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를 묻힌 삼광사신도들의 미소가 아름답다
상태바
고춧가루를 묻힌 삼광사신도들의 미소가 아름답다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12.12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일, 2천포기 김장 담그며 ‘축제의 한마당’

김치․햅쌀․된장 등 풍성한 물품에 자비심까지 선물

 

덕희봉사회 김장하는 날에는 김문자 회장을 비롯해 문대림 청와대제도개선비서관과 오홍식 제주적십자사회장 등이 팔을 걷어붙이고 김장 담그는데 손길을 보탰다.

갑작스런 겨울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10일 오전. 제주시 월평동 삼광사(주지 현명 스님) 덕희봉사회(회장 김문자)원들이 소외된 이웃을 향한 2천여포기의 김장김치를 하던 날, 어떤 이들은 ‘축제에 웬 비냐!’며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 신도들에게 전혀 불운의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삼광사 남성불자로 구성된 문수회(회장 홍덕준)원들이 천막과 천막사이에 빗물이 떨어지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물을 뒤집어 쓴 생쥐 꼴(?)이 됐다. 하지만 문수회원들이 헝클어진 머릿결에서 피어나는 그 미소는 관세음보살의 미소보다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지그시 바라본 덕희봉사회원들이 자신들을 위해 온 몸을 내던진 문수회원들에게 미안함일까. 김장하는 손길은 정성에 정성이 더해진다.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마음이 곁들여진 김장이 바로 삼광사표 김장이다.

그리고 삼광사 김장이 또 다른 맛을 원인을 들라면, 잔손이 가고, 정성이 깃들고, 신도들의 체온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삼광사 도량 300여 평에 배추 3천여 포기를 문수회원들이 직접 길렀고, 1500평에는 덕희봉사회원들이 콩을 심어 그야말로 삼광사 신도들이 자식처럼 재배한 배추와 콩이다.

송금순 상임부회장은 “작년에 콩이 작황이 좋지 않아 그 콩을 배추밭의 거름으로 재사용하면서 그 영양분을 듬뿍 머금은 배추들이 좋다”면서 “또한 1년 여 동안 콩농사를 지어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으로 만든 따뜻한 된장국이 소외된 이웃들의 마음까지 녹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덕희봉사회원들이 휴식시간에 떡을 먹으며 잠시 여유를 즐기고 있다.

홍덕준 문수회장은 “처음 문수회원들이 돌아가며 물과 영양제 뿌려주며 키운 배추이기 때문에 애틋함이 더 한다”면서 “그래서인지 화합으로 똘똘 뭉친 회원들이 김장을 나르는 것도 신이 나 보인다”고 흐뭇해했다.

어느덧 김장이 거의 마무리가 될 무렵, 김장을 선물받기 위해 삼광사를 찾은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아라동주민센터, 다문화가정, 도내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소아암협회 등에서 줄을 잇자 삼광사 식구들은 이들을 공양간으로 안내한다. 따뜻한 떡국에 노보살들이 넉넉한 인심으로 지져낸 ‘빙떡’이 이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든다.

배추를 직접 키운 삼광사 문수회원들.

이를 멀리서 흐뭇하게 지켜보며 미소를 짓는 김문자 회장은 “김장하는 날을 통해 신도들 모두가 부처님의 자비행을 몸소 실천하는 불제자로 거듭난다”며 “오늘의 땀방울은 소외된 이웃의 따뜻한 밥 한 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양간에서 빙떡을 붙이는 신도들.

 

 

배혈병소아암협회에 쌀을 전달하는 삼광사신도들.

 

제주시자원봉사센터와 국제가정문화원에 된장을 전하는 신도들.

 

작은 예수의집 수녀님으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고 즐거워하는 삼광사 주지 현명 스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