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조차 기댈 곳이 없는 할머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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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조차 기댈 곳이 없는 할머니의 삶
  • 이병철 기자
  • 승인 2017.12.12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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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남편에게 버림받고…둘째아들은 알코올중독

치매 시어머니 3년동안 병수발, 남은 건 병든 몸뿐

 

제주시 외도동에 혼자 살고 있는 조 모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주변 이웃들에게도 따돌림 받는 외톨이 신세다. 최근 치매 초기 증세까지 찾아오면서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형 건물들이 즐비해진 제주시 외도동. 그 건물들 사이에 둘러싸여 외딴 섬 같은 조 모(85) 할머니 집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하다. 하지만 이 집은 할머니가 몸을 맡길 유일한 의지처다. 3년 전만하더라도 이 집은 그리움의 공간이었다. 알코올 중독인 아들은 매일같이 술에 취해 할머니에게 돈을 달라며 가슴을 발로 차고 술병을 깨서 위협하는 등 패륜아 같은 짓을 저질렀다. 그럴 때면 이웃집에 숨었다가 아들이 잠을 자거나 집을 비우면 잠시 들어가 볼 정도였다. 주변에 도움으로 아들은 현재 부산지역 알코올 중독 치료소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예전 어르신들이 남편 복이 없으면 자식 복도 없다고 했던가.

1932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할머니는 일제말기 위안부로 잡혀 간다는 흉흉한 소문 때문에 부모님이 알고 지냈던 집으로 일찍이 시집을 보내버렸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간 시집이 죽을 만큼 싫었던 할머니는 부산으로 도망친다. 부산의 방직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제주출신 남편을 만나 쌍둥이 형제를 낳게 된다. 하지만 하늘은 무심하게도 이 남편에게는 이미 부인과 자녀가 있었다. 한마디로 사기결혼을 당한 셈이다.

아기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게 또한 여자의 삶.

할머니는 “문제는 아기를 낳아버리니깐. 그렇지 안해시믄 이미 나도 저 세상 사람인디”라며 혀를 찬다. 쌍둥이 아들들을 위해 남편 고향인 제주시 외도동으로 내려와 시어머니를 돌보며 남의 밭일 품삯으로 아이들을 키워낸다. 그저 열심히만 살면 잘 될 줄 알고 자신의 배고픔은 참아냈지만 자식만큼은 배를 굶주리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도 3년 동안 수발을 들다 편안하게 아미타부처님 품안으로 보내드렸다. 평범한 삶이라고 생각되었던 할머니의 삶은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버린 불편한 삶이 됐던 것이다. 안 먹고 안 쓰고 한푼 두푼 모아 밭도 사고, 집도 샀지만 자식들은 비뚤어나가기만 했다. 쌍둥이 큰 아들은 부산에서 살지만 변변치 못했다. 최근에는 이혼까지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작은 아들은 알코올 중독으로 부모에게 할 수 없는 폭력까지 휘두르는 등 유일한 혈육인데도 기댈 수 없는 형편이다. 자식들은 이미 할머니의 밭도 팔아먹고 할머니의 보금자리인 집까지 노리고 있다. 끊기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할머니가 더 서러운 것은 주변 사람들의 냉랭한 마음이다. 할머니의 자식들을 다 지켜본 주변인들은 할머니에 대한 거부반응부터 일으켰다. 그래서 마을 경로당에서도 할머니는 왕따 같은 외톨이 신세다.

더욱이 할머니는 현재 집이 있다는 이유와 아들의 4대 보험이 잡히면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탈락했다. 할머니가 유일하게 기댈 곳은 국가의 혜택인 노령연금과 가끔 찾아와 청소 등으로 돌봐주는 친정 여동생 그리고 임인숙 불교자비원 산하 가정봉사파견센터장이다.

“할머니만 보면 가슴이 먹먹해요. 어떻게 이렇게 박복한 삶을 살아오셨을까. 너무나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욱이 요즘엔 할머니가 치매 초기 증세까지 겹치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하려고 해도 간병비는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연금으로는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어요.” 임 센터장은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의 앞 일이 걱정이다.

<할머니의 익명 보장을 위해 후원계좌는 불교자비원 가정봉사파견센터를 통해 결연후원금으로 할머니에게 전달됩니다. 농협 957-01-110780 불교자비원 가정봉사파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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