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시론 - 회향하고, 발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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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론 - 회향하고, 발원하며
  • 제주불교신문
  • 승인 2017.12.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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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석(편집인)

묵은 해 지고 새해가 솟았다. 모든 현상은 실제 오고감이 없는데, 인간은 시간을 만들어 세월의 흐름과 변화를 이야기할 뿐이다.
태양은 늘 일천의 강물에 비추나 각자의 마음속의 해는 결코 같지 않다. 어제의 느낌과 생각이 오늘의 그것과 다르고 특히 새해는 각자의 삶에 의미를 새롭게 부여한다.
지난해 돌아보면 회한과 아쉬움이 회오리친다. 가시적이고 외형적인 각종 불사(佛事)들은 보여주기 위해 그럴싸하게 장엄됐으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멸진하기 위한 용맹 정진의 바라밀은 승속 불문하고 안개속이다.
불음 포교의 꽃이 활짝 피어났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서귀포 법화사 마야합창단이 ‘2017 제7회 불교합창 페스티벌’에서 영예의 그랑프리를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도내 사찰 소속 여러 합창단들의 불음 공양은 참으로 당차다.
이뿐이랴. 한 여름 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제1회 제주등축제가 산지천과 탐라문화광장 일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불교의 등불은 무명의 어둠을 몰아내고 세속의 번뇌와 때를 태워버리는 상징물이다. 마음의 탐욕을 제거하여 어두운 사바세계를 밝혀 중생제도를 위한 광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해 첫 햇살에도 마음이 침울해지고 근심되는 이유는 뭘까. 앞날을 생각하면 기대와 불안감으로 마음은 촐랑거린다.
불자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 500만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 수치도 그렇거니와 출가자의 현격한 감소는 매우 심각하다. 출가자 모집을 위해 한국불교의 주류종단인 조계종단이 출가자 모집 홍보를 한다니 어찌하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꼬.
유엔 보고서에 의하면, 50년 후에는 지구상에 종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마치 이런 예측과 같이 한국에서 절집을 수호하는 청정 승가가 한 분도 없는 그때가 오는 것일까.
이는 현실에 투영된 불교적인 행태가 대중에게 매력을 잃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암중모색은 있으나 묘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600여 년의 불교사에서 ‘이것이 한국 불교다.’라고 내세울 만한 것이 있기는 한가. 동아시아에서 일본 불교나 대만 불교는 그 나름대로 정체성이 드러난다. 하지만 우리의 절집에서 불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행사가 불교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시야를 내 안으로 돌려 제주를 살펴본다. 
최근의 힐링(healing) 열풍으로 제주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미얀마 등지에서 아비담마 교학과 위빠사나 수행을 한 고수들이 은밀하게 둥지를 틀고 있다. 이는 제주가 힐링 환경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 당연한 것으로 통용되어 왔던 기복 불교문화 가운데 많은 부분이 허물어지면서 불교의 원형을 되살리게 됐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본래 불교는 힐링의 종교이고, 부처님은 최고의 힐링 멘토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도 제주불교는 혁신되어야 한다. 그 시작이 BBS제주 FM방송국 개국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음이 오히려 괴로움이다. 인간 세상은 근심과 걱정이 꽉 차 있는 곳이기에 불교에서는 인토忍土라고 말한다. 
문득 간화선을 집대성한 대혜 종고(1089~1163년) 선사의 가르침이 생각난다.
“선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 하라”(生處放敎熟 熟處放敎生)
지금까지 익힌 속된 습관이나 관념을 설게 하고, 반대로 익숙하지 못하여 낯선 지혜 닦는 공부가 무르익는 제주불교가 정립되길 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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