 동안거가 시작되고 마음밭 가꾸기를 서둘러야 할 때가 되었다. 서산사 절 마당가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한 자루의 호미가 말해주듯이 허공같은 마음 세계를 가지기 위해선 또 늘 그렇게 부지런한  수행이 필요한 것이리라.             

▲잔디마당에 놓여있는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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